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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비밀의 숲’(2-1) 감정 표현하지 않는 연기를 통해 감정 표현하는 조승우

발행일 : 2017-06-14 16:17:40

안길호 연출, 이수연 극본의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제2화에서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이 체포한 용의자(윤경호 분)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살하고, 담당경찰 한여진 경위(배두나 분)는 용의자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를 발견한다.

‘비밀의 숲’은 드라마 시작 시에 ‘본 드라마의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는데, ‘본 드라마의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모두 실제가 아닙니다’ 또는 ‘본 드라마의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모두 허구입니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디테일하게 시청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뉘앙스를 남겨뒀다는 점은 흥미롭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연기를 통해 감정 표현을 하는 조승우

‘비밀의 숲’에서의 황시목은 ‘비밀의 숲 : 더 비기닝’에서 조승우가 밝혔던 바와 같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감정이 없지만, 생각, 표정이 없는 것은 아닌 인물이다.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고, 평범함 감정들조차 본인은 좀 무디게 느끼면서 살아온 인물이 황시목이다. 기쁨도 슬픔도 무뎌진 캐릭터인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이었다면 글로 설명하고 표현하는 것으로 끝났을 수 있는데, 드라마 속 인물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방법은 조승우의 연기를 통해서이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는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연기를 통해 감정 표현을 해야 한다. 연기에서 감정을 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은 간직했으나 무뎌진 상태이기 때문에 느끼거나 표출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감정을 잃어버렸기에 감정을 억제해야 하기도 하다.

오직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감정을 잃은 검사이지만 능력만큼 많은 생각과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무미건조하게 기계적인 인간으로 표현한다면 황시목 캐릭터의 매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는 영화 ‘내부자들’에서의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를 소화한다는 점도 시청자들이 감정 표현하지 않는 감정 표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데 기여한다. 기존과 같은 캐릭터였다면 감정이입해 바라봐야 하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캐릭터가 희석돼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

감정이 없던 사람이 어떻게 감정을 구축하는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이 느낀 일부 감정으로 몰입되고 집중된 행동과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절대 쉽지 않은 황시목 캐릭터일지라도 조승우라면 누구보다도 잘 소화할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얼마나 초과해서 충족하게 만들지 기대가 된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배두나가 한여진을 소화하는 것인가? 한여진이 배두나에 맞춰진 것인가?

‘비밀의 숲’을 보면 용산경찰서 강력계 경위 한여진 역을 맡은 배두나는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배두나의 연기력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여진 캐릭터가 배두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한여진 캐릭터가 이 타협 제로에 무대포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일반적으로 다혈질이면서 무척 강력하고 두려운 캐릭터라고 상상할 수도 있다. 배두나는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타협하지 않는다기보다는 그냥 타협하는 거 싫어해서 안 하는 쿨한 스타일로 보인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작가와 연출이 설정한 한여진 캐릭터일 수도 있고, 배두나가 해석해 연기한 캐릭터일 수도 있는데, 이런 점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형사 조승우와의 케미를 더 재미있게 만든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여진 캐릭터가 따뜻한 심성을 가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배두나가 소화한 한여진은 두 가지 서로 다른 내면을 상황에 따라 펼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내면이 모두 진실인 것으로 전달되도록 한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 더 비기닝’에서 조승우가 언급했던 배두나 연기의 진실성은 한여진 캐릭터의 설정에서 나왔다고 볼 수도 있고, 한여진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표현한 배두나의 연기력에서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

‘비밀의 숲’에서 한여진은 황시목을 백업하는 캐릭터일 수도 있고, 황시목과 같이 질주하는 캐릭터일 수도 있다. 둘 중 하나이거나 둘 다 해당될 경우에도 어떤 상황에서는 먼저 황시목을 이끌 수도 있다. 배두나에게서 그런 한여진이 상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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