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3요? 연비가 좋아서 골랐는데 참 만족해요. 그런데 등받이 다이얼을 일일이 돌려서 조절하는 게 참 불편하네요. 차선 변경 경고음 기능도 없어요.”
“트랙스는 힘이 좋아서 골랐어요. 하지만 수납공간이 적고 내부가 좀 투박하고 낡은 느낌이에요. 무선충전 기능도 없고요.”
“멋진 디자인과 좋은 프로모션 조건 때문에 티볼리를 선택했죠. 엔진 소리는 크지만 힘이 부족한 게 불만입니다. 노래를 듣고자 해도 엔진 소리에 묻혀요. 대화하는 데 거슬릴 정도에요.”
현대자동차가 소형 SUV ‘코나’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보여준 영상은 의외였다. 현대차가 이토록 국내 경쟁 업체를 의식한 적이 있던가. 게다가 영상에 나오는 내용은 모두 ‘팩트’였다. 경쟁사를 무조건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도 교묘하게 약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현대차 류창승 이사는 “내부에서 변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코나는 경쟁사보다 늦게 나온 만큼 상대의 약점과 장점을 치밀하게 분석한 흔적이 보인다. 다부진 외관은 균형이 잘 잡혔다. 다만 수입차인 시트로엥 C4 칵투스와 나란히 놨을 때 멀리서도 구분될지는 미지수다. 주간주행등이 위로, 헤드램프가 아래로 배치된 디자인 때문이다.
동승자인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와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범퍼에 달린 헤드램프다. 범퍼는 충격을 흡수하는 게 본연의 임무인데, 여기에 커다란 헤드램프가 달려도 괜찮을까? C4 칵투스의 경우는 헤드램프 앞에 두툼한 범퍼가 달려 있는데, 코나는 이게 없다. 게다가 C4 칵투스의 앞모습은 비교적 평평한 데 비해 코나는 좌우 코너의 각이 크다. 이렇게 되면 범퍼에 내장된 헤드램프의 조사각도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차고가 낮은 덕에 타고내리는 편하다. 치마를 자주 입는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겠다. 실내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없다. QM3의 서랍식 글로브 박스, 티볼리의 D컷 스티어링 휠 같이 특징적인 포인트를 찾을 수 없다. 오렌지 또는 블루 컬러 패키지가 있지만, 이 옵션은 최고급형인 프리미엄(2425만원)에서만 고를 수 있고 10만원을 더 줘야 한다.
출발 전에 코나에 처음 적용된 멜론 앱 미러링크 기능을 시도해봤는데, 결국은 실패했다. 안내서에 나온 대로 ‘멜론 for 현대‧제네시스’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작동이 되지 않았다. 멜론 개발팀 직원을 불러 해결을 부탁했으나 그 역시 답을 찾지 못했다. USB 연결은 아예 쓰지 말고 블루투스만 쓰도록 하는 게 나을 듯하다.
시승회에 준비된 모델은 1.6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4륜구동 모델이다. 디젤 모델만 갖춘 기아 스토닉을 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코나에 얹은 1.6 가솔린 터보 엔진은 아반떼 스포츠의 204마력 엔진과 상관없는, 투싼에 얹은 것과 같은 유닛이다. 공차중량의 경우 가솔린 2WD 17인치 모델 기준으로 코나가 투싼보다 185㎏ 가볍다. 그러나 시승차인 4WD 18인치는 1460㎏으로 2WD 16인치에 비해 140㎏이나 무겁다. 성인 남자 두 명이 더 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시승하는 내내 차체가 무겁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가속력은 트랙스 가솔린 모델보다 낫지만, 어딘가 움직임이 둔한 느낌이다. 시승을 마치고 다른 기자들에게 물어봤는데 대부분 같은 의견을 얘기했다. 투싼 1.6 가솔린 모델은 2WD만 있는데, 코나에서 이 엔진으로 4륜구동까지 시도했다. 가뿐한 몸놀림을 위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상대적으로 앞바퀴굴림 모델은 한결 가뿐한 움직임을 보일 거라는 기대도 든다.
SUV임을 감안하면 핸들링은 괜찮은 편이지만, 승용차 다루듯이 하면 롤링이 크게 느껴진다. 만약 같은 코스에서 티볼리와 짐카나 경주를 벌이나면 티볼리를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코나는 앞서 언급했듯이 경쟁차를 면밀히 분석해 완성해 냈다. QM3보다 시트 조절이 편하고, 트랙스보다 편의장비가 풍부하며, 티볼리보다 조용하다. 혼다 HR-V는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코나가 낫다. 그러나 강력한 한 방, 즉 ‘카운터펀치’가 부족하다. 진수성찬으로 가득한 한정식 코스요리가 나왔지만, 막상 먹고 난 이후 기억에 남는 메뉴가 없는 셈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코나 신차발표회에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되면 동급에서는 가장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춘 모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선택의 폭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먼저다. 4륜구동 모델의 주행성능을 개선하고 인테리어를 좀 더 다듬는다면 훨씬 높은 완성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