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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47 미터’ 식인 상어보다 무서운 공포가 있다

발행일 : 2017-07-19 00:08:35

조하네스 로버츠 감독의 ‘47 미터(47 Meters Down)’는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에서 특별한 휴가를 맞은 리사(맨디 무어 분)와 케이트(클레어 홀트 분)가 익스트림 스포츠인 상어 체험(샤크 케이지)에 도전하다가 알 수 없는 사고로, 심해 47 미터까지 추락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47 미터’에서 공포는 단지 무시무시한 식인 상어뿐만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된다. 산소 부족과 질소 쇼크 위험, 선택의 갈림길에서 충분히 고려할 시간이 없다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 공포 영화의 기본 배경은 따르고 있지만, 전개 과정은 신선함을 포함한다

‘47 미터’에서 리사와 케이트는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에 대해 지루함을 느낀다. 관객들에게는 뻔히 보이는 불필요한 위험을 주인공이 감수하는 것은 공포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플롯인데, ‘47 미터’ 또한 그런 분위기를 따라간다.

또 다른 면에서 보면 공포가 펼쳐지기 전에는 매우 평온하고 안정된 자연환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우가 많은데, ‘47 미터’는 그런 면 또한 포함하고 있다. 서로 상반된 공포 영화의 전사를 약간씩 모두 따르고 있는 것이다.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그렇지만, 식인 상어와 인간의 양자대결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점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식인 상어가 공포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지만 식인 상어만 피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위험 앞에 선 사람들의 위상과 ‘47 미터’에서의 리사와 케이트의 위상은 닮은 바가 있다.

◇ 실제로 갑자기 그런 위험에 봉착한다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할 수 있을까?

‘47 미터’을 제3자적 시각에서 보면 영화 초반의 상황은 크게 공포스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저 위치에 노출돼 있다고 구체적으로 감정이입해 바라본다면 하나하나가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안전하다고 막연하게 믿었던 샤크 케이지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면 그 상황에서 나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결정하기 쉽지 않은데, 실제 상황이라면 당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다 밑으로 내려가면서 시야가 어두워지는데, 어둠이 주는 시각적 공포, 그리고 그 시각적 공포 뒤에 어떤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또 다른 공포는 관객들의 심장을 크게 뛰게 만들 수 있다. 내가 스스로 위험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지, 누군가 나를 구하러 와 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 또한 공포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47 미터’는 객관적인 시야로 볼 때는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고, 몰입해 감정이입할 경우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더 무서울 수도 있다. 영화를 분석하듯이 볼 것인가, 체험하듯이 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47 미터’를 만약 4D로 관람할 경우 더욱 특정 순간에서는 더 깜짝 놀랄 수 있겠지만, 큰 스크린에 사운드 좋은 영화관에서 관람할 경우 시각적, 청각적으로 공포는 충분히 증폭될 수 있을 것이다.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 샤크 케이지 안이 안전할까? 안전하기 위해서는 샤크 케이지를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인가?

‘47 미터’에서 리사, 케이크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샤크 게이지 안에 있는 게 안전할지, 샤크 게이지를 빨리 벗어나는 것이 안전할지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47 미터’와 똑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살면서 이런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그럴 때 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 같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위기 순간에 합리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진다.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47 미터’ 스틸사진.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47 미터’는 영국 영화이다. 만약 할리우드 영화였거나 우리나라 영화였으면 ‘47 미터’ 결말은 다르게 났을 수도 있다. 위기를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갈등을 봉합하는 정서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를 봤을 때 더욱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은 우리와 할리우드의 정서가 일치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47 미터’를 보면서 들기도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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