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최종화(제16화)는 어떤 결론을 도출해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그간 뿌려졌던 떡밥이 얼마나 회수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출발한다.
‘비밀의 숲’에서 암시와 복선을 사용하는 방법 못지않게 암시와 복선을 현실화하는 방법도 주목됐는데, 주로 황시목(조승우 분)의 독백 또는 황시목과 한여진(배두나 분)의 대화를 통해 추론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과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추론 과정의 개연성과 논리성을 확보해, 몰입한 시청자들을 더욱 감동하게 만든다는 점이 돋보인 드라마였다.
◇ 암시, 복선을 치밀하고 복잡하게 깔아 놓으면서, 추정을 하는 과정에서는 분석 기사를 작성하듯 친절한 ‘비밀의 숲’
‘비밀의 숲’에서 범인을 찾는 과정은 결과를 바로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건의 뒷이야기를 알려주는 것처럼 과정을 친절하게 안내해 시청자들이 따라올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치밀하고 촘촘한 암시와 복선은 드라마 시청시간을 수업시간 이상으로 진지하게 만들었는데,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 또한 지금보다도 더 복잡했다면 시청자들은 손을 놔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쉽게 이해하지도 못하게 하면서 바로 포기하게 만들지는 않는 수위조절을 했다는 점은 의미 있다. ‘비밀의 숲’에서 황시목이 독백을 하며 범인을 찾는 과정은 분석하는 수업시간 같고, 황시목과 한여진이 대화를 하며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토론을 보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 제16화에서 마지막 질주를 위해, 제15화 마지막에 범인을 좁혀 분석한 황시목
‘비밀의 숲’ 제15화 마지막에는 이윤범(이경영 분)의 비서인 우병준 실장(우실장)이 범인이라는 가정하에 우병준의 배후 세력을 황시목이 추정했는데, 이유에 대한 추정으로 바로 결론을 도출하지 않고 중간 과정을 밟아서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고 따라올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병준을 아는 사람이라는 단서 속에서 황시목은 이윤범과 이연재(윤세아 분)의 사진을 화이트보드에 붙이고, 성문 사장의 질투심을 아는 사람이라는 단서를 가지고 이창준(유재명 분)과 영일재(이호재 분) 사진 또한 화이트보드에 붙였다.
두 가지 조건으로 두 명씩 용의선상에 올렸고 둘 중 하나의 조건에만 해당돼도 용의선상에 올렸는데, 용의선상에 올린 4명 중에서 제외된 인물을 선택할 때는 단 한 가지 제외 조건에만 해당돼도 제외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범인의 배후세력이 될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고 그중 하나만 충족하면 가능하지만, 용의선상에서 제외할 때는 하나만 해당돼도 제외했는데, 이런 방법과 정서는 떡밥을 뿌릴 때와 거둘 때 ‘비밀의 숲’이 보여준 속도 차이, 온도 차이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배상묵 검사장이 교통사고 재판에 압력을 행사한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을 고려해 이연재를 탈락시켰고, 어제 낮에 우실장이 출국한다는 것을 알았던 사람을 생각하며 영일재를 탈락시켰다.
범인을 좁혀가는 과정을 세세히 알려주면서도 마치 스포츠 경기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탈락자가 누가 될지에 대해 순간적으로 궁금증을 키운다는 점은 무척 돋보였다. 윤과장을 움직여서 우실장을 쫓게 만들 사람을 고려하며 이윤범까지 탈락시키니, 화이트보드에는 이창준의 사진만 남아있었다.
‘비밀의 숲’에서 범인을 찾기 위해 황시목이 사고를 해나가는 방법은 마치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드라마 속에 옮겨놓은 것 같다고 여겨진다. 이는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의 많은 추정과 가설이 본편의 드라마에서도 잘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문제에 봉착했을 경우 이것 자체가 드라마 속 내용이라고 생각하며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 논리적인 사고, 상황에 대한 분석, 시나리오 집필시 교재로 활용될 수 있는 ‘비밀의 숲’
‘비밀의 숲’은 암시와 복선을 포함한 구성, 사고를 추론해 가는 논리적인 과정과 그 사고를 하게 된 기본 개념, 상황에 대한 분석 등이 무척 치밀하기 때문에 시나리오 집필 수업에서 교재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수업에서 활용하더라도 가르치는 사람이 시나리오의 디테일을 다 파악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촘촘함을 가지고 있는데, ‘비밀의 숲’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많은 나라에 수출돼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면서 공부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도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