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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아르곤’(3) 암시와 복선의 포석인가? 이야기가 지루해진 것인가?

발행일 : 2017-09-12 00:51:32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 제3회는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템포가 매우 느려져 긴장감 또한 떨어졌다. 제1회와 제2회에서 인생드라마라고 외쳤던 시청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멈춰 서게 한 시간이었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러브라인 없는 드라마, 사이다 드라마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러브라인에 모든 스토리텔링이 잠식되지 않기를 원한다. 또한, 빠른 전개를 뜻하는 사이다 진행을 원하며, 답답함이 느껴지는 고구마 전개를 매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아르곤’ 제1회와 제2회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의 그런 욕구를 정말 잘 충족시켰는데, 그런 이유로 시청자들은 8부작은 너무 짧다고 하며, 시즌2를 첫 주부터 기대했었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런데, 제3회 방송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전개됐다. 제1회, 제2회 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제3회 방송만 본 관객은 어쩌면 이 드라마를 더 이상 시청하지 않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다.

제3회 방송의 내용은 얼핏 보면 곁다리로 흘러가기도 하고, 뜬금없는 키스신과 러브신 등 러브라인이 부각됐으며, 템포 또한 느리게 진행됐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천우희(이연화 역)가 천천히 대답하는 모습이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한다기보다는 느림의 절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4회 방송을 보면 확인이 가능할 수 있는데, 제3회 방송은 암시와 복선을 펼쳐놓은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만우절이라는 단어가 주는 암시를 방송 초반부터 사용했고, 거짓말이 거짓말이며, 더 큰 진실을 알리기 위한 작은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를 연결해 극의 뉘앙스를 제시했다.

만약 제4회 방송부터 다시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면 제3회에서의 암시와 복선에 무릎을 치게 될 수도 있다. 시청자가 스스로 극적인 것을 상상하고, 호흡을 가쁘게 하려고 흥분꺼리를 찾아야 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감정을 쥐어짜야 하는, 듬성듬성 불친절한 제3회가 더 큰 그림을 위한 사석이 되기를 바란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독립영화계의 여신이었던 박희본, 디테일한 설정까지 철저하게 지킨 천우희

‘아르곤’ 제3회는 불편함을 모은 시간이었다. 노숙자 잠입 취재를 위해 화장실에서 옷에 소변을 묻히는 등 거북한 장면이 자주 등장했고, 뜬금없이 진한 키스신에 가족과 같이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들은 민망함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불편한 상황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속에서 빛을 냈다.

조현철은 연기를 잘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인상적 연기를 펼쳐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천우희는 디테일한 설정까지 철저하게 지켜 대사와 행동을 보여줬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독립영화계의 여신이었던 박희본은 자연스러운 생활연기의 달인다운 면모를 보여줬는데, 풀어헤친 머리는 실제 모습처럼 리얼했고, 뚱한 표정연기와 눈물 연기 또한 실제 눈앞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표현했다.

◇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도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다

“누군가 내 말을 진심으로 들어준다면?”라는 말은 ‘아르곤’ 제3회가 던진 화두 중의 하나이다. 노숙자의 이야기를 펼칠 때는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었는데, 화면을 극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시청자들의 감정을 극적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의 이야기는 완전히 가공해서 만들어진 허구라기보다는 현실에 근거한 이야기,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공일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가운데 자리 잡은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기승전결 권선징악, 인과응보, 그래도 정의는 승리한다!”라는 메시지가 와 닿으려면 제4회부터는 제1회, 제2회처럼 더욱더 극적으로 스토리텔링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드라마=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드라마가 더욱 드라마틱해지려면, 극적인 이야기가 전개돼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르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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