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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택시운전사’(1) 한 번의 변화가 아닌 두 번의 변화로 캐릭터와 영화를 고급스럽게 만들다

발행일 : 2017-07-12 10:07:25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A Taxi Driver)’는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을 태우고 광주로 향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 작품은 감정과 정서를 끌고 가는 방법을 무척 세련되게 끌고 간다.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조율해, 세미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올해 천만 관객 돌파가 유력한 영화로, 일반 개봉하면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작품이다.

본지는 ‘택시운전사’에 대해 기자의 시선과 배우의 시선에서의 리뷰를 각각 공유할 예정이다.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 배현경 배우의 시선을 통해, 배우가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깊게 들어간다

‘택시운전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인물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볼 수도 있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와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지 못 하는, 아니 살 수 없는 이야기를 오버랩해 담고 있다.

영화는 택시를 운전하는 ‘단발머리’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면서 시작한다. 무거운 주제의 영화를 산뜻하게 시작하는 똑똑한 선택인데, 택시, 버스 등 그 시절의 모습은 점차적으로 영화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는 바로 광주의 이야기로 들어가지 않고 송강호의 일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택시기사의 도리, 인간의 도리,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영화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영화에서 송강호는 자신의 차(택시)를 무척 애지중지하게 여긴다. 내게 소중한 차와 내게 소중한 자유와 인권은 결국 인간 본연의 기본으로 연결된다. 짧지 않은 러닝타임과 긴 호흡으로 서서히 변하는 감정의 변곡은, 영화 도중 여러 차례 울먹임을 반복하게 만든다.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감정과 정서에 대한 이야기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는 감정과 정서를 공감하고 공유하는 타이밍과 포인트가 정 많은 광주 택시운전사 유해진(황태술 역), 꿈 많은 광주 대학생 류준열(구재식 역), 진실을 알리고픈 광주 지역 신문기자 박혁권(최기자 역) 등과 다르다.

광주에 가서 실상을 보고도 바로 동조하지 않았던 송강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동조된 감정을 가지기도 하지만, 본인의 연락처를 토마스 크레취만에게 거짓으로 알려주는 방법으로 다시 빠져나온다.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만약 송강호가 초반부터 크게 후킹 돼 같은 시야로 바라봤으면 관객은 성향에 따라 관람 전 마음을 그대로 가져갔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빠져들지 않은 송강호로 인해 관객은 바로 몰입하거나 분노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광주시민의 정서로 바로 들어가지 않은 송강호의 감성은 처음부터 분노나 저항이 아니었는데, ‘택시운전사’에서 감정과 정서를 끌고 가는 방법, 세미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만든 방법과 연계돼 더욱 깊게 공감하도록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의 정서와 감정은 표면적으로 한 번이 아닌 두 번의 변화를 겪는다. 두 번을 통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한 번의 변화를 겪은 채 다시 돌아온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게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두 번의 변화는 송강호가 맡은 김만섭 캐릭터를 고급스럽게 만들면서, ‘택시운전사’ 자체 또한 고급스럽게 승화하는 역할을 한다. 송강호는 언론시사회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필자의 이에 대한 질문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후 실제 김만섭이 느꼈던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일 것이라고 마무리해 감동을 줬다.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 뒤늦게 깨달은 내적 갈등! 어떤 모습으로 천만 영화가 될 것인가?

‘택시운전사’에서 뒤늦게 깨달은 송강호의 내적 갈등은, 그 당시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 너무 어렸거나 그 당시에 태어나지 않아서 잘 모르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같은 내적 갈등을 겪게 만들 수 있다.

송강호의 내적 갈등이 정치적인 선택이 아니었기에 더욱 많은 울림을 전달한다. 인간 본연의 마음에 대한 직면과 자각, 반성과 성찰은 ‘택시운전사’를 보고 난 후 아픈 역사에 대한 기억에만 머물지 않고 그 희생을 바탕으로 만든 시대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을 인지하게 만든다.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택시운전사’ 후반부의 카체이싱은 위급한 상황에 대한 묘사와 함께 상업영화가 가져야 할 무게감의 정도를 균형 있게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긴장이 최고조에 오른 순간에 긴장과 이완을 반복해, 관객들이 무작정 한쪽 정서로만 쏠리는 것을 방지한 점도 눈에 띈다.

‘택시운전사’는 일반 개봉한 후 일반 관객들과 다시 꼭 보고 싶은 작품이다. 어떤 시점과 포인트에서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전체적인 면 혹은 디테일에 있어서, 여름 텐트폴 영화의 특성상 관객과 언론 평단의 온도차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천만 영화로 자리매김할 것이 유력한 ‘택시운전사’가 얼마 만에 그 타이틀을 가지게 될지, 어떤 관객들로 그 위치에 오르게 될지, 그 후에 어디까지 질주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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