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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첫만남’ 박재현 감독, 왜 다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발행일 : 2017-05-15 14:12:11

영화 ‘첫만남(First Encounter)’은 제70회 칸영화제 단편영화 비경쟁부문 ‘쇼트 필름 코너(Short Film Corner)’에 선정된 박재현 감독의 첫 단편이다. 박재현 감독은 자신의 첫 영화 소재를 다문화 가정으로 선택한 이유와 영화감독으로서의 향후 포부를 밝혔다.

‘첫만남’ 박재현 감독. 사진=박재현 감독 제공 <‘첫만남’ 박재현 감독. 사진=박재현 감독 제공>

이하 박재현 감독과의 일문일답

- 우선 이번 칸영화제 단편영화 비경쟁부분인 쇼트필름코너에 초청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실 경쟁부분도 아닌 비경쟁부분에 초청된 것이라 그리 주목받을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하고 힘들게 만든 저의 첫 연출작이어서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합니다. 사실 단편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 어떻게 다문화를 소재로 하여 영화를 제작할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이전부터 우리 사회가 힘들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요새처럼 사회가 각박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럴수록 사회적 약자가 느끼는 고통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데 영화가 이를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다문화에 대한 소재로 영화로 만들고자 마음을 먹었고 작년 하반기에 이번 단편영화인 ‘첫만남’을 만들게 된 거죠.

-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면 그 중에서 왜 다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사실 우리 사회에 사회적 약자로 생각할 수 있는 분들은 많습니다.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 노숙인, 성소수자까지 말이죠. 사실 이번에는 다문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장애인, 성소수자, 노숙인에 대한 영화도 만들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 다문화에 대한 소재로 먼저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이번에 만든 영화가 다문화 아기가 태어난 날의 에피소드를 그린 대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첫만남’은 저의 첫 연출 작품이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저의 첫 영화가 태어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도 ‘첫만남’이 된 것 같네요.

‘첫만남’ 박재현 감독. 사진=박재현 감독 제공 <‘첫만남’ 박재현 감독. 사진=박재현 감독 제공>

- 이번 영화가 첫 연출작이라고 하셨는데 듣기로는 박감독님의 이력이 조금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대학교수를 하고 계신다구요.
네, 사실 저는 영화학교를 나오거나 기존 영화 현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구요. 또 현재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사회의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좀 늦은 나이일 수도 있지만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생각하고 사고(?)를 친 거죠.

- 대학교수를 하시다가 왜 갑자기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신 건가요?
그건 제 전공과도 상관이 있습니다. 제 전공은 사회의학인데요, 사회의학이란 의학적 문제를 사회, 경제,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인문사회학과 의학을 접목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의 상당한 부분이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요새 금수저, 흙수저, 그러잖아요? 즉, 태어날 때부터 그 사람이 부자로 살지 가난하게 살지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요새 사회의학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사회의 구조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지요. 아주 쉬운 예로 IMF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하여 지금은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보건기구는 육체적 건강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건강도 건강의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민의 행복과 건강이 모두 사회 시스템과 긴밀히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치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학자로 머무르기 보다는 이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조그만 주춧돌을 놓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화라는 매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입니다.

- 사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매체는 영화 말고도 많지 않습니까? 왜 하필이면 영화를 택하셨는지요?
요새 드라마나 영화만큼 문화적 파급력이 큰 매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요새 세대를 영상세대라고 하잖아요? 점점 문자보다는 영상이 익숙한 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시대의 흐름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영상이 주는 ‘간접체험의 생생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자로 된 시나 소설,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공연예술에 비해 영화는 상당한 현실적 리얼리티가 있습니다. 즉, 자기의 눈앞에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매우 흡사한 인물들의 삶을 체험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간접체험의 생생함’이 영상매체의 상당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만남’ 박재현 감독. 사진=박재현 감독 제공 <‘첫만남’ 박재현 감독. 사진=박재현 감독 제공>

- 그럼 이 ‘첫만남’이라는 영화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이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사회적 약자라는 것이 딱히 정해져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사람마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나 상처가 있습니다. 그것이 사회적 갈등을 낳거나 개인의 고통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아픔에 대해 얼마나 공감을 할 수 있느냐가 이 사회가 얼마나 따듯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근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공감이란 것이 쉽게 생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체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다문화 가정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체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 특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마지막 장면에 할아버지의 표정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나요?
네 맞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자신의 다문화 손자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바로 관객이 할아버지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같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할아버지에게 있어서 다문화 손자는 한편으로는 약하고 걱정이 되는 대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자신의 가족이 항상 행복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 걱정과 근심을 주기도 하죠. 그래도 그 중심에는 사랑과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감정이 우리의 이웃에게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어려운 조건에도 관계없이 타인을 나의 관심과 보호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말입니다. 저는 그것을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 그렇게 보면 이 영화를 꼭 다문화만을 주제로 다룬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한 다른 영화의 경우 인권의 문제나 사회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매우 감성적으로 접근한 것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요새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행복해질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을 개혁하자는 구호도 많고 그런 움직임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그런 움직임도 개인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거창한 구호나 이론보다도 개인이 사는 소소한 삶에서의 체험과 공감이 바탕이 되었을 때 그러한 사회적 움직임이 힘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개인의 마음이지 않습니까? 그 마음이 진정 따뜻한지,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의 문제인 것이죠. 그래서 저는 미시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세심한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 다문화 소년이 느낄 수 있는 소외감 같은 것 말이죠. 그런 일상에서 체험될 수 있는 감정이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만남’ 박재현 감독. 사진=박재현 감독 제공 <‘첫만남’ 박재현 감독. 사진=박재현 감독 제공>

- 감독님의 차기 작품도 기다려지는데요. 앞으로도 이러한 감성적인 영화를 계속 만드실 예정인지와 더불어 향후 포부를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첫만남'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를 계속 만들 예정입니다. 현재 성소수자와 지적장애인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를 제작 중비 중에 있습니다. 나중에는 이 단편을 모두 묶어서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영화로 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여건이 되면 장편영화에도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듯이 사람들의 마음과 이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영화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번 '첫만남'이 저의 첫 연출작인 것처럼 이번 계기를 통해 영화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첫 발자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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