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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파쵸’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바로크 오페라

발행일 : 2017-05-01 22:30:29

2016년 국내 초연 ‘오를란도 핀토 파쵸’ 앙코르 공연이 5월 10일(수), 12일(금)~14일(일)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아시아 및 국내 초연으로 선보였던 작품으로 바로크 오페라의 새로운 레퍼토리를 발굴했다는 평을 받았는데, 기존의 오페라와는 다른 바로크 악기의 음색과 아리아가 신선하게 다가 왔었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의 작년 공연에 대한 필자의 리뷰를 살펴봄으로써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 알고 보는 재미를 더욱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은 재공연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데, 작년과는 또 다른 어떤 매력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1. 오페라를 사랑한 비발디, ‘오를란도 핀토 파쵸’가 주는 상징성

비발디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떠올리게 하는 이탈리아의 작곡가이다. 40여곡의 오페라를 작곡하였고 스스로 기악 음악 작곡가일 뿐만 아니라 오페라 작곡가로 여겼을 정도로 오페라에 대해 자부심이 높은 작곡가이다.

작곡가 자신이 현재 인정받는 분야와 자신이 인정받고 싶은 분야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작곡가뿐만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해당될 수 있다. 해외 무대에서도 만나기 힘든 희소성을 지닌, 비발디 초기의 오페라 작품인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비발디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2. 오페라, 예습해야 하는가? 예습하면 복잡한 사랑 이야기, 직접 관람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 ‘오를란도 핀토 파쵸’

오를란도는 중세 중기의 인물인 카를로스 대제(샤를마뉴)의 전설적인 수호기사이다. 영웅이었지만 인간이었던 오를란도는 오랜 기간 많은 창작자들로부터 문학의 대상이었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오를란도가 마법의 세계를 찾아가는 무용담을 그린 영웅적 이야기이면서, 다양한 인물들의 사랑과 배신을 담고 있는 사랑의 이야기이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랑과 내가 바라보는 사랑은 다르다. 연쇄적인 애정관계는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 내용만 들으면 엄청 복잡해 보이고, 이런 복잡한 내용을 오페라를 보면서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 공연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돼 있다. 예습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를 미리 습득하려고 할 경우 오히려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작품이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의 사랑과 애정이 그물처럼 엉켜져 겹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슬처럼 한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관계가 전체적으로 매우 복잡해보이지만, 2명 또는 3명의 애정관계가 옴니버스처럼 이어진다. 생각보다 이해가 쉬운 애정관계를 가지고 있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3. 비발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영웅의 이야기 일까, 사랑의 이야기 일까?

‘오를란도 핀토 파쵸’를 보면 비발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영웅의 이야기일까, 사랑의 이야기일까 궁금해진다. 어쩌면 영웅과 사랑이라는 초목적보다 인간의 감성과 본성, 본능에 더 많은 애정을 두고 ‘오를란도 핀토 파쵸’를 만들었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오페라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두려움이라는 독과 사랑이라는 희망, 한결같은 사랑이 얼마나 쓴 지를 ‘오를란도 핀토 파쵸’ 아리아를 통하여 표현하고 있다. 사랑의 감정에는 솔직하고 단순한 사람들은, 우리들의 자화상의 솔직한 민낯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기 위해 변장도 불사하는, 사랑에 대하여 직선적인 인물들의 어떻게 해서든지 곁에라도 있고 싶은 마음은 정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얼마나 마음에 있었으면 그런 행동을 할까 공연을 보면서 공감하게 된다.

4. 색다른 음역대의 아리아, 신선한 느낌을 전달하는 성악가들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등장하는 성악가들이 색다른 음역대의 아리아를 소화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가성으로 소프라노의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성악가인 카운터 테너 이동규와 정시만이 각각 아르질라노와 그리포네 역을 작년에 이어 맡는다.

오를란도 역의 우경식은 베이스 바리톤이고, 오리질레 역의 성악가는 콘트랄토 음역을 소화한다. 콘트랄로는 여성 성악가 최저의 음역으로 메조 소프라노와 테너 사이의 음악이다. 콘트랄로는 알토와 같은 개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알토보다 더욱 남성적인 음역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는 베이스 바리톤과 콘트랄로도 있지만 카운터 테너가 2명이나 등장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메조소프라노 오주영은 티그린다 역을 맡았는데, 티그린다를 바라보고 티그린다가 바라보는 남성이 모두 카운터 테너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서의 2중창, 3중창은 다른 어떤 오페라의 아리아에서도 들을 수 없는 독특함을 경험하도록 만들어준다.

1명도 아닌 2명의 카운터 테너가 소화하는 아르질라노와 그리포네는, 부드러운 장면도 아닌 결투 장면에서 만나 이질적인 면을 조화롭게 소화하여 표현하는데, 쉽게 볼 수 없는 소리의 만남은 호기심으로 집중하게 만들기도 한다.

5. 바로크 악기로 만나는 색다른 오케스트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연주를 맡았는데, 바로크 전문 연주단체로 2005년 10월 유럽에서 바로크 음악을 전공한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창단된 단체이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의 연주에는 바로크 악기들이 사용된다. 일반 현악기가 아닌 바로크 바이올린, 바로크 비올라, 바로크 첼로, 바로크 더블베이스가 사용되고, 다른 바로크 악기들도 함께 한다. 바로크 악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던 오케스트라의 악기와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쳄발로의 그랜드 피아노와 모양이 비슷하고, 피아노와 쳄발로는 건반을 눌러 소리를 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피아노는 현을 쳐서 소리를 내지만, 쳄발로는 가죽으로 된 고리로 현을 퉁겨서 소리를 낸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쳄발로는 피아노가 가진 타악기적인 세부적인 느낌보다는 세부적으로 현악기적인 느낌을 주게 되고,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서 쳄발로는 다른 바로크 현악기들과 함께 우리가 평소에 듣지 못하던 울림을 전달하여 준다.

바로크 악기의 특성일 수도 있고, 바로크 오페라의 특성일 수도 있고, 비발디 오페라의 특성일 수도 있는데, 기악이 성악을 넘어가지 않도록 만들어진 ‘오를란도 핀토 파쵸’의 무대는, 굳이 비유하자면 뮤지컬보다는 연극적인 무대로 느껴질 수도 있다.

앙코르 공연을 통해 다시 찾아온 ‘오를란도 핀토 파쵸’가 초연 때보다 강력한 친밀도를 전달할지, 바로크 음악을 바로크 오페라를 사랑하는 관객층의 저변을 넓혀갈 수 있을지, 가장 화려하고 풍요로운 시대로의 회귀라는 명제를 마법처럼 살려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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