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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애니적 감성과 기술력을 살린 판타지 로드무비 애니메이션

발행일 : 2017-08-23 17:16:26

카미야마 켄지 감독의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이하 ‘낮잠 공주’)는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판타지 로드무비이다. 아빠와 둘이 작은 시골마을에 사는 코코네는 자신과 닮은 소녀가 나오는 꿈을 반복해 꾼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데, 하트랜드로 표현된 나라는 마치 현재 우리의 삶의 터전과 방식을 절묘하게 연상하도록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스틸사진.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스틸사진.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 재미있는 이야기, 아름다운 영상 속에 직면하게 되는 현실의 삶

‘낮잠 공주’는 옛날에 하트랜드라는 온 국민이 기계를 만드는 나라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기계를 만들기 위해 24시간 체제로 일하는데, 새벽 5시에 집에서 출발해도 극심한 교통 정체로 지각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하트랜드의 수도인 이스트폴리스의 일상은 왕의 명령에 가차 없이 모든 게 정해진다.

아무리 길이 막혀도, 타던 차가 마음에 들어도 왕의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결정되는데, ‘낮잠 공주’에서 ‘왕’으로 표현된 절대자는 군주제의 왕일 수도, 독재 체제하의 대통령이나 수상일 수도, 거대한 자본과 재화를 휘두르는 기업인이나 금융권력가라고 봐도 모두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은 씁쓸하게 생각된다.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스틸사진.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스틸사진.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낮잠 공주’에서의 현실 반영이 어두운 분위기가 아닌 재미있는 이야기, 아름다운 영상 속에서 펼쳐진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겉보기로만 볼 때 좋다고 생각되지만, 그런 와중에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있는 점 또한 애니메이션과 현실이 닮아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하는 시간 이동과 추리극의 스토리텔링,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다

‘낮잠 공주’는 태블릿에 감춰진 비밀을 아예 짐작도 하지 못할 정도로 숨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뻔히 보이게 스토리텔링을 펼치지도 않는다.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수위 조절은 관객의 감정이입을 돕는다.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스틸사진.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스틸사진.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우리나라 관객들은 시간 이동과 추리극을 좋아하는데, 상상하고 생각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강도와 빈도가 다른 나라 관객들보다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낮잠 공주’는 어린 관객들만을 위한 영화로 머무르지 않고 데이트용 영화로도 적합하다.

등장인물들이 태블릿과 스마트폰에 집착하는데, 이유는 다르지만 우리들도 일상에서 그렇다는 점은 흥미롭다. 실제 미래에 사는 사람이 ‘낮잠 공주’를 본다면 얼마나 공감하고 얼마나 재미있게 여길지 궁금해진다.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스틸사진.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스틸사진.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 배경 등 원경은 3D로, 등장인물 등 근경은 2D로 표현해, 현대적 감각과 애니적 감성을 모두 살린 작품...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근 성향 중 하나

‘낮잠 공주’에서 원경은 3D 기법을 활용했고, 등장인물을 포함한 근경은 2D로 표현했다. 기본적으로 2D 애니메이션이면서도 3D 효과를 강화한 것인데,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에서의 표현 성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과도기적 표현법이라고 볼 수도 있고, 새로운 틈새 영역을 개척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존 2D 애니메이션은 애니적 감성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지만 영상의 기술성이 최근 관객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며, 3D 애니메이션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애니 본질의 정서가 잘 느껴지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낮잠 공주’와 같은 표현법은 두 가지 장점을 조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스틸사진.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낮잠 공주 : 모르는 나의 이야기’ 스틸사진. 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공>

‘낮잠 공주’는 색감을 아름답게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석양이 질 때 등 빛을 표현할 때 더욱 시각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었는데, 주인공은 컬러로 표현하고 주변은 흑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3D 애니메이션이 세계적 대세로 떠오르면서 2D의 감성을 고수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도태될 위기에 처했었는데, 독특한 조합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제작비와 기술력, 감성 표현 등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기획, 제작 때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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