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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마타하리’(3) 가장 순정파는 민영기가 아닐까?

발행일 : 2017-07-18 16:45:44

EMK뮤지컬컴퍼니 제작, SHE’S BACK! 뮤지컬 ‘마타하리’(이하 ‘마타하리’)가 6월 16일부터 8월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마타하리’는 수요일 오후 3시에 평일 낮 공연이 펼쳐지는데, 관객석이 거의 가득 찬다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의 연령과 성별도 다양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냉정하고 완벽주의자인 프랑스군의 라두 대령(민영기, 김준현, 문종원 분)을 맡은 민영기의 연기를 밤 공연과 낮 공연에서 각각 보니 ‘마타하리’에서 라두 대령은 가장 냉철한 인물임과 동시에 마타하리(옥주현, 차지연 분)에 대해 가장 순정파인 인물일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마타하리’ 민영기(라두 대령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마타하리’ 민영기(라두 대령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평일 낮 공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마타하리’ 낮 공연의 다양한 성별과 연령층의 관객들을 보면서 작지 않은 틈새시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됐다. 그 시간에 관람할 수 있는 사람은 주부들이거나 방학을 맞은 대학생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저녁 시간에 일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 야간근무자, 그리고 휴가 또는 연차를 받았는데 낮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별도의 스케줄을 만들 수 없던 관객들에게는 축복 같은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외국에서 문화여행 온 관광객의 경우에도 밤에는 한국의 야외 문화를 즐기고 낮에는 문화공연을 만끽할 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게 생각된다. 고궁이나 인사동에 가면 낮 시간에 외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은 작게 펼쳐지는 공연에도 무척 관심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낮 공연을 효율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마타하리’ 옥주현(마타하리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마타하리’ 옥주현(마타하리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마타하리에서 가장 순정파인 인물은 라두 대령이 아닐까? 놀라운 가창력으로 절절한 내면을 표현한 민영기

‘마타하리’에서 누구누구가 마타하리를 좋아하는가 살펴보니,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마타하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타하리를 감시하다 사랑에 빠지는 아르망(엄기준, 임슬옹, 정택운 분), 독일 최고 사령부 폰 비싱 장군(김늘봄 분)은 물론이고, 라두 대령 또한 무심한 척 숨기지만 강렬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에 입각해보면 라두 대령은 마타하리에게 스파이 임무를 부여하는 지시자이다. 라두 대령의 행동만 볼 때는 마타하리에게 이성적인 관심과 욕망을 가진 사람으로도 보인다.

‘마타하리’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마타하리’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그런데, 라두 대령이 부르는 뮤지컬 넘버의 가사를 잘 음미하면, ‘마타하리’에서 가장 순정파는 독보적으로 라두 대령이라고 생각된다. “너 때문에 잠 못 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 곁에 널 두고 싶어”라는 가사를 비롯해 라두 대령의 넘버는 시적이면서도 절절하다.

“내 마음 자체도 통제할 수 없게 만든 그녀”라고 넘버를 통한 라두 대령의 고백은 민영기의 뛰어난 가창력과 절제된 표정 속에 내비친 절절함으로 인해 민영기의 고백으로 들린다.

‘마타하리’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마타하리’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다른 등장인물에 집중해 봤을 때 라두 대령은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로 생각됐다. 그런데, 라두 대령에 감정이입해 보면 라두는 누구보다도 정말 가슴 아픈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만약 민영기가 외적 행동으로 감정을 폭발했으면 ‘마타하리’는 마타하리를 사이에 둔 세 남자의 표면적인 경쟁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민영기는 라두를 표현할 때 내면으로 절제했기에 아르망과 폰 비싱 캐릭터를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감동적인 가창력으로 라두를 관객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마타하리’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마타하리’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민영기의 라두 대령은 차지연의 마타하리, 옥주현의 마타하리와 모두 어울렸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실제 라두 대령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라두 대령이 무대 위의 민영기를 바라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해진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만든 작품에서도 ‘마타하리’와 같은 시도가 이뤄진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에 단순히 작품으로만 볼 수는 없겠지만, 사건 위주로만 바라보지 않고 절박하면서도 애틋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선이 될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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