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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조국의 실종과 함께 역사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

발행일 : 2017-05-27 12:58:10

서울시뮤지컬단의 2017년 창작뮤지컬 ‘밀사-숨겨진 뜻’(이하 ‘밀사’)가 5월 19일부터 6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조국의 실종과 함께 역사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번 작품은 헤이그 특사 이상설(박성훈 분), 이준(이승재 분), 이위종(허도영 분)와 엘리자베타(이여경, 유미 분)의 활약을 담고 있다.

서울시뮤지컬단 김덕남 단장이 예술총감독을 맡았고, 오세혁 극본, 송시현 작곡으로 만들어졌다. 아픈 역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고, 연극으로 봤을 경우보다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올 수도 있는 작품이다.

‘밀사-숨겨진 뜻’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밀사-숨겨진 뜻’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역사를 다룬 이야기, 어떤 마음으로 관람할 것인가?

‘밀사’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공연이 시작한다. 역사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처럼 회상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이야기 자체를 들려준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담고 있다.

‘밀사’에서 이중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상설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위종을 만나 길을 떠난다. 이위종은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비롯한 7개국 언어에 능통한 조선인 스무 살 청년 밀사이다.

‘밀사-숨겨진 뜻’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밀사-숨겨진 뜻’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올해는 이위종 탄생 130주년이지만, 기념사업회(일성이준열사기념사업회, 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와 박물관(이준평화박물관)이 건립돼 역사적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 이상설, 이준 열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번 ‘밀사’를 통해 그 의미가 재조명된다는 것은 의미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역사에 초점을 두고 관람할 것인가, 뮤지컬적인 재미를 먼저 추구할 것인가 선택할 수 있는데, 창작뮤지컬 초연이고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역사의 재조명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밀사’가 재공연된다면 뮤지컬 자체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더욱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보완돼, 이위종에 대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기회로 확대되길 바란다.

‘밀사-숨겨진 뜻’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밀사-숨겨진 뜻’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뮤지컬 넘버의 반복, 역사적 사건 속 이미지적 재구성

‘밀사’는 뮤지컬의 노래인 뮤지컬 넘버(musical number)가 작은 변형을 통해 반복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가씨와 건달들’과 같은 고전적인 뮤지컬의 경우 특정 상황에서 반복돼 나오는 넘버가 있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구축해 그 인물이 무대에 오를 때 반복해 불리는 넘버도 있다.

그런데, 현대로 넘어올수록 넘버가 반복되는 경우가 한 곡도 없는 작품도 많이 생겼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아는 노래가 나왔을 때 더욱 즐거워하며 감정이입할 수 있는데, 같은 공연에서 한 노래가 여러 번 나올 경우 처음에는 몰랐더라도 익숙해지면서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고 자연스럽게 더욱 극에 몰입하게 될 수 있다.

‘밀사-숨겨진 뜻’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밀사-숨겨진 뜻’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어둠 속이 아니면 저렇게 반짝거릴 수 없겠지?”라는 ‘밀사’의 넘버 가사는 약간씩 변형하며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한다. 반짝이면 안 될 것들이 반짝인다고 표현되기도 하고, 반짝이면 안 될 것들이 무섭도록 반짝인 밤이라고 시간을 표현하기도 하다.

‘밀사’의 넘버 가사에서 반짝이는 것은 나라 없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뜻하기도 하고, 총성에 따른 불안을 표현한다고 볼 수도 있고, 내 품에 잠자는 아이를 나타낼 수도 있다. 반짝이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중적인 면은 역설적 뉘앙스 또는 반어적 감성을 나타낸다고 보이기도 한다.

‘밀사-숨겨진 뜻’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밀사-숨겨진 뜻’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밀사’는 극 초반 합창에서 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면도 있었고 독백을 할 때 기악 소리가 너무 커 감성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 연해주파, 만주파, 간도파 등 독립군 사이의 갈등과 분열에 대해 개개인의 감정선이 날카롭게 선다면 정말 관객들의 마음속으로 훅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교훈적인 의미, 기록적인 가치가 아니더라도 아픈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은 문화예술의 소재로 앞으로도 꾸준히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교육적인 면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제작할 수도 있지만, 작품 자체의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된다면 자연스럽게 교육적이고 교훈적인 전파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기록적 가치가 의미 있게 남는 것은 같이 만들어지는 긍정적인 결과일 것이다. ‘밀사’가 재공연을 통해 더욱 발전된 서울시뮤지컬단의 레퍼토리가 되길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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