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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련蓮, 다시 피는 꽃’ 드라마가 강조된 한국 무용극의 새 역사

발행일 : 2017-08-21 14:30:23

2017 정동극장 전통시리즈 ‘련蓮, 다시 피는 꽃’(이하 ‘련’)이 4월 26일부터 10월 29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삼국시대 설화 도미부인과 제주설화 이공본풀이, 두 가지 전통설화를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 이번 작품은, 드라마가 강조된 한국무용, 한국적 정신이 담긴 한국 무용극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중극장 규모의 극장에서 대극장의 스케일로 펼쳐져, 스토리텔링과 한국무용, 전통악기의 연주를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데, 공연 초반 정적인 움직임에서 후반 역동적인 춤사위와 연주까지 다채롭게 펼쳐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 중극장 규모의 극장에서 대극장의 스케일로 펼쳐진, 촘촘히 채워진 작품

‘련’은 중극장 규모인 정동극장에서 대극장 같은 사운드와 스케일로 펼쳐진 작품이다.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 양쪽의 연꽃이 눈에 띄는데, 한국적 정서, 차분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가 전달된다.

‘련’은 답답하지 않고 넓은 무대에서, 관객석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공연이 이뤄지기 때문에, 오페라글라스 없이도 스케일과 디테일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공연인데, 이런 점은 무용극에서 관객의 감정이입을 편하게 돕는 역할을 한다.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공연 초반 무대는 어둡게 시작했는데, 어둡지만 완전히 보이지 않도록 어둡지는 않게 연출됐다는 점이 돋보였다. 일반적으로 무용 공연에서 어둠 속에 움직이는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조명을 어둡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많은 경우 관객석 맨 앞쪽 좌석을 제외하고는 어두워서 동작의 디테일이 잘 안 보이고 감성 또한 와 닿지 않는 경우도 많다.

‘련’은 간접조명을 이용해 어둠 속에서도 여자 무용수의 움직임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마치 상업영화에서 간접조명을 통해 어두우면서도 잘 보이는 상황을 연출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공연은 화요일~일요일 오후 4시, 8시에 펼쳐지는데, 필자가 관람한 평일 4시 공연에도 관람객이 많았고, 어둠이 내린 후 무대 공연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의 몰입을 낮 공연에서도 무대의 스케일과 디테일을 통해 만든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 삼국시대 설화 도미부인, 제주설화 이공본풀이가 만나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창출하다

‘련’의 소재가 된 삼국시대 ‘도미부인 설화’는 백제의 왕이 미천한 신분인 도미의 아내에게 정념을 품고 간계를 부리나 도미부인의 슬기로 위기를 극복하고 부부의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제주설화 ‘이공본풀이’는 제주도 굿에서 구연되는 서사무가이다. 종살이로 시련을 당하다 죽은 원강암이를 남편 사라도령과 아들 활락궁이가 서천 꽃밭의 되살이꽃으로 소생시키는 이야기인데, ‘련’은 이 두 이야기를 엮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었다.

‘련’을 관람할 때 두 가지 설화를 미리 알고 있으면 확인하며 연결 고리를 발견하는 재미를 찾을 수도 있고, 만약 사전 지식이 없이 관람해도 그냥 하나의 무용극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알고 보는 관객과 모르고 보는 관객 모두에게 무척 긍정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 해금을 연주하는 여자 무용수, 대금을 연주하는 남자 무용수, 소리와 무용이 만나 한국적 풍류의 묘미를 펼치다

‘련’은 장르적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이다. 궁중 연희를 바탕으로 재창작된 한국 무용은 제례의식인 ‘일무’, 왕과 왕비가 직접 추며 나라의 태평성대와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태평무’, 칼을 사용하는 ‘검무’ 등 다양한 춤을 볼 수 있으며, 연주곡과 함께 박애리 명창의 보컬곡을 감상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움직임을 안무화한 장면은, 마치 오페라에서 가창력을 발휘하는 노래인 아리아가 아닌 대화형 노래인 레치타티보를 안무로 표현한다면 ‘련’과 같은 것이라는 뉘앙스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련蓮, 다시 피는 꽃’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영화였으면 피가 난자할 것 같은 장면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안무만으로 피 흘리는 모습을 표현하고, 활을 쏘고 쏜 활이 대규모로 날아가는 장면은 조명으로 표현한 점 또한 인상적이다.

전반부의 안무가 레치타티보식 안무였다면, 후반부는 타악 리듬과 함께 농악을 연상하게 만드는 북 춤 등 아리아적 안무가 펼쳐졌는데, 정적으로 시작하며 동적으로 마무리해서 한국적인 감성을 긴 여운으로 남겼다는 점도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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