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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The Kite’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발행일 : 2017-08-14 15:59:49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이하 ‘The Kite’)가 8월 13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개최됐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음향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아라연이 걸어온 지난 11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자, 4집으로 또 다른 출발을 하는 시간이었고, 아라연 최초로 고등학생 연주자들이 협연자로 나선 시간이었다.

‘The Kite’는 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주최, 국악앙상블 아라연 주관, 허영훈 기획 및 사회로 진행됐다. 국립국악고, 서울대 국악과 출신 여성 국악인 5명으로 구성된 아라연은 청각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감동적인 공연을 펼쳤다.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 자연음향 공간에서 펼친 국악앙상블 아라연의 연주,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다

아라연은 김보슬(단장/해금), 조아미(가야금), 우지민(피리), 왕정은(해금), 이서영(가야금)으로 이뤄진 국악앙상블이다. ‘The Kite’의 첫 곡은 2집 타이틀곡을 확장해 4집 타이틀곡으로 재탄생한 ‘하늘섬’이었는데, 자연음향 공간인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의 공연은 국악을 듣는 즐거움을 높여줬다.

국악앙상블과 국악관현악의 경우 지금까지는 각각의 악기에 마이크를 사용해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들어보면 좋기는 하지만 관객들이 무척 흥분할 정도로 감동적이기에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었는데, 자연음향 공간에서 악기 소리를 그대로 살린 ‘The Kite’는 첫 곡부터 새로운 울림을 선사했다.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아라연의 연주자들은 자연음향 공간에서의 공연이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면서 연주하는 면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국악기 원래 소리가 가진 매력을 잘 살려 관객들이 편안하게 들으면서도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우지민은 피리를 연주할 때는 무게감 있게 표현했는데, 생황을 연주할 때는 무척 부드럽게 표현했고, 태평소를 연주할 때는 거침없이 연주를 리드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줬는데, 이런 소리의 변화는 자연음향 공간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 부드럽고 서정적인 소리와 애절하고 내면을 파고드는 소리의 조화

‘The Kite’는 1집에서 3집에 수록된 곡과 4집에 새로 수록된 곡이 조화롭게 연주됐고, 국악기와 서양악기도 조화롭게 연주됐다. 배치 측면에서 보면 무대를 바라보며 왼쪽에는 가야금, 생황, 양금, 피아노 등의 악기가 부드럽고 서정적인 소리를 냈고, 중앙부터 오른쪽에는 피리, 태평소, 해금, 타악이 애절하고 내면을 파고드는 소리를 만들었다.

무대 위 위치가 주는 악기의 정서는 각각의 곡마다 편성을 달리해 표현됐는데, ‘희희낙락’을 듣고 있으면 장난기 어린 모습이 연상됐다. 사극에서 주인공이 마을을 지나가거나, 애니메이션에서 등장인물이 새로운 곳으로 어드벤처를 떠날 때 이 음악이 들리면 좋겠다고 생각됐다.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무대 중앙에서 피리를 연주한 우지민은 가야금 연주자를 쳐다보며 호흡을 맞추기도 하고, 해금을 바라보며 소통하기도 했는데, 연주가 끝난 후 피리를 불고 있는 자세를 잠시 더 유지하면서 연주에서 바로 빠져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음의 여운을 안정적으로 주기 위함일 수도 있고, 몰입된 감정선을 지속하기 위함일 수도 있는데 관객들은 그냥 박수치기 전에 잠시 더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 창작에 자극을 준 ‘7월의 뱃노래’, 아라연 연주자들이 직접 창작한 ‘연’

3집 수록곡인 ‘7월의 뱃노래’는 허영훈 곡, 김보현 편곡인 음악으로 기획자인 허영훈이 아라연 연주자들에게 직접 창작의 의욕을 자극하고자 작곡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아라연 정단원 5명은 이번 4집 수록곡 ‘연’을 공동으로 작곡했고, 김하진이 편곡을 통해 완성했다.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4집 수록곡이자 이번 ‘The Kite’에서 초연된 박우진 작 ‘가려恨다’는 임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직접 들어보면, 갑자기 닥친 이별의 슬픔이라기보다는 예견돼 오랫동안 준비했던 이별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마음이 음악 속에 승화돼 있다고 느껴진다. 영화음악처럼 마무리된다는 점도 흥미로운데, 몽롱한 느낌의 슬픔은 여운으로 남는다.

최소형 작곡가는 4집 수록곡 ‘꿈’과 ‘산책’ 연주 때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는데, 두 곡 모두 피아노 선율이 먼저 시작한 후 국악기들의 연주가 이어졌다. 최소형은 자신의 정서를 먼저 론칭한 후 국악을 초대해 파티를 하는 것처럼 생각됐다.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 전체 연주자가 함께 한 ‘아라아리랑’,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은 앙코르곡 ‘기적’

‘The Kite’의 정규 프로그램 중 마지막 곡인 ‘아라아리랑’은 아라연의 정단원을 비롯해 서예림(피리/협연), 박지원(가야금/협연), 권지민(해금/협연), 박지원(타악/게스트), 조수민(타악/게스트), 손성국(피아노/게스트)가 함께 했다.

이 곡에서 조수민의 북은 ‘아리랑’에 행진곡 같은 역동성을 부여해 진격하는 느낌을 줬는데, 연주가 끝난 후 해금 연주자 김보슬과 왕정은은 밝게 웃으며 관객들의 환호에 공감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국악앙상블 아라연 창단 11주년 및 4집 음반 콘서트’ 공연사진. 사진=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제공>

앙코르곡은 1집에 수록됐던 ‘기적’이었는데, 손성국은 타악기를 연주하듯, 혹은 스타카토 주법으로 현악기를 연주하듯 피아노를 연주해 신선함을 전달했다. 서울대 국악과 작곡전공 재학 중으로 국악적 정서를 가진 연주자의 피아노 연주라는 것을 생각하면 연주 소리가 달리 들리는 듯했다.

앙코르곡이 연주될 때 ‘The Kite’의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함께 했는데,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악기 본연의 소리가 주는 감동을 경험한 관객들이 치는 박수는, 국악앙상블 아라연이, 자연음향 공간에서의 국악 연주가 어떤 방향성을 가질 때 관객들의 심금을 더욱 울릴 수 있는지 알게 했다. 4집 음반 발표를 기점으로 국악앙상블 아라연이 더욱 사랑받는 대표적인 젊은 국악 단체가 되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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