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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귓속말’(8) 박세영이 이상윤과 키스할 것임을 미리 권율에게 말했더라면?

발행일 : 2017-04-24 09:24:05

이명우 연출, 박경수 극본의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제8회는 낚시터 살인 사건에 대한 범인을 또다시 조작하려는 의도가 포착됐다. 내면을 표현하고 관계를 재정립하는 방법으로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사용한다는 점 또한 주목됐는데, 악이 선에 대해 존댓말을 쓸 경우 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같이 고려하며 시청할 수도 있다.

‘귓속말’ 제8회의 주요 화두는 ‘믿음’이다. 작은 흔들림에 의해 믿음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오해를 할 수 있는 장면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 시간이었다.

‘귓속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귓속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박세영이 권율에게 자신이 거짓 기사를 내기 위해 이상윤과 키스할 것이라고 미래 말했더라면?

이상윤(이동준 역)과 이보영(신영주 역)이 친해지는 것을 막고 믿음에 균열이 가게 만들기 위해 ‘귓속말’ 제7회의 마지막과 제8회 초반에 박세영(최수연 역)은 거짓 인터뷰를 만들며 사진에 찍히기 위해 이상윤과 키스를 한다.

박세영의 의도는 이 장면을 이보영이 보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창밖에서 우연히 권율(강정일 역)이 보게 되면서, 오히려 권율이 박세영을 의심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권율에 대한 박세영의 믿음조차 무너져 내렸다.

‘귓속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귓속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인간관계에서 특히 남녀관계에서는 사소한 오해에 의해 큰 믿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 강한 믿음에 균열이 가면 관계가 점점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큰 배신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믿음과 내부 분열은 ‘귓속말’ 후반부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믿음은 흔들리죠. 당신도, 나도”라고 이보영이 이상윤에게 말한 것처럼 믿음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은 ‘귓속말’이 반전에 반전을 계속 거듭할 것이라고 추측하게 만든다.

‘귓속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귓속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사용함으로써 내면을 표현하고, 관계를 재정립한다

이상윤은 선배인 부장판사에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사용하기도 하고, 이보영 또한 이상윤에게 존댓말을 쓰다가 반말을 쓰기도 한다. ‘귓속말’에서의 반말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면서, 주도권에 따른 관계 재정립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상윤이 대법원장에게는 존댓말을 쓰면서 ‘지시’라는 용어를 사용해 반말을 한 것보다 더한 영향을 미쳤는데, 만약 ‘귓속말’에서 반말을 통한 내면 표현이 이전에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다소 생뚱맞은 장면이라고 생각됐을 수도 있다.

‘귓속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귓속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귓속말’에서 반말 못지않게 내면 표현에 중요한 것은 귀에 대고 말하는 귓속말이다. ‘귓속말’은 유독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담아 귓속말을 하는 장면이 많다는 점도 주목된다.

“강정일 팀장, 조심해”라고 이보영이 박세영에게 한 말은 근본을 흔드는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여기는 것을 조용하지만 단호하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을 때 상대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것을 ‘귓속말’은 보여주고 있다.

‘귓속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귓속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전체의 반이 지난 지금, 하나를 일단락하는 느낌

‘귓속말’ 제7회부터 이상윤은 법대로 살 수 없으니까 사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제8회에서 권율은 법은 심판이 아닌 타협, 범인이 낀 타협이라고 말했다. 16회 드라마에서 중반까지 달려오면서 ‘귓속말’은 지난 이야기들을 일단 마무리하며 새로운 동력을 론칭하고 있다. 성공하는 미니시리즈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구도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 사람, 보이기 싫은 모습을 본 사람을 내치고 싶어 한다는 것은, ‘귓속말’ 후반부에는 이익뿐만 아니라 내면의 명분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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