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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아르곤’(1) 보도국(뉴스)이 없는 tvN에서 만든 뉴스 이야기

발행일 : 2017-09-05 01:03:10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은 첫방부터 그냥 영화였다. tvN이 만드는 드라마는 한 회 한 회가 영화 같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아르곤’ 제1회는 그 자체로 완성된 영화처럼 느껴졌다.

보도국(뉴스)이 없는 tvN에서 만든 뉴스 이야기는 새롭고 독특한 시야를 만들면서, 단 1번의 방송만으로도 8부작의 드라마라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게 만들고, 벌써부터 시즌2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해지고 있다. 2017년 9월은 내내 ‘아르곤’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보도국(뉴스)이 없는 tvN에서 만드는 보도국 이야기, 기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

스타를 다룬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안정적인 사랑을 받아왔지만, 기자, 스태프들의 이야기는 만드는 사람들에게만 큰 관심일 뿐 시청자들에게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그런데, ‘아르곤’은 기자, 앵커의 이야기인데 엄청 화제가 되고 있다. 손석희 아나운서처럼 연예인 이상의 스타 아나운서가 만드는 뉴스를 기다리는 시대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르곤’이 갑의 위치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기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제1회는 시작부터 속보, 정정보도의 전쟁이었다. 속보가 떴다는 소식에 축구하다 말고 모두 뛰어갔고, 축구복 입은 채 출근을 했는데, 속보를 처리하는 모습은 마치 축구복을 입고 경기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지적으로 표현한 디테일의 힘이다.

오보를 무릎 쓰고, 시청률 때문에 자극적인 이야기만 했으면 시청자들은 무척 짜증과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등장인물의 사이다 발언, 드라마의 사이다 진행은 시청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치유했는데, 감동을 받아 눈물이 흐를 정도였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한 편의 완성된 영화 같은 느낌은 배경 음악, 카메라가 바라보는 시야에서도 찾을 수 있었는데, 과도하게 크로즈업을 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관조적이지도 않기에, 감정이입해 흥분하며 따라가더라도 이정표를 발견할 경우 잠시 멈춰 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무척 긍정적이다.

아르곤의 프로듀서, 고참 취재 기자 박원상(신철 역)은 아르곤의 막내, HBC 계약직 기자 천우희(이연화 역)에게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길래 여기에 왔을까?”라고 물었다. 천우희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는데, 이 드라마에서 특히 착하고 귀엽게 보였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실제로 천우희를 가까운 곳에서 직접 보면 ‘아르곤’에서의 이미지처럼 작고 귀엽고 착해보인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강하거나 우울한 이미지만 너무 많이 소화했는데, 이번 작품으로 천우희가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 아르곤 팀 전체가 연기파, 연기 구멍이 없다! 캐릭터를 형성해 가는 똑똑한 방법

아르곤의 막내 작가 박민하(김진희 역)가 나인뮤지스 출신의 배우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아르곤’은 아이돌을 캐스팅하지 않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연기에 있어서 아이돌이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연기 잘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긴 하지만, 아직 연기 경험이 적은 아이돌의 경우 어색한 연기를 보여줄 수도 있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에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형성해 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아르곤의 전담 변호사 신현빈(채수민 역)은 착한 척 모습 보이면서 자신이 천우희에 비해 주도권을 가지려고 한다. 신현빈은 비 오는 날 차를 타는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 준 천우희에게 도로의 물이 튀도록 운전했는데, 앞으로 천우희와 신현빈의 신경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천우희의 반격은 언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궁금해진다.

천우희는 맹한 것 같은데 할 말을 다 한다는 점이 재미있게 생각된다. 강제로 해고된 사람 대신 들어온 계약직 용병 기자라며 자신을 구박하는 아르곤의 팀장, 기자 겸 앵커 김주혁(김백진 역)이 지나간 후 “저 새끼가 진짜”라고 말하는 장면은, 천우희가 강한 캐릭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느껴진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HBC 보도국장 이승준(유명호 역)은 와이셔츠에 축구복 반바지를 입기도 하는데, 선한 역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악역을 맡아, 절대악이 아닌 개연성 있는 악역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기자에게, 진실은 사실을 통해서만 나온다.”라고 말한 김주혁은 카리스마, 소신을 보여줬는데, ‘아르곤’은 김주혁 인생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김주혁과 이승준의 보도 방향이 달라지고 서로 물리적인 접촉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점점 재미있어 하다가 갑자기 엄청 재미있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도약하게 만드는 포인트와 타이밍이, 앞으로도 몇 번 더 나올지 궁금해진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아르곤’ 설정과 디테일의 작은 아쉬움

‘아르곤’에서 큰 아쉬움이나 개선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르곤’을 최상의 수준급 드라마로 볼 경우 설정과 디테일에서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붕괴된 건물의 콘크리트 기둥이 너무 새 것이고, 현장에서의 구조대원 복장이 너무 깨끗하다는 것은 옥에 티라고 볼 수 있다.

팩트 체크를 통해 사실 보도를 했더라도 누군가는 슬픔에 잠겨있는 시간에, 회식하며 건배하면서 특종 보도를 했다는 것만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강하게 표현할지 않았으면 감정이입한 채로 더욱 오래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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