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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국립무용단 ‘리진’ 곡선 형태의 거대한 LED 패널의 영상은 심리적 자막으로 보이고, 음악은 내면의 소리로 들린다

발행일 : 2017-06-29 10:49:39

국립무용단의 신작 ‘리진(Lee Jin)’이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2016~201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작품으로, 김상덕 예술감독의 안무, 김성국 음악감독의 작곡, 정승호 무대디자이너의 무대로 조선 궁중 무희 리진을 그려냈다.

우리의 전통무용을 기반으로 한 무용극의 부활이라는 의미를 가진 ‘리진’에서 무용수들의 춤사위는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면서 등장인물의 다양한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복잡다단한 심리 자체를 표현하는 것은 상징적일 수밖에 없고, 스토리텔링을 생각하며 관람하다 보면 단 한 번의 관람으로 디테일한 움직임이 내면의 어떤 면을 표현하고 발산하고 있는지 오롯이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다.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에서 곡선 형태의 거대한 LED 패널과 이 패널에서 나타내는 영상에 맞춰 펼쳐지는 음악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직간접적으로 가이드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리진’에서 영상은 심리적 자막으로 보이고, 음악은 내면의 소리로 들린다.

◇ 우리 전통무용을 기반으로 한 무용극의 부활,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소재에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리진’은 조선시대 궁중 무희 리진(이의영, 이요음 분)의 이야기이다. 제1막에서는 조선 궁궐을 배경으로 했고, 제2막은 플랑시(황용천, 조용진 분)와 함께 떠난 프랑스에서 리진의 행복한 삶과 이를 방해하는 도화(장윤나, 박혜지 분), 원우(송설 분)로 인해 비극적 최후를 맞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은 공연 시작 시 사람은 죽지만 춤은 살아있고, 우리는 그 춤을 추는 것이라는 내레이션을 들려준다. 리진의 이야기를 미리 알고 있지 못했던 관객도 공연이 끝나면 이 내레이션의 의미에 대해 깊게 느끼게 될 것이다.

‘리진’은 세계 예술계의 트렌드에 맞춰 스토리텔링에서 설명이 아닌 함축에 초점을 뒀다.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인데, 함축적 움직임은 스토리텔링을 배제하고 무용 자체로만 봤을 때도 의미 있고 감동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있다.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리진’에서 영상은 심리적 자막이고, 음악은 내면의 소리이다

‘리진’ 초반부에는 LED 패널에 영상이 표현될 때 무용수들은 빠른 움직임으로 뛰어다니며 안무를 소화한다. 이때 음악은 타악의 리듬이 강조되는데, 시각적, 청각적으로 관객들의 심장박동수를 높인다.

이는 관객들은 흥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관객의 성향에 따라서 몰입할 경우 불안하거나 초조하게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음악과 영상, 안무에 동시에 몰입하면 리진의 행복이 위태로움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전달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을 직접 관람하면 사운드와 영상을 무척 잘 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수현 영상 디자이너, 마선영 조명 디자이너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얼마나 콘셉트와 디테일에 모두 강한지 알게 되면 공연 중간에 박수치고 싶을 정도로 감탄하게 된다.

음악이 내면의 소리로 표현된 작품은 많지만, ‘리진’에서는 영상을 심리적 자막으로 적용했다는 것은 무척 돋보인다. 곡선 형태의 띠 모양의 LED 패널에 영상을 표현했기에 크고 길지만 가느다랗게 연결된 영상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과 심리상태가 길게 이어져 있지만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예스러움과 디지털적인 측면이 조화를 이룬 공연

‘리진’은 디지털적인 영상과 예스러운 춤이 조화를 이룰 때 묘한 희열을 전달한다. 남자 무용수의 춤과 여자 무용수의 춤도 뉘앙스를 달리해 동시에 표현하기도 한다. 사진사 역할을 맡은 등장인물은 무대 속으로 들어가는데, 무대에 가까이 간다는 정서는 관객들과 무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군무를 출 때 칼군무를 고집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같거나 비슷한 동작을 하지만 무용수 각자가 자신감 있게 자신의 안무를 소화하는 모습은 고급스러운 개성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는데,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아마데우스’, ‘햄릿’ 등 유럽 스타일의 뮤지컬에서의 군무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 전달됐다.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LED 패널을 이용한 영상으로 만든 새로운 공간, 다른 무용수들을 존중하는 주연 무용수의 아름다운 마음

곡선 형태의 LED 패널은 처음에 길게 늘어뜨린 U자 형태로 위치해 무대를 확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는데, 180도 회전하니 공간을 가두고 있다고 강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공연 마지막에 LED 패널은 무대 바닥과 평행하게 위치를 변경했는데, 천장에서 내려온 27개의 조명과 회전 무대와 함께 누워서 펼친 안무는 극을 이끌어오던 정서에 대해 작은 반전을 주고 마무리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리진’의 커튼콜 때 조명과 음악은 디지털적인 공간으로 무대를 변화시켰는데, 무용수들이 무대 인사를 하기 위해 나오는 모습도 멋진 안무 그 자체였다. 주연 무용수들은 무대에 나올 때 다른 무용수들에게 미리 인사를 한 후 무대 중앙으로 이동해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는 지휘자가 연주를 마친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기 전에 오케스트라에게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했는데, 주연 무용수들의 겸손함과 다른 무용수들을 대한 존중하는 마음은 관객들에게도 훈훈한 여운으로 이어졌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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