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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아빠는 딸’ 과하지 않고 디테일 강한 연기를 펼친 정소민의 발견

발행일 : 2017-04-10 14:54:59

김형협 감독의 ‘아빠는 딸’은 만년 과장인 아빠 윤제문과 여고생 딸 정소민의 몸이 바뀌는 보디 체인지가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또 뻔한 스토리의 영화가 하나 더 만들어졌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아빠는 딸’을 관람하면 섬세한 디테일과 연기가 웃음과 재미를 동시에 전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제문과 정소민 모두 표정의 디테일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이 놀라운데, 정소민의 경우 과하지 않으면서도 밀착된 연기를 펼쳐 이번 작품을 발판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배우로 발전할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

‘아빠는 딸’에서 윤제문과 정소민은 티격태격하는 아빠와 딸, 멋쩍은 연인 같은 아빠와 딸의 모습을 처음에 보여준다. 내면 심리 표현은 표정 연기와 함께 디테일이 살아있었는데, 사랑하면 슬로모션으로 보이는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표현돼 있다.

서로 몸이 바뀐 윤제문과 정소민은 둘만의 비밀을 간직하게 된다. ‘아빠는 딸’에서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기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누군가를 진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입장이 되는 것보다 그 사람 자체가 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아빠는 딸’은 보여준다.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 과하게 나이 든 연기를 하지 않는다, 과장된 남자 연기를 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연기를 펼친 정소민

‘아빠는 딸’에서 정소민이 1인 2역을 소화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1인 3역을 소화한다. 딸의 얼굴로 딸의 역할을 하고, 딸의 얼굴로 아빠의 역할을 한다. 또한, 내레이션 등을 통해 아빠의 얼굴로 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보통 젊은 여자 연기자가 보디 체인지를 통해 나이 든 남자 역할을 할 경우 지나치게 남자답게 표현하려고 하거나 과도하게 나이 든 연기를 할 수도 있고, 이 경우 매우 억지스럽게 여겨질 수 있다.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실제로 요즘 세상에는 부드러운 남자도 많고, 나이가 있지만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젊게 사는 어른도 있다. ‘아빠는 딸’에서의 아빠의 경우도 만년 과장으로 터프하기보다는 유순하고,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부하직원들로부터 충고를 받는 스타일이다.

정소민은 딸 얼굴의 아빠 역을 소화하면서 지나치게 남자답게 행동하지도 않고, 전형적인 어른처럼 움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움직임의 디테일은 딱 남자라는 느낌을 줬고, 보디 체인지에 이어진 대사 또한 무척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딸의 얼굴로 딸 역을 연기하다가 딸의 얼굴로 아빠 역을 표현할 경우, 관객들은 감정선의 점핑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데 정소민은 디테일한 연결과 완급조절, 강약조절이 절묘하게 들어간 포인트를 활용해 관객들의 감정선을 그대로 연결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관객들이 감정선의 점핑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표현했더라도, 정소민 자신은 연기를 하면서 감정선의 점핑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마치 흰색 도화지를 두세 장 가지고 있는 화가처럼 같은 배경의 다른 그림을 멋지게 그려서 연기로 펼쳤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윤제문의 경우 여고생으로 살지는 않았지만 살면서 학창시절을 거쳤지만, 정소민은 겪어보지 않은 시간에 대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중년 남성을 표현하면서 아빠의 무게 이해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정소민은 배역을 자신의 것으로 즐겁게 만드는 능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정소민이 여고생 연기를 하는 것은 너무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20대 후반인 정소민이 10대 여고생 연기를 하는 것은 자신의 나이와 10년가량의 차이가 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정소민이 아빠 역을 할 때 연기에 대해 칭찬하는 사람도 여고생 역을 할 때는 무척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소민이 맡은 1인 3역은 모두 자신의 현재 나이와 일치하지 않는다. 티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한 정소민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 터프한 남자 윤제문, 순간 삐지는 연기까지 정말 감칠맛 나게 표현하다

윤제문이 아빠의 얼굴로 딸 역을 소화할 때, 만약 시종일관 여고생처럼 행동했다면 연기를 보는 관객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윤제문은 모든 행동을 여고생처럼 하기보다는 순간 마음이 상했을 때, 소심한 복수를 하고 싶을 때, 예쁜 화장품을 봤을 때처럼 포인트가 있는 순간에 정말 여고생 같은 면을 보여줬다.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아빠는 딸’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윤제문이 여고생 역을 소화할 때 디테일은 본인이 해석해 소화한 것인지, 감독의 세밀한 디렉팅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정소민의 도움을 받은 것인지 궁금해진다. 부드럽고 유들유들한 역할을 소화한 윤제문이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아빠는 딸’을 보면서 하게 된다.

‘아빠는 딸’은 영화 마지막에 아빠를 그리는 많은 딸들의 인터뷰 영상이 들어있다. 사랑한다고 말하기 쑥스러운 사람들끼리 보면 좋은 영화라는 감독의 말처럼, 우리가 직접 하기 힘든 이야기 또한 다른 사람들이 인터뷰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은 ‘아빠는 딸’이 개봉 후 일반 관객들에게 어떤 호응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아울러 정소민과 윤제문이 다른 작품에서 어떤 놀라운 연기력을 다시 발휘할지도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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