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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서울시무용단 ‘더 토핑’(3) 한국무용과 우도농악(부포놀이) 만난 전진희 안무자의 ‘계집, 女’

발행일 : 2017-07-07 15:44:30

7월 6일부터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2017 서울시무용단 정기공연 ‘The Topping; 더 토핑’의 세 번째 공연은 한국무용과 우도농악(부포놀이)이 만난 전진희 안무자의 ‘계집, 女’이다.

‘한국무용을 토핑하라!’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다른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신선한 무대를 꾸미고 있는데, 농악의 부포놀이는 그 자체로도 무용이라고 볼 수 있기에 장르 외적 컬래버레이션임과 동시에 무용이라는 장르 내적 컬래버레이션을 동시에 추구했다고 볼 수도 있다.

‘더 토핑’ 중 ‘계집, 女’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더 토핑’ 중 ‘계집, 女’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농악 리듬에 맞춰 펼치는 안무

농악은 농촌 사회에서 집단노동을 할 때와 명절 등의 행사 때 흥을 돋우기 위해 연주되는 음악이다. 가만히 앉아서 연주하는 음악이 아닌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연주되는 음악인데, 움직임은 음악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장치라기보다는 별개의 무용으로 간주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농악을 무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농악 리듬에 맞춰 펼치는 ‘계집, 女’는 한의 정서와 서글픈 감성뿐만 아니라 흥겨우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을 동시에 또는 교차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영호 농악대원이 머리에 쓴 상모에 달린 장식품 중의 하나인 부포는, 여자 무용수에게 오브제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조명으로 만든 공간은 무대 위 원형 조명으로 변화되는데, 무용수들이 입은 흰색 의상은 조명에 따라 약간씩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데, 만약 총천연색의 의상이었다면 조명이 만든 공간과 정서 속에 개별 무용수들이 오롯이 들어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계집, 女’에서는 인도음악을 연상하는 듯한 느낌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여자 무용수의 군무 중에 요가 자세를 서서히 구현하는 듯한 동작이 있다는 것과 연관해 생각할 수도 있다.

무대 위에 누워 있는 네 명의 여자 무용수와 무대 위에 뒤돌아 앉아 있는 한 명의 여자 무용수의 다섯 명이 무대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에, 무대 정면 중앙 관객석에서 봤을 때 처음에는 보이지 않지만 노출된 발을 통해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한 명의 남자 무용수가 함께 했는데, 기다림과 외로움의 정서가 나중에 극적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암시적 기능을 했다.

‘더 토핑’ 중 ‘계집, 女’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더 토핑’ 중 ‘계집, 女’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첼로 음악으로 상징하는 여성, 방울 소리로 상징하는 남성

첼로는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음색을 내는 악기로 알려져 있다. 바이올린을 여자에 비유한다면 첼로는 남자에 비유하게 되는 이유는, 첼로가 가진 굵고 진한 선율 때문이다.

그런데, ‘계집, 女’에서 첼로 음악은 여성성을 나타낸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계집, 女’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단순히 여자의 이야기만은 아니고, 여성성에만 주목한 이야기도 아니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첼로 음악이 여성을 상징한다는 것은, 방울 소리가 남성을 상징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계집, 女’는 한국무용을 베이스로 우도농악의 부포놀이가 토핑 된 공연인데, 농악이 소리가 만드는 안무, 안무로 표현하는 소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무뿐만 아니라 소리가 가진 상징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낸 점 또한 돋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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