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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진주조개잡이’(1) 관객들은 왜 비제의 걸작 ‘카르멘’처럼 ‘진주조개잡이’에 열광하지는 않는가?

발행일 : 2017-06-04 21:45:57

장 루이 그린다 연출, 장 필립 코레 재연출한 국립오페라단의 ‘진주조개잡이(Les Pecheurs de Perles)’가 6월 3일부터 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됐다. 김학민 예술감독이 이끈 국립오페라단은 세바스티앙 루랑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 그란데 오페라 합창단의 합창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었는데, 제8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일환이기도 했다.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대작인 ‘진주조개잡이’에 대해 관객들은 왜 ‘카르멘(Carmen)’을 관람할 때처럼 흥분하지 않는지와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에 대해 2회에 걸쳐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카르멘’에 대한 인기에서 재조명된 ‘진주조개잡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서곡에서부터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꽃의 노래’처럼 오페라 외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아리아가 즐비한 작품이다. ‘카르멘’을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또는 가장 감명 깊게 관람한 오페라라고 말하는 관객들이 많고, 그런 관객들이 비제의 또 다른 오페라를 갈망했기에 재조명된 작품이 ‘진주조개잡이’이다.

‘카르멘’에서 처음부터 관객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서곡과는 달리 ‘진주조개잡이’의 서곡은 아름답지만 구슬프다. 샤우팅 하는 듯한 질주의 아리아에 투박한 집시 플라멩코의 타악 리듬으로 감정을 북돋우는 안무를 펼치는 ‘카르멘’과 달리 ‘진주조개잡이’는 웅장하지만 어떻게 보면 갇혀있는 듯한 아리아와 구체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느낌의 안무가 많은 것을 생각해야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가 절제된 감정보다는 질주하는 정서를 선택했다면 등장인물의 캐릭터, 스토리텔링, 서곡 및 아리아가 모두 ‘카르멘’처럼 직접적이고 원초적으로 관객들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느낄 줄 아는 관객들뿐만 아니라 처음 오페라를 대하는 관객들에게도 친절하게 비제가 ‘진주조개잡이’의 카르멘식 버전을 만들었으면 ‘카르멘’과 함께 비제 오페라의 양대 산맥이 됐을 수도 있다.

◇ 사랑을 선택한 것인가? 우정을 선택한 것인가? 냉정하게 살펴보면 주르가는 우정도 사랑도 저버릴 수 없는 자신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진주조개잡이’는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사제 레일라(소프라노 최윤정 분)와 그녀를 사랑한 나디르(헤수스 레온 분)은 사랑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부족장 주르가(바리톤 김동원 분)은 우정을 선택한 것인가?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표면적으로 주르가는 죽음으로 우정과 사랑을 지켰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분석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정도 사랑도 저버릴 수 없는 자신을 선택한 것이다.

주르가는 자신을 찾아와 나디르를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레일라의 요청에 질투심을 느껴 두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주르가는 그들을 살리겠다고 마음을 바꾸지만 레일라에 대한 사랑 때문도 아니고, 나디르에 대한 우정 때문도 아니다.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예전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여인이 레일라임을 알게 된 후 살려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것 또한 보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마음에 부담이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주르가의 이런 마음은 현실적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오페라적 인물로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

◇ 오페라의 전형적인 삼각구도인 사고 치는 테너와 소프라노, 견제와 균형의 바리톤. 그러나 ‘진주조개잡이’에서는?

오페라는 대부분 사고 치는 테너와 소프라노, 말리는 바리톤의 삼각균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진주조개잡이’에서 바리톤이 맡는 역인 주르가는 질투심과 분노, 지켜야 할 규율에 속박당한 인물로, 사고 치는 테너와 소프라노가 평정심을 찾게 만드는 인물이 아니다. 그런 역할은 베이스(누라바드 역 김철준)가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주르가 또한 갈등을 증폭하고 격발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나디르와 레일라가 제대로 질주하기가 어렵다는 제한이 생긴다. 드라마 시청자들이 말하는 요즘식 표현으로 말하자면 시원한 사이다 전개라기보다는 답답한 고구마 전개가 이어지는 것이다.

관객들은 ‘진주조개잡이’의 주르가에 감정이입하기에도 찝찝함이 있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진주조개잡이’에서의 이러한 아쉬움을 거꾸로 ‘카르멘’에 적용하면 왜 관객들이 ‘카르멘’에 열광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번 시즌 국립오페라단은 원초적이고 감각적이며 대중적인 작품들보다, 자주 접하기 어려운 생각할 수 있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다. 레퍼토리의 확대에 따른 발전일지, 작품성에 초점을 맞춰 대중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인지는 몇 년이 지난 후에 되돌아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국립오페라단의 이런 독창적인 행보는 관객들의 호불호 여부를 떠나 새로운 시도라는 면에서 무척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다음 시즌 국립오페라단이 창작 오페라에 더욱 신경 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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