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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사의찬미’(1) 내면의 울분과 광기를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보여준 김경수

발행일 : 2017-08-07 17:30:17

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의 뮤지컬 ‘사의찬미’가 7월 29일부터 10월 29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 중이다. 부제는 ‘GloomyDay19260804’로 1926년 8월 4일 새벽 4시,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바다로 몸을 던진 캄캄한 바다, 적막한 바다의 진실을 바라본 작품이다.

필자가 관람한 회차는 2017년 8월 4일 저녁 8시 공연이었는데, 마치 91년의 세월을 띄어 넘어 16시간 전에 발생한 이야기를 보는 듯 전율이 일었다. 그날의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91년이 걸린 것이 아니라, 16시간이 걸린 것처럼 느껴진 이유는 이야기 자체의 힘도 있겠지만, 대본과 연출의 힘, 배우들의 숨 막힌 열연에 기인한다.

‘사의찬미’ 김경수(김우진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사의찬미’ 김경수(김우진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이자 일제강점기 신여성의 대표주자였던 윤심덕(제1차 안유진, 곽선영, 제2차 최유하, 최수진, 최연우 분)와 최초의 신극 운동을 일으킨 천재 극작가 김우진(제1차 정문성, 김경수, 제2차 정동화, 이율, 고상호 분) 그리고 신원미상의 미스터리한 사내(제1차 정민, 이규형, 제2차 최재웅, 김종구, 성두섭 분)이 각각 제1차와 제2차로 나눠 캐스팅됐다는 점도 주목되는 작품이다.

8월 4일 공연은 김경수, 안유진, 정민이 만든 무대였는데, 다른 캐스팅의 조합도 물론 훌륭하겠지만 필자가 관람한 회차의 캐스팅 조합이 준 전율을 각각의 배우들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공유한다.

‘사의찬미’ 정문성(김우진 역), 안유진(윤심덕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사의찬미’ 정문성(김우진 역), 안유진(윤심덕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 관객으로 공연을 관람하기보다는 관부연락선에 탑승한 승객의 마인드를 가지게 만든 디테일

‘사의찬미’는 공연 시작 전부터 안내방송을 통해 시모노세키발 부산행 관부연락선이 출발할 예정이니 탑승하라는 멘트를 전달한다. 공연의 이야기에 대한 암시, 분위기 환기이자, 관객들이 공연 시작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만든 뉘앙스적 암시의 기능을 같이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무대 공연의 경우 첫 장면에서 어떻게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는데, ‘사의찬미’는 관객에게 제3자적 위치가 아닌 관부연락선에 동승한 느낌을 가지게 하기 위해 디테일을 살렸다는 점이 돋보인다.

‘사의찬미’ 정문성(김우진 역), 이규형(사내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사의찬미’ 정문성(김우진 역), 이규형(사내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윤심덕의 마지막 노래 ‘사의 찬미’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사의찬미’ 속에는 극 중 연극 대본 ‘사의찬미’가 펼쳐지는데, 대본 속의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는 광경을 관객들도 같이 목격하게 된다. 이야기 속 이야기, 죽음을 찬미하면서 스스로를 죽게 만든 이야기는 몰입한 관객일수록 더욱 실감 나게 전달된다.

◇ 김우진 내면의 울분과 광기를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보여준 김경수

‘사의찬미’에서 김우진은 여러 가지 성향을 같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다. 천재 극작가이며, 주도적이고 적극적이기도 하지만 사내에 의해 조정 당하기도 하고, 윤심덕의 관심과 사랑을 수줍은 듯 받기도 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사의찬미’ 김경수(김우진 역), 정민(사내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사의찬미’ 김경수(김우진 역), 정민(사내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김우진은 윤심덕을 사랑하면서도 윤심덕의 마음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갈등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강인하면서도 유약하거나 부드럽고 대범한 듯하면서도 소심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우진 내면의 울분과 광기를 과장된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느끼도록 강약 조절, 수위 조절한 김경수의 연기는 더욱 돋보였다. 조명으로 인해 표현된 그림자는 김경수의 광기가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사의찬미’ 김경수(김우진 역), 곽선영(윤심덕 역), 정민(사내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사의찬미’ 김경수(김우진 역), 곽선영(윤심덕 역), 정민(사내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 정말 딱 상황에 맞는 연기를 펼친 김경수, 그의 절제력과 완급조절은 알면 알수록 놀랍다

김경수는 “던지리라”라고 하는데, 그의 정서를 단적으로 나타낸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표현이었다. 김경수는 노래를 멋지게 부르기보다, 연기를 멋있게 하기보다, 그 상황에서 그 인물이 했을 감정과 정서를 살리는데 초점을 두는 연기자로 유명하다.

‘사의찬미’에서 김경수는 투신 몇 시간 전에 미성으로 노래하는데, 강력한 사운드가 아닌 미성을 상황에 맞게 잘 살려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 느껴지도록 연기한다는 점이 주목됐다.

‘사의찬미’ 안유진(윤심덕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사의찬미’ 안유진(윤심덕 역). 사진=NEO PRODUCTION(주식회사 네오) 제공>

김경수는 넘어질 때도 리얼한 움직임을 보여줬는데, 관객들은 마치 내가 넘어지는 것 같이 몸을 멈칫하게 됐다. 종이가 널브러져 있을 때 밟아서 미끄러질 것 같은 움직임, 무대 위 움직임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그대로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표현한 그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의찬미’는 단 세 명이 105분을 모두 채우는 뮤지컬이다. 세 명의 배우는 각각 자신이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김경수는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쉰소리로 들릴 수도 있는 억양을 감내하기도 한다.

김경수의 연기 철학을 모르는 관객들은 배우의 실수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설정으로 연기와 노래를 부르는 시간도 있는데, 그의 희생정신과 프로의식은 알고 보는 관객들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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