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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JIMFF(1) ‘장고’ 정치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예술혼이 있기 때문인가, 영향력 있는 예술가이기 때문인가?

발행일 : 2017-08-04 00:07:44

에티엔 코마 감독의 ‘장고(Django)’는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2017)’ 개막작이다. 유러피안 재즈의 개척자, 집시 스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장고 라인하르트(레다 카텝 분)은, 1943년 나치 점령의 프랑스에서 매일 밤 집시 스윙 음악을 들려주며 그로 인해 수용소에 끌려가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나치는 미국 흑인음악에 대항하기 위해 장고에게 독일 투어를 강요하고 그는 이를 거절한다. 장고가 정치적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예술혼을 가진 아티스트이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서의 최소한의 버팀목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 음악을 듣고 싶은 관객과 드라마를 보고 싶은 관객을 모두 충족하는 작품

‘장고’는 음악소리와 총소리가 교차하며 시작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청풍호반에서 듣는 영화 속 기타 연주는 더욱 낭만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주가 되는 부분 잠깐씩만 나오는 게 아니라 실황 녹음인 것처럼 음악에만 집중할 수도 있는데, 음악을 듣고 싶은 관객과 드라마를 보고 싶은 관객을 모두 충족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갈등이 격발하기 전 서사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고’는 음악 연주를 통해 관객들을 서서히 영화 속으로 이끌고 간다는 점이 주목된다.

‘장고’ 스틸사진. 사진=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장고’ 스틸사진. 사진=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장고’는 사운드 시설이 좋은 큰 스크린으로 보면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영화 속 관객들과 개막식 관객들의 감성은 공유되며 교차될 것인데, 음악이 위주가 된 초반에는 공유의 측면이 많고 정치와 사상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교차의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

‘장고’의 화면은 밝은 장면보다 어두운 장면이 많은데, 밤하늘에 보는 영화는 스크린으로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개막식의 밤과 이어져 있는 세계라는 정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정치적인 목적으로 예술이 이용되는 것을 거부한다

‘장고’는 전쟁이라는 특정한 상황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대를 초월해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위협과 유혹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정치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자본의 지배에서 예술이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을 수도 있지만, 인간 최소한의 도리, 아티스트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장고’의 장고는 보여준다.

‘장고’의 이야기는 체제를 부정하거나 적대적으로 대항하는 아티스트들에게만 한정해 적용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가 가진 영향력, 파괴력, 사람의 감성과 정서는, 1943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지금의 우리들의 마음속으로도 파고 들어온다. 영화가 가진 힘이기도 하지만, 음악이 가진 힘이고, 위대한 정신세계와 명확한 기준이 가진 힘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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