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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2) 밤의 여왕 소프라노 한송이, 투우사 바리톤 염현준

발행일 : 2017-08-14 10:02:30

8월 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공연된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에서 소프라노 한송이와 바리톤 염현준은 협연자로 함께 했는데, 피아노를 포함해 8명의 니즈 앙상블 멤버가 연주에 참여했다.

협연자로 나선 성악가를 제대로 뒷받침한다는 느낌과 함께 단순한 초청 무대로만 받아들여진 시간이 아닌, 니즈앙상블이 계속 무대를 채우고 있다는 지속성, 니즈앙상블에 몰입한 관객들의 감정선 유지, 니즈앙상블이 성악과의 협연에도 훌륭하다는 확장성을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 마치 오페라를 그대로 옮겨 놓아, 밤의 여왕이 강림한 듯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소프라노 한송이

W. A. Mozart의 ‘Die Zauberflöte Opera "Der Hölle Rache"’에서 소프라노 한송이는 마치 오페라를 그대로 옮겨 놓아, 밤의 여왕이 강림한 듯한 카리스마를 무대에서 보여줬다.

한송이는 팔 동작과 몸통의 방향과 각도를 약간 달리해 분노에 차 있는 밤의 여왕을 오페라 그대로 표현했는데, 평상시 웃는 모습의 귀여움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밤의 여왕이 돼 절절한 아리아를 불렀다.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갈라콘서트나 클래식 공연에서의 초정 프로그램의 경우 오페라 본공연에서의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노래 위주로 새로운 설정을 할 수도 있는데,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와 대표적 아리아인 ‘밤의 여왕 아리아’는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오페라의 모습을 그대로 차용해도 관객들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몰입시킬 수 있는데, 한송이는 오페라 원본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법을 선택했다.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본공연에서 부르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와 피아노 등 단순 편성의 연주로만 부르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아닌, 피아노와 현악의 연주로 듣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색다른 면을 보여줬는데, 귀여운 외모에 카리스마를 발휘한 한송이의 이중적 매력은 그런 면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 성악가라고 보기엔 연기를 무척 잘하고, 연기자라고 보기엔 아리아를 무척 감동적으로 부르는 염현준

G. Bizet의 ‘Carmen Opera "Toreador"’을 부를 때 바리톤 염현준은 마치 투우장에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극적으로 등장하는 것처럼 연주가 시작되면서 공연장 문을 열고 무대에 등장했다.

염현준의 뛰어난 무대 매너는 단순히 시각적인 흥미를 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의 강렬한 가창력과 연기력 속으로 관객을 흡입시키는 가속의 역할을 한다. 공연장을 모두 사로잡은 염현준의 노래와 몸짓에 관객들은 크게 환호했다.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오페라 ‘카르멘’에서 에스카미요는 진지한 쪽에 가까운 캐릭터이고, 장난기가 넘치는 캐릭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염현준은 성악이 없이 기악만 연주되는 몇 초 동안 에스카미요가 아닌,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나 ‘셰비아의 이발사’의 피가로처럼 장난기 있는 표정을 지었고 관객들은 웃었다.

아리아 한 곡으로 오페라 ‘카르멘’의 감성에 몰입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염현준은 긴장이 주는 피로가 축적되는 것을 단 몇 초의 변화로 이완한 것인데, 염현준의 무대 매너는 단순히 멋있게 보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공연의 수준을 높이고 관객들의 만족감을 배가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 뮤지컬의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를 때 분위기를 바꾼 한송이와 염현준

L. Bernstein의 ‘West Side Story "Tonight"’에서 한송이와 염현준은 각각 아리아를 부를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송이는 카리스마보다는 부드럽고 감미로움을 표현했으며, ‘카르멘’에서 굵은 목소리의 바리톤이었던 염현준은 이 곡에서 맑은 목소리의 테너처럼 낭만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염현준은 곡 시작 전에 무대 가운데에서 인사를 하고 연주자보다 더 뒤쪽 무대로 이동해 다시 등장하는 연기를 병행하며 노래를 불렀다.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에서 염현준은 무대에 유일하게 오른 남자 음악가인데, 멋짐과 웃음을 모두 선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니즈앙상블의 콘트라베이시스트 전규혜는 한송이와 염현준이 세 곡의 성악곡을 모두 끝낸 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활을 흔들며 박수를 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연주 후 연주자의 밝은 미소, 특히 협연자의 연주 후 연주자가 밝게 웃으며 같이 좋아하는 모습은 음악이 준 여운을 배가하는 역할을 한다.

전규혜의 진심은 알게 모르게 관객들에게 전달돼 이날의 공연을 마음속에 더욱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전규혜로 대표되는 니즈앙상블의 미소를 보면, 앙상블 내에서의 팀워크 못지않게 충분한 포용력을 가질 만큼 음악적 자부심도 넘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은 니즈앙상블의 다른 연주를 빠른 시간 내에 다시 감상하게 싶게 만든다.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제7회 니즈앙상블 정기연주회’ 리허설사진. 사진=더케이스튜디오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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