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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조정현! 명확한 리드를 하면서 연주자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는 지휘자

발행일 : 2017-07-03 17:30:49

무대에서 음악에 심취해 연주자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으면서도 명확한 리드를 놓치지 않는 지휘는 예술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충족하면서, 성악가와 피아니스트, 그리고 관객들을 같은 팀이 되도록 해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세종 카메라타 오페라 리딩공연 ‘비행사’의 지휘자 조정현의 이야기이다.

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이하 지휘자 조정현과의 일문일답

◇ 재능 있는 지휘자, 인정받는 음악감독, 열정과 탁월한 해석의 교육자 조정현

- 조정현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작곡과 지휘전공 및 신시내티 음대 지휘과 석사와 동 대학 오페라과 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했습니다. 28세 때 세종문화회관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의 음악 감독으로 발탁돼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도미해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지휘자, 피아니스트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신시내티 대학원을 졸업하기 직전, 극음악에 대한 열정과 해석, 교육자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아 모교로부터 오페라과 교수직을 제안 받아 현재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젊은 성악가들을 가르쳤습니다.

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 창작 오페라 ‘비행사’에 살아있는 에너지를 불어넣은 조정현

- 이번에 연주하신 오페라 ‘비행사’ 에 대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비행사’는 난해하거나 지루할 것이라는 창작 오페라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극복하고 연주자와 관객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를 고루 갖춘 작품입니다. 조정일 선생님(극작가)의 대본은 상징적이면서도 우리말 고유의 미를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고, 나실인 선생님(작곡가)의 음악은 간결하면서도 극적인 표현력과 아름다움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있죠. 사실, 나 선생님이 작곡을 맡았기에 이번 공연에 꼭 함께 하기를 희망했었고, 역시나 지난 한달 간 정말 기쁘게 작업했습니다.

이번에 공연해주신 성악진 또한, 노래는 물론이거니와 맡았던 개개인의 배역에 깊게 몰입하여 최고의 해석을 보여주었습니다. 타이틀 롤의 전태현 선생님을 비롯해, 모든 성악가들이 더 나은 표현과 가사전달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피아니스트 고우리 선생님도 다채로운 컬러와 정확한 연주로 비행사의 이야기를 끌어갔습니다.

자연스러운 음악과 대본 덕분에 연주자들이 배역에 쉽게 동화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연습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의구심이 들거나, 고민하지 않고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즐겁고 보기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블루다뉴브 콩쿨 시상식(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블루다뉴브 콩쿨 시상식(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지휘자는 악보에 충실하게 정박자의 모범적인 지휘를 하는 분과 감각과 필을 중시해 지휘하는 분으로 나뉘어 보입니다. 물론 두 가지 스타일에 따라 곡의 해석은 무척 다르게 느껴집니다. 세종 카메라타 오페라 리딩공연 ‘비행사’ 지휘 때 조정현 선생님은 노래를 입모양으로 같이 부르기도 하고 지휘 의자에 기대앉기도 하는 등 필을 충분히 표현하면서도, 피아노 연주자와 성악가들에게 명확하게 신호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본인의 지휘가 가진 매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명확한 지시로 앙상블을 이끌어가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지휘자의 소양입니다. 하지만 지휘자는 악보 너머에서 연주자들에게 끊임없이 음악적인 영감을 불어넣어줘야 하는 사람이지요. 기본과 영감 사이에서 그 순간 연주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동작을 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연주자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화합하여 성공적인 연주를 하게끔 리드하는 것 또한 제가 중요시 여기는 점입니다. 이것들은 제가 가진 매력이 아니라 항상 음악을 대하며 추구하는 지향점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살레르노 베르디 극장 ‘세비야의 이발사’ 리허설장면(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살레르노 베르디 극장 ‘세비야의 이발사’ 리허설장면(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 조정현이 바라보는 오페라

