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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동백꽃아가씨’(2)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정열’과 ‘한(恨)’의 붉은색 무대

발행일 : 2017-08-29 16:08:13

◇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정열’과 ‘한(恨)’의 붉은색 무대

‘동백꽃아가씨_La Traviata’(이하 ‘동백꽃아가씨’)의 붉은색 무대는 ‘정열’과 ‘한(恨)’의 양가감정을 공연 시작 전부터 불러일으킨다. 양가감정은 두 가지의 상호 대립되거나 상호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한다.

‘동백꽃아가씨’의 원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사랑 이상의 정(情), 한(恨)의 정서를 원래 가지고 있었는데, 한복과 한국적 무대, 영상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됐다. 공연을 처음 관람하는 관객은 ‘동백꽃아가씨’에서 한국적 색채가 처음 가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있었다는 점을 알면 더욱 자연스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관람을 하면서 양가감정은 다른 측면으로도 발휘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다닌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탈리아어를 사용하고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부른다면? 이런 두 가지 가정은 ‘동백꽃아가씨’의 무대를 이질적으로도 동질적으로도 모두 느끼게 만들 수 있다.

비올레타의 아리아는 “그 진실한 사랑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을지?”에 대해 걱정하는데, 정확하게 예상을 하는 암시일 수도 있지만 부정적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비올레타가 스스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했으면 불행하게 가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만약 그랬다면 ‘라 트라비아타’와 ‘동백꽃아가씨’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양가감정의 하나이다.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큰 무대를 채울 때 더욱 실력을 발휘하는 손지혜, 맑은 목소리의 테너 신상근, 악역으로만 느끼게 만들지 않는 양준모

비올레타 역의 소프라노 손지혜는 다른 성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있을 때보다, 혼자 큰 무대를 채우고 있을 때 비올레타의 정서를 더욱 잘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죽을 때까지 쾌락을 취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비올레타의 아리아는 손지혜의 자신감 있는 움직임 속 그녀가 가진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오페라극장에서 손지혜의 라이브 아리아를 듣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알프레도 역의 테너 신상근은 맑은 목소리로 호소력 있게 아리아를 불렀고, 아버지 제르몽 역의 바리톤 양준모는 뛰어난 가창력과 함께 악역으로만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정서를 동시에 전달해 양준모 또한 관객들이 양가감정을 가지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 패션디자이너 출신의 연출이 만든 뛰어난 무대와 영상

‘동백꽃아가씨’는 영상의 디테일과 선명도가 뛰어났으며, 무대 또한 미술작품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번 작품에서는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 무대, 조명을 맡았는데 자신의 장기를 충분히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소프라노 손지혜가 혼자 무대에 있을 때는 좌측 영상, 우측 영상, 무대 위 실제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관객석의 위치에 따라 세 가지 다른 모습의 비올레타를 보게 되는데, 세 가지 모습 중 가장 자신과 코드와 감성이 맞는 모습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번 공연이 토, 일의 이틀이 아닌 평일에도 2번 정도의 공연이 더 이뤄졌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오페라극장에서의 공연 횟수만큼 공연이 이뤄졌으면 주말에 관람하기 힘든 관객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줬을 것이다. 무대 장치,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2번의 본공연으로 끝내기에는 아까운 면이 많은 공연이었다.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정말 신경 써서 디테일까지 잡은 음향

‘동백꽃아가씨’는 야외공연이고 마이크를 사용한 오페라인데, 볼륨을 정말 잘 잡았다는 점이 돋보였다. 성악과 기악의 조화 또한 훌륭했다. 아마 음향 테스트는 주로 낮에 이뤄졌을 것인데, 프레스콜 등 저녁 리허설을 거치며 더욱 좋아진 것으로 사료된다.

야외에서 소리를 잘못 잡으면 윙윙거릴 수 있는데, ‘동백꽃아가씨’는 스피커의 출력이 강해지는 부분에서도 소리가 유지했는데, 실력도 실력이지만 얼마나 성의 있게 신경 썼는지가 느껴졌다. 스피커 볼륨의 안정적인 유지는 성악가들이 아리아를 부를 때 가사전달력과 감정전달력을 높여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동백꽃아가씨’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비올레타가 무대 위에서 독창을 부를 때 백스테이지에서 들리는 알프레도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시간이 있었는데, 마이크를 사용했기 때문에 똑같이 선명하게 들리게 할 수도 있었지만 실제 오페라극장 백스테이지에서 노래 부르는 것과 비슷하게 음량을 조절했다는 점 또한 무척 돋보였다. 실제 오페라극장처럼 디테일까지 챙겼다는 점은 높이 사야 한다.

‘동백꽃아가씨’는 무대의 디테일을 알거나 발견하면서 보면 더욱 감동적인 공연이다. 국립오페라단이 국립다운 스케일과 디테일을 보인 작품이었는데, 다만, 작은 아쉬움들이 작품을 너무 차분하게 만들었다는 안타까움이 있는데, 이어지는 리뷰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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