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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1) 영화 ‘안시성’에서 함께 출연하는 배우 이종성의 시야에서 바라본 배우 김설현(설현)

발행일 : 2017-09-01 12:06:55

원신연 감독의 ‘살인자의 기억법(MEMOIR OF A MURDERER)’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쇼박스, ㈜W픽처스 제작, ㈜그린피쉬, ㈜영화사이창이 공동 제작했다.

본지는 현재 촬영 중인 영화 ‘안시성’에 김설현(설현)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이종성 배우의 시선과 ‘살인자의 기억법’ 촬영 현장에 방문했던 기자의 시선으로 이번 작품을 연이어 바라볼 예정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이종성은 ‘살인자의 기억법’ 관람 후 마치 자신이 출연한 영화처럼 감동을 표현했는데, 배우의 시선에서 바라본 신작 영화는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먼저 이종성의 시선과 감동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해 원작 소설을 먼저 읽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17년 전 연쇄살인범이었던 병수(설경구 분)는 은퇴 후 수의사로 일하던 중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다.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김남길 분)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한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병수는 경찰에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신고하지만 태주의 직업은 경찰이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병수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병수는 혼자 태주를 잡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녹음하고 매일의 일과를 기록하지만, 오히려 과거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며 망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며칠 전 원작 소설에 대한 궁금증으로 먼저 책을 사서 읽어 보았다.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기보다 원작 자체인 책을 통해 상상력과 원작 그대로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상황, 독창적인 부분 등을 더 다양하게 느끼고 영화를 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 범죄, 추리소설이지만 3인칭이 아닌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원작의 몰입도

보통의 다른 범죄, 추리소설은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이나 3인칭의 시점으로 따라가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은 인물 스스로의 1인칭 시점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는 주인공 병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인물의 심리와 시점을 따라가면서 몰입도 있게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상황에서 빠져나와 바라보기보다는 그 안에 갇혀서 문제를 폭넓게 보지 못하고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를 종종 겪는다. 나를 대입시켜 읽어나가다 보니 그런 기분을 원작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구간별로 짧게 나누어져 있는 간결한 문체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여유를 갖고 한 번 더 인물의 상황, 심리 등을 반추하게 되었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 영화에 몰입하기 위해 원작의 내용을 잠시 머리에서 밀어내다

책을 완독 후 영화 상영 전 원작 소설의 내용은 잠시 머리에서 밀어내고 상영관에 들어갔다. 소설은 뚜렷한 인물의 형체가 없기 때문에 독자 스스로의 상상과 독창성으로 인물의 감정이나, 상태, 표정 등을 떠올리지만 영상은 다르다.

혹시 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꼈던 원작의 느낌이 때문에 극의 몰입이 떨어지거나 흐름을 둔감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됐다. 그런 면에서 영화와 원작의 내용이나 실체가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책 밖으로 형태가 드러난 영화 속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로 예측하지 못한 부분까지 거뜬히 채워나갔다.

영화의 흐름과 다음 상황이 예측되지 않았고, 설령 예상한들 그 예상을 배반하는가 하면 팽팽한 긴장감과 카메라 기법으로 영화의 몰입도가 높았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 시간이라는 속도를 체감하며, 시간 속에 갇혀 사는 아버지를 발견하며

이제는 많이 쇠퇴해진 몸과, 기억은 점점 흐려지고 그런 자신이 딸한테 짐이 될까 염려돼 병수는 하루하루를 기록하며 잃어가는 기억을 애써 부정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은 어찌할 수 없다.

병수는 시간이라는 속도를 점점 체감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 속 병수는 거스를 수 없는 시간 속에 갇혀 잃어가는 기억과 망상 속에서 발버둥 치며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태주와 병수 은희의 삼각구도에서 태주는 극의 흐름에 관객에게 의심과 믿음의 혼란을 던져줬고, 병수의 본능을 건드리면서 차가운 분위기와 긴장감에 속도감을 더했다. 그렇게 같은 눈빛의 다른 분위기를 가진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과 서늘함은 영화를 보는 내내 미묘한 기류를 형성했고, 그 속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유머러스한 상황이 벌어져 방심할 틈을 주면서도 바로 두 배의 긴장감을 줬다.

영화가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복선을 찾아보기도 하고 동시에 추리도 하면서 영화를 파고들었다. 영화의 끝에는 기억에 대한 집착과, 그 기억이라는 시간 속에서 갇혀 사는 한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자로서 또 가장으로서 많은 부분을 견디고 지옥 같은 삶을 살아온 아버지, 바로 병수...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정작 자신이 존재하는 현재의 기억은 잃어가도 딸의 존재와 기억만큼은 절대 잊지 않은 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버지. 백발이 되고 이제 다 늙은 노인이 된 모습이지만, 그 모습 뒤에는 과거 연쇄살인범이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 만큼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동반되어있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음 한편 뜨거웠고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 그간 알고 있던 설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전달한 ‘살인자의 기억법’의 김설현

병수가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 끝까지 기억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 바로 하나뿐인 딸! 은희 역을 맡은 배우 김설현은 기억을 잃어가는 아빠를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할 수 있는 녹음기를 사주고, 직접 머리도 깎아주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착한 딸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판정 후, 병수를 대하는 딸의 심리와 눈빛은 그동안 김설현에게서 받은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와 닿았다. 극중 자신이 챙겨야 하는 아버지를 두고도 아직은 멋진 남자와 연애도 하고 싶고 보통의 20대 못지않은 꽃다운 나이를 즐겨야 할 때지만, 가장으로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와버린 책임감과 그에 따른 무게감이, 그런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으로 설현이라는 배우의 마력을 통해 은희의 눈빛에서 느껴졌다.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은희 역 김설현의 연기에 집중돼 몰입력 또한 더 짙어졌고, 절정에 치달았을 때는 이미 많은 걸 잃고, 알아버린 눈빛을 볼 수 있었다. 기자간담회 무대에서의 김설현은 수수한 외모에 알 듯 말 듯한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아 궁금증이 생기는 묘한 끌림을 줬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전작과 다르게 그동안 접했던 연기와 이미지랑은 확연히 다른, 배우로서의 김설현을 느낄 수 있었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 사진=그린피쉬 제공>

◇ 영화 ‘안시성’에서 묵묵히 승마훈련을 같이 한 김설현

현재는 김설현은 ‘안시성’에서 백하 역으로 출연한다. 영화 클랭크인 전 서로 조/단역 배우들 사이에서 홀로 묵묵히 승마훈련을 같이하면서 훈련 중간중간 마음처럼 잘 되지 않고 힘들 때도 김설현은 이를 악물며 시도하고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더운 날 예외 없이 승마훈련을 무사히 마치는 김설현의 모습을 떠올리면, ‘살인자의 기억법’에서의 과격한 액션을 촬영 현장에서 그녀가 어떻게 열심히 소화했을지 짐작이 간다.

훈련에 동참하고 끈기 있게 배우려는 자세와 근성에서 배우로서의 분위기와 윤곽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 배우 김설현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는데, 훈련을 마치고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털털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함께 식사를 하면서 농담도 주고받는 모습은 무척 인간적으로 와 닿았다는 점 또한 잊을 수 없다. 이번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한층 더 배우로써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준 김설현이 현재 촬영 중인 사극 ‘안시성’에서는 얼마나 더 좋은 연기와 모습을 얼굴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편집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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