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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조르조 제르몽의 공격성은 비올레타가 아닌 아들 알프레도를 향한 것일 수도 있다

발행일 : 2017-09-18 18:04:35

고양문화재단, 국립오페라단 주최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가 9월 15일부터 16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공연됐다. 원작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국립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_La Traviata’에서 비올레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손지혜가 다시 출연해 관객들은 두 작품의 감성을 비교 느낄 수 있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 생생한 움직임의 정지 동작,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집중력

‘라 트라비아타’ 서곡 중 막이 오르면 무대를 가득 메운 등장인물들은 마치 밀랍 인형 같은 모습으로 정지된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생생한 움직임을 순간 멈춘 듯한 정지 동작을 한 사람들은, 파티 장면이지만 화려한 총천연색 드레스가 아닌 흑백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나와 오히려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축배의 노래’를 부를 때 비올레타와 알프레도(테너 김동원 분)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정지 동작을 취하다가 합창 부분에서 잠시 움직였는데, 비올레타의 독창 부분에서는 다시 정지 동작을 취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마치 그가 나를 위해 노래 부를 때 세상이 멈추고, 내가 그를 위해 노래를 부를 때 세상이 멈춘다는 것처럼 단 두 사람만 움직이는 세상을 무대에서 볼 수 있었다. 초반 파티 장면에서부터의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 처음부터 아픈 비올레타의 모습은, 비올레타의 암울한 미래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는데, 흔히 화려한 초반 파티 장면으로 반전을 주는 다른 연출법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 자신에 대해 확신과 자신감이 부족한 비올레타, 불안한 마음을 현실화시키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는 “그만해요! 누가 나 같은 사람을 돌봐준다는 거예요?”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부족하다. 그런데, 비올레타의 이런 내면은 실제와는 상관없이 더 크게 만든 악순환의 반복을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 조르조 제르몽의 공격성! 비올레타가 아닌 아들 알프레도를 향한 것일 수 있다

한국적인 ‘한(恨)’의 정서를 가진 라 트라비아타’에서 아버지 조르조 제르몽(바리톤 강기우 분)은 비올레타를 미워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들 알프레도를 미워하는 마음이 큰데 아들을 직접 미워할 수 없기 때문에 아들이 사랑하는 비올레타에게 미워하는 마음을 전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르몽의 공격성은 비올레타가 아닌 알프레도를 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제르몽은 알프레도에게 직접 가하지 못하는 공격성을 비올레타에게 해소한다고 볼 때 제르몽의 행동은 모두 일관성 있게 해소 가능하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알프레도 때문에 혼사가 깨질 위험에 직면한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걱정보다는 아들에 대한 미움이 크지만, 아들에게 단죄의 칼을 휘두르기에는 심리적 갈등이 크기 때문에 방향을 비올레타로 바꾼 것일 수 있다.

제르몽은 비올레타에게 ‘희생’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희생양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비를 실망시킬 거냐?”라는 말한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실망, 적대성의 표현으로 비올레타에게 모진 말과 행동을 해 알프레도와 헤어지게 만든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제3막에서 제르몽은 병이 심각해진 비올레타를 다시 찾아와 용서를 비는데, 이 또한 비올레타가 아닌 알프레도에 대한 공격성의 우회적 결과일 수 있다. 또 다른 파티 현장에서 비올레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알프레도를 보며 실망한 아버지는 “이런 너의 모습에서 내 아들 알프레도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버지 자신을 위해서 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아버지 제르몽이 가진 적대성의 대상은 비올레타가 아닌 아들 알프레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 최소한의 무대를 만든 미니멀리즘, 흰색의 이미지를 반어적으로 사용하다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의 ‘라 트라비아타’는 심플한 무대, 심플한 색, 심플한 움직임과 동선을 사용한 대극장의 미니멀리즘 오페라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정지 동작은 복잡 다양한 동작으로 표현하며 대비한 점 또한 주목된다.

미니멀리즘 속 흰색을 반어적 이미지로 사용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 복장은 거의 검은색의 옷이지만 비올레타를 증오하게 된 알프레도는 흰색옷을 입고 나타나고, 비올레타를 곤란하게 만든 듀폴 남작(바리톤 한진만 분)은 재킷만 흰색을 입고 나타난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제3막에서는 의자 등 가구는 모두 흰색이었는데,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비올레타를 아프게 하는 것, 아픈 비올레타 곁에 있는 물체 등에 흰색을 사용해, 흰색이 주는 의미를 독특하게 설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빛 또한 구원일 수도 있지만 반어적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 가창력과 연기력, 뛰어난 감정 표현으로 비올레타의 처절함을 표현한 손지혜

‘라 트라비아타’에서 김동원은 부드러운 테너의 감미로움을 들려줘 알프레도의 행동을 더욱 안타깝게 여기도록 만들었고, 강기우는 바리톤이 전달할 수 있는 무대와 관객석을 장악하는 웅장함을 보여줘 제르몽의 행동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고양문화재단 제공>

가창력과 연기력을 통해 뛰어난 감정 표현을 보여준 손지혜는 옆으로 누워서 아리아를 독창하기도 하고 똑바로 누운 채로 아리아를 소화하기도 했다. 바닥에 쓰러지는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제3막에서 침대가 아닌 바닥에 누워있는 손지혜는 처절함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했다. 감정이입한 관객은 바닥의 딱딱한 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제르몽이 하는 행동의 근본적인 이유가 비올레타 때문이 아닌 알프레도 때문이라는 시야로 바라볼 경우, 비올레타는 더욱 ‘한’이 어린 동양적 정서를 가진 여인이 될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에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이번 공연은 그럼 감정적인 면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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