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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듀얼’(2-2) 같은 인물, 선과 악을 분리한 캐릭터 만들기

발행일 : 2017-06-06 11:12:13

OCN 토일드라마 ‘듀얼’ 제2화에서 같은 인물을 복제해 선과 악을 분리한 캐릭터를 만든 것을 실제 드라마 창작 과정에서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겪는 고충과 연관해 생각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각 캐릭터의 성격이나 성향 등이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창작 과정에서 각각의 캐릭터에 감정이입해 대사와 행동을 만들려면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생각 자체도 철저하게 분리돼야 한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그렇기 때문에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정이입을 잘하고 캐릭터를 디테일까지 철저하게 분리할 수 있는 똑똑한 작가의 경우 실제로 자아분열을 겪을 수도 있다. 창작의 고통은 전체적인 이야기를 만드는데 머물지 않고, 세부적인 디테일을 만들 때 더욱 크게 작용하며 이는 얼마나 개연성 있게 몰입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 우리는 두 양세종 사이에서 살고 있다. 선한 양세종이 먼저 나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선의 복제 인간 이성준과 연쇄 살인범이 된 복제 인간 이성훈은 양세종이 연기하는 두 극단의 캐릭터이다. 우리는 철저한 이성준도 아닌 철저한 이성훈도 아닌 그 중간의 위치로 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제1화에서는 모습만 살짝 보였는데, 제2화에는 선의 복제인간인 이성준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선의 캐릭터가 먼저 펼쳐진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만약 악의 캐릭터가 먼저 나왔으면 시청자들에게 선입견이 생겨 선의 캐릭터 또한 삐딱하게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이 악이 되기는 쉽지만, 악이 선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조차 또 다른 선입견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게 들고 선입견 형성이 덜한 선의 캐릭터를 먼저 드러낸 설정은 돋보인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나에게도 수연이 소중하니까”라고 말한 김정은의 말은 어떤 암시를 가지고 있을까?

강력부 여검사 최조혜 역의 김정은은 장득천 역의 정재영에게 “수연이 나도 찾고 싶어”라고 말하며 “나에게도 수연이 소중하니까”라고 덧붙인다. 김정은의 대사는 무엇을 암시할까?

김정은이 이나윤(장수연 역)을 찾으려는 이유와 목적, 동기는 아직 드러나있지 않다. 이나윤이 납치된 이유 또한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줄기세포를 이용한 복제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2화의 여러 장면은 암시하고 있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범죄에 악용된다면 복제 인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준 ‘듀얼’

‘듀얼’ 제2화에서 선의 복제 인간 이성준은 납치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다. ‘듀얼’은 복제 인간이 범죄에 악용된다면 얼마나 위험할 것인지 스토리텔링을 통해 알려준다. 보통 다른 사람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는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만약 범죄자가 복제 인간을 만들어 그 복제 인간을 자신 대신 감옥에 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똑같은 복제 인간을 만든다는 것도 무척 위험성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듀얼’에서처럼 선악을 분리하고 선택해 복제 인간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바둑대결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막연한 위험과 공포가 아닌 현실일 가능성이 높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듀얼’의 설정은 범인 색출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성준과 이성훈이 같은 복제 인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성훈의 범죄 현장에서의 지문이 이성준과 똑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성준을 범인으로 확정하는 오류를 범한다.

‘듀얼’에서의 이러한 설정은 범인 색출 시스템의 장단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지문인식, 거짓말탐지기, CCTV, 고전적인 직접 조사법은 모두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특정한 조건에서 각각 큰 결함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듀얼’은 생각하게 만든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초반부터 강한 연기력 논란, 초반의 호평과 악평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듀얼’에서 1인 2역의 양세종은 등장하는 장면마다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잘생긴 외모 덕분이기도 하기만, 각기 다른 역을 캐릭터에 맞게 소화해내는 양세종의 연기력을 시청자들이 칭찬하면서 감탄하는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도원장의 아들인 의사 도인범 역을 맡았던 양세종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약간 붕붕 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간 양세종의 연기력이 월등하게 향상됐을 수도 있지만, 도인범 캐릭터는 그렇게 소화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양세종은 그에 맞던 연기를 했던 것이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제2화에서 정재영은 우는 연기를 할 때 눈동자까지 빨갛게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재영을 보면 연기하다가 실제로 탈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을 정도로 강하게 오열하는 몰입감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듀얼’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연기력에는 엄청난 호평이 있는데, 예외적으로 김정은의 연기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는 시청자들이 많다. 그런데, 김정은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인지, 얄미운 행동을 하는 최조혜 캐릭터에 대한 불만인지, 아니면 최조혜를 최조혜답게 제대로 표현했기에 받는 오해인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최조혜 캐릭터와 김정은의 연기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현재로서는 ‘듀얼’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날카롭게 몰입하는 것도 좋지만, 드라마 초반에는 시청자들이 좀 더 너그럽게 포용해준다면 진가가 발휘될 시간이 더욱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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