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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팔리아치&외투’(1) 임세경의 감정이입한 연기력이 돋보인 국립오페라단 ‘팔리아치’

발행일 : 2017-04-07 12:07:05

국립오페라단의 ‘팔리아치&외투’가 4월 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같이 공연되는 경우가 많고, 자코모 푸치니의 ‘외투’는 ‘수녀 안젤리카’, ‘잔니 스키키’와 함께 ‘일 트리티코’로 공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번 조합은 이례적이고도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팔리아치’와 ‘외투’를 연작으로 공연하면서 두 작품에 같은 성악가들이 출연하고 각각의 캐릭터의 감정선을 연결함으로써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볼 수도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무용수들의 비슷한 안무 또한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몰입해 두 작품을 이어지는 감정선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마차를 타고 온 공연장이 아닌 정식 공연장, 연극적 디테일이 강화된 연기와 안무

‘팔리아치&외투’의 첫 작품인 ‘팔리아치’는 기존의 스타일과는 다른 무대 연출이 먼저 눈에 띈다. 토니오(바리톤 박정민 분)가 등장해 아리아를 부르기 전까지 서곡이 연주될 때 무대에는 4명의 등장해 연기를 펼쳤다.

보통 오페라의 서곡은 음악만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무대 막이 오르지 않거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마치 연극 무대처럼 무대의 두 곳에서 두 명씩 연기를 펼치는 모습은, 이번 공연이 연기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게 했다.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팔리아치’의 공연장이 마차를 끌고 와서 설치한 이동형 공연장이 아닌 정식 공연장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자동차가 실제 무대 위에 등장해 레드 카펫 행사를 펼치는 장면은 기존의 ‘팔리아치’와는 색다른 설정이다.

◇ 실력파 성악가 소프라노 임세경, 연기의 진수를 또 한번 보여주다

‘팔리아치’에서 넷다 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은 뛰어난 가창력과 성량을 가진 성악가로 유명한데, 그의 노래 실력 못지않게 감정이입한 연기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번 공연에서도 임세경의 표정연기는 돋보였는데, 자신이 아리아를 부르지 않지만 무대 위 사진기가 자신을 향하는 장면에서 임세경은 카메라의 이동에 따라 다른 포즈와 표정을 취했다.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포토월에 선 배우가 같은 표정이 아닌 여러 가지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임세경은 무대에서 자신이 초점이 아닌 시간에도 연기자로서의 디테일한 몰입을 보여줬다. 단순히 성악가로 오페라 무대에 서지 않고, 연기자로서의 역할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임세경은 ‘팔리아치’에서 춤을 추고 무대 위에서 옷도 갈아입는 파격적인 연기를 표정 연기와 함께 손과 팔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는데, 춤을 추지 않을 때도 움직임의 디테일을 살리는 것은, 오페라를 노래하는 장소뿐만이 아닌 종합예술의 장소라고 세계적인 성악가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모두의 사랑을 받지만, 결국 아무도 온전하게 사랑하지 못하고, 모든 행복을 다 느낄 수 있게 사랑받지는 못하는 넷다, 그런 넷다가 된 임세경

‘팔리아치’의 무대는 과도하게 화려하지 않고, 실제 공간 같은 느낌을 줬다. 연기적인 면에도 신경 쓴 이번 공연에서 넷다의 감정선을 엄청난 가창력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임세경이 표현하고 있었는데, 실제 공간 같은 무대 느낌은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관객들이 따라가는데 도움을 줬다.

넷다는 많은 남자들의 사랑과 질투를 받는다. 얼핏 보면 행복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방법으로 사랑받지를 못한다. 또한, 자신의 사랑 또한 제대로 전달하지도 사랑하는 사람과 향유하지도 못한다.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팔리아치&외투’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만약 이런 넷다를 엄청난 가창력으로만 표현했으면 관객들은 넷다의 내면속 처절한 슬픔을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연기력으로만 표현했으면 넷다의 슬픔이 찬란한 슬픔으로 여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오페라는 가수(성악가)의 아리아가 중요하고, 뮤지컬은 배우의 연기력이 중요하다고 쉽게 답하는 경우도 많은데, ‘팔리아치’에서 임세경은 오페라가 오페라답게 느껴지려면 캐릭터에 대한 감정선을 제대로 몰입한 연기를 바탕으로 성악적 재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앞으로의 임세경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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