- 오페라의 경우 메인 노래인 아리아와 대사를 노래로 표현한 레치타티보, 징슈필에서처럼 대사를 대사로 직접 표현하기도 합니다. 공연에서 각각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떤 조합으로 이뤄질 때 오페라답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극의 긴장감을 표현하고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이 대사이든, 아리아든, 아니면 레치타티보이든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 말하는 것과 가장 유사한 방법으로 정보전달을 하는 것이 가장 용이하기 때문에 대사부분이 음악과 따로 분리된 형식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이번 세종 카메라타 창작곡 4곡 전부 이런 형식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연극이나 뮤지컬과는 달리, 오페라를 이끌어 가는 것은 성악과 기악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음악적인 즐거움일 것입니다. 만약, 오페라를 보고 음악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더한 쾌감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좋은 공연일지언정 성공한 오페라라고 부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대한 개인차는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며 개인의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휘자 조정현, 음악가 조정현, 인간 조정현

- 조정현 선생님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무대에서 연기를 하셔도 충분할 만큼 에너지와 흥이 넘친다고 보입니다. 지휘 이외의 본인의 장점, 그리고 지휘 이외에 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가요?

장점이라, 글쎄요. 음악가로서는 당연한 덕목이지만, 맡은 연주에 성실하게 집중하는 자세 정도일까요? 그리고, 무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가 극음악, 오페라에 이끌려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지휘 이외엔 피아니스트로서 바이올리니스트인 제 아내를 비롯해, 다른 연주자, 성악가들과 앞으로도 더 많은 연주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음악 외적인 것이라면, 두 아들이 태어난 후, 몇 년간 못했던 영화 관람을 아내와 꼭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살레르노 베르디 극장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장면(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살레르노 베르디 극장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장면(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 지휘자 조정현, 음악가 조정현, 인간 조정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인간 조정현이 곧 음악가 조정현이고, 음악가 조정현이 곧 지휘자 조정현입니다. 그 셋을 구분 짓는 선은 모호한 것 같습니다.

지휘할 때는 제 자신을 버리고 다른 음악가들이 더 좋은 음악을 위해 화합할 수 있도록 집중하곤 합니다. 음악가로서는 다양한 장르와 악기들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고 연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간으로서는 평범한 삼십대 가장입니다.

- 마무리를 하면서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리딩공연을 준비하고 공연하며, 한국 창작오페라에 많은 분들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고 계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매 공연 종료 후 이뤄진 간담회에서 격려와 찬사의 말씀으로 자리를 빛내주신 원로 작곡가 선생님들부터, 그날 오페라를 처음 접했는데 너무 좋았다고 소박한 감상을 밝히던 학생까지. 이 모든 분들이 한국 오페라계의 뿌리이자 원동력이라고 할 것입니다.

훗날, 한국음악사에 기념될 한 장면에 참여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앞으로도 음악과 오페라를 사랑하는 관객 여러분들에게 더 좋은 공연으로 만나 뵐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루세 주립극장 ‘피가로의 결혼’ 공연장면(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루세 주립극장 ‘피가로의 결혼’ 공연장면(지휘자 조정현). 사진=조정현 제공>

◇ 조정현 프로필

지휘자 조정현은 서울대학교 작곡과 지휘전공 및 신시내티 음대 지휘과 석사와 동 대학 오페라과 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28세 때 세종문화회관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의 음악 감독으로 전격 발탁돼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도미하여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지휘자, 피아니스트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시내티 대학원을 졸업하기 직전, 극음악에 대한 열정과 탁월한 해석, 교육자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아 모교로부터 오페라과 교수직을 제안 받아 현재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젊은 성악가들을 가르쳤다.

데뷔 이래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팔리아치’, ‘외투’, ‘쟌니 스키키’, ‘이도메네오’,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투란도트’,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피터 그라임즈’ 등 수십 편의 오페라를 공연했다.

광주시향, 부산시향, 부천시향, 국립오페라단, 서울시오페라단, 신시내티 오페라, 루세 오페라, 로체스터 필하모닉 등 국내외 정상급 단체들과 함께 연주해오고 있다.

2015년 이탈리아 살레르노 베르디 극장에서 유럽 무대에 데뷔하며 오페라의 본 고장에서 현지 관객들에게 극찬을 이끌어 냈으며, 현대음악에도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줘 국내와 미국에서 여러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의 초연, 재연의 지휘를 맡아왔다.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도 꾸준하여, 2016년 예술의 전당 교향악 축제에서는 강남심포니와 함께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의 피아노 주자로 나서 호평을 받았다.

2015년 제6회 블루 다뉴브 국제 지휘 콩쿨(구 벨라 바르톡 국제 지휘 콩쿨)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해 주목받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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