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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애절한 감성, 마음속 숨겨둔 아픈 이야기

발행일 : 2017-05-29 16:29:34

극단 이루 제작,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코르코르디움 기획의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가 5월 27일부터 6월 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2017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작으로, 2009 창작팩토리 대본공모에 선정된 이후 각종 수상을 통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손기호 작/연출의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우주 속에서의 인연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일상에서 우주를 넘어 일상에서 인연과 마주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사람 사이의 인연과 관계성에 관심을 갖는 관객이라면 무척 몰입해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공연사진. 사진=코르코르디움 제공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공연사진. 사진=코르코르디움 제공>

◇ 여백에 채워진 우리들의 이야기, 독특한 유머 코드와 공감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복사꽃이 지고 송화가 날리는 계절에 삶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조용한 시골 가족의 이야기이다.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이라는 넓은 무대에서 6명의 배우는 많지 않은 소품 사이에서 연기를 한다. 여백을 사용하는 방법이 돋보이는데, 공간의 여백 속에 감성의 여백 속에 지난날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이 작품에서 독특한 유머 코드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일부 관객들에게 무척 큰 호응을 받지만 다른 관객들은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알게 되는 유머들이 반복된다.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데 같은 관객이 계속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돌아가면서 격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공연사진. 사진=코르코르디움 제공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공연사진. 사진=코르코르디움 제공>

지구 소리를 듣는 영감이 발자국 소리를 못 듣는다는 극중 이야기처럼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데, 각자의 입장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기 때문에 관객도 각자의 성향에 따라서 공감해서 웃는 시간이 다르게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시적인 대화와 대사 또한 이런 뉘앙스와 연결된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의 대사는 지극히 직설적이고 표면적이기도 하면서,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면 또한 포함하고 있다.

등장인물의 독백 또한 그런 감성을 이어간다. 무대 위 등장인물이 스스로와 하는 대화는 관객이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고 지금 어떤 마음인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경험하게 만든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공연사진. 사진=코르코르디움 제공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공연사진. 사진=코르코르디움 제공>

◇ “모두 다 정말 연기 잘한다”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명품 연기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를 직접 관람하면서 감탄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이다. 연극적 연기라고 볼 수 있는 몰입된 집중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드라마처럼 잔잔하고 부드러운 연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박용수(아버지 역)와 우미화(어머니 역)는 공연 초반에 누워서 연기, 누워서 육성하는 발성부터 작은 불만을 속으로 삼키는 내면 연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공연사진. 사진=코르코르디움 제공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공연사진. 사진=코르코르디움 제공>

조주현(박상사 역)으로부터 뒤통수를 여러 차례 세게 맞으면서도 감정선에서 빠져나오지 않은빠 않은 염혜란(서면댁 역)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고은(지은탁 역)의 이모로 언니가 남긴 보험금을 노리는 악역으로 활약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억울하게 당하면서도 어쩔 줄 모르는 안타까운 역할로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염혜란은 명품 조연이면서도 명품 주연이라고 생각되는데, 서로 다른 캐릭터의 두 역을 소화하면서 실제로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 궁금해진다. 두 역 모두 본인 같다는 느낌을 줬는데, 연기력의 발휘인지 내면에 자리 잡은 서로 다른 본모습인지도 궁금하다. 어떤 경우이든 염혜란의 연기가 앞으로 더 기대된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공연사진. 사진=코르코르디움 제공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공연사진. 사진=코르코르디움 제공>

최정화(고모 역)과 하지웅(아들 역)의 연기도 균형을 잡으면서 공간을 채우는데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어떤 순간에는 존재감을 발휘하면서도 다른 장면에서는 분위기에 녹아들어 가는 연기를 두 사람은 펼쳤는데, 서로 같지는 않은 스타일이면서도 케미를 만들어냈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에서 돌대가리라는 취급을 받으면서도 박상사 없이는 못 산다고, 박상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서면댁을 보면서 척 불편하고 화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감성 코드의 연극에서의 여성 비하는 감동이 이어진 감정선 상에서 관객을 빠져나오게 만들 수도 있는데, 이 또한 염혜란의 명품 연기가 만든 몰입과 감정이입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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