국립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가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차이콥스키 음악, 마르시아 하이데 안무 작품으로, 제임스 터글의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의상은 무용수 한 명의 의상으로는 아름다웠지만 단색도 아니고 명확한 색감의 차이를 주지도 않았다. 조명과 무대 바닥 및 배경색 또한 변화를 주기보다는 의상색과 비슷한 톤으로 펼쳐져 화려한 발레 안무가 묻혔고, 밋밋한 의상과 조명에 비해 무대 구조물의 반짝이는 장식은 관객의 시야를 분산해 집중을 방해했다.
◇ 개별로는 괜찮은 의상, 군무와 무대 위에서는 개성이 묻혀버린 의상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넓은 바닥무대는 무용수들의 옷에 따라 조명색이 변화했다. 무용수들의 옷은 각각 볼 때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웠지만, 무대 위에서 다른 역할의 무용수들의 의상톤과 비슷했고, 조명 또한 전체적으로 밝으면서 같은 톤을 유지했기 때문에 역할별 개성은 묻혔다. 움직임이 도드라지지 않고 바닥과 배경에 묻힌 것이다.
무용복 색이 단색이거나 단무늬가 아니거나 혹은 주변과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색이었으면, 군무의 딱딱 떨어지는 느낌이 주는 감동이 살아났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발레단이 최고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데 기술만 보여주지 감동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은 무척 아쉽게 생각된다.
◇ 관계성이 크게 보이지 않는 안무, 집중력의 저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제2막과 제3막에서는 이전보다는 역동적인 무대가 펼쳐졌지만, 특히 제1막에서의 관계성이 잘 보이지 않는 안무는 의상과, 조명, 무대의 색과 어울려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독무를 출 때 무대는 과하게 밝았기 때문에 휑한 느낌을 줬는데, 커플무와 군무보다는 독무가 많은 안무에서의 설정으로는 적절하지 못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등장했을 때는 조명이 어두워져 디테일한 움직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단체로 회전하는 장면은 정말 멋진 장면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의상색과 조명색 때문에 실제로는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줬다. 실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장면일 수 있다며 상상하며 관람할 수 있었는데, 발레 초심자들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제1막에서는 음악과 안무가 일치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음악은 클라이맥스로 달려가고 있는데 무대 위는 정적이 흐르며 거의 정지돼 있는 안무가 펼쳐졌다. 일반적으로 연속회전, 공중동작이 나올 것 같은 시간에 이런 모습은 생소했는데, 새로운 시도일 수는 있지만 관객들이 박수는 치되 환호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발레의 매력을 이미 아는 사람들, 국립발레단이 얼마나 훌륭한 무용수들로 구성된 발레단인지 아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겠지만, 발레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무대 공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콘셉트가 정해졌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검은 커튼이 내려오며 그 커튼의 일부를 감싸 전체가 카라보스의 옷인 것처럼 연출한 아이디어는 좋았고, 검은 커튼은 일부를 열어 마치 무대의 일부를 또 다른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때 만약 조명이 집중 하이라이트 돼 강조됐으면 더욱 와 닿았을 것인데, 이 또한 콘셉트일 수도 있지만 이미지 전달력을 떨어뜨렸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차이콥스키의 위대한 음악, 국립발레단의 뛰어난 실력도 콘셉트와 디테일의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