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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EIDF2017(2)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포도가 와인이 되는 과정 동안 느끼는 가족 같은 감정

발행일 : 2017-08-25 12:18:36

다비드 페르난데스 데카스트로 감독의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Priorat (Dreaming of Wine))’(이하 ‘와인의 땅’)는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17) EIDF 포커스: 자연과 기술 섹션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아시아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프리오라트는 150곳의 와이너리가 있고 세계 10대 와인 중 하나를 만든다. 그런데, 불과 30년 전에는 포도밭이 네 군데만 남아 있었고, 800년 동안 이어졌던 전통 와인 생산 공정이 사라지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척박하고 돌이 많은 토양으로 매우 까다로운 자연환경에서 어떻게 변화를 이뤄냈는지에 대해 영화는 말하고 있다.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작품 속으로 관객들을 끌고 가는 방법, ‘가족’이란 단어의 친숙함을 이용해 관객들도 친숙하게 여기도록 만들다

‘와인의 땅’은 항공사진과 대화형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프리오라트가 어느 지역인지 모르고, 프리오라트산 와인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시각적인 끌림과 청각적 재미를 줘 작품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포도가 와인이 되는 과정 동안 가족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영화는 알려주는데, ‘가족’이라는 단어의 친숙함은 관객들도 와인과 ‘와인의 땅’에 친숙한 것처럼 느끼도록 만든다는 점은 무척 긍정적이다.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프리오라트가 얼마나 좋은 와인 생산지라는 것을 몰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의 현재 위치에서의 장점, 내 잠재적 가능성이 주는 희망,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이 이뤄가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알면서 겸손한 것과는 다르게 모르면 가치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거나 아예 가치가 없어지기도 한다는 점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와인의 땅’은 프리오라트가 와인의 좋은 생산지라는 것을 몰랐던 시절의 이야기를 한다.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독특한 자연환경은 독특한 풍미의 와인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 프리오라트는 더욱 일찍 각광받았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프리오라트와 그곳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잘 몰랐고 하찮게 여겼던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와인의 땅’은 지금 현재 자신감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생각하지도 못한 가능성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도록 만든다. 이는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실생활의 각 개인, 어떤 모임, 지역 사회 등 사람과 사회, 자연, 물건을 포함한 대상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프리오라트산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다큐멘터리

‘와인의 땅’에서 프리오라트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가 반복해서 조명되면서, 프리오라트산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도 영화적 느낌이 아닌 현실같이 느껴진다는 점은 흥미롭다.

프리오라트산 와인이 고급 와인으로 발전하면서 스페인 와인의 가치를 높였다는 것 또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미지를 개선하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 원래부터 최고로 인정받았던 제품이 아니라, 그 가치도 이전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제품이라는 것은 삶이 도약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현 세대에 희망의 판타지를 안겨준다.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와인 유통이 난항을 겪을 때 스페인의 거친 땅이 오히려 돌파구가 됐다는 점은 돋보인다. 와인셀러들을 초대해 높고 험해서 아름다운 프리오라트 포도 경작지에서 아침을 대접했다는 것은 역발상과 정면돌파가 만나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스페인의 프리오라트산 와인처럼, 우리나라에도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자연의 보물이 있을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고, 지역민조차 아직 모르는 것도 있을 것인데, 우리도 ‘와인의 땅’ 같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스페인이 희망의 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처럼 우리의 땅도 희망의 땅이라는 메시지를 널리 전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와인의 땅, 프리오라트’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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