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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벤허’(3) 부드러운 카리스마 박은태, 울분에 찬 최우혁, 그리고 진지하게 웃기는 이정수

발행일 : 2017-09-20 18:47:26

뮤지컬 ‘벤허’는 유다 벤허(유준상, 박은태, 카이 분)와 메셀라(박민성, 민우혁, 최우혁 분)의 심리적 갈등과 경쟁, 벤허를 사랑하는 에스더(아이비, 안시하 분)의 배려, 적의 장수였으나 양아버지가 된 퀸터스(남경읍, 이희정 분)의 의리와 믿음이 담긴 작품이다.

미리암(서지영 분), 시모니데스(김성기 분), 빌라도(이정수 분), 티토(선한국 분), 티르자(곽나윤 분), 어린 티토(이윤우, 이지훈 분)와 앙상블 또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다.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 유다 벤허 역으로 출연한 박은태, 메셀라 역의 최우혁, 빌라도 역의 이정수를 중심으로 내면과 외면의 갈등과 질주를 어떻게 펼쳤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 부드러운 목소리의 박은태! 어쩌면 이렇게 연기를 잘 할 수 있는지 감탄에 감탄을 이어가게 만들다

부드러움 속에 울부짖는 박은태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서 실제로 우는 박은태의 연기력과 함께 벤허의 내면을 와 닿게 전달하도록 만든다. 박은태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는 것을 조명 덕분에 알 수 있다.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박은태의 목소리는 감미롭지만 무척 남자다운 목소리이다. 남자가 고음에서 지르면서 노래 부를 때의 바이브레이션을 박은태의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는데, 여자의 고음에서는 표현되지 않는 바이브레이션은 부드럽지만 남자답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한다. 박은태의 뮤지컬 넘버가 감미로우면서도 절절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은태의 목소리는 화선지에 스며든 먹에 비유할 수 있다. 소리가 그라데이션 되는 느낌이다. 수묵화를 화선지에 그릴 때 크게 붓을 칠하면 먹이 화선지에 진하게 스며들어 퍼지는 것처럼 여리고 높고 가늘고 감미로운데, 강하게 배어든 짙은 먹처럼 진한 저음을 느낄 수 있다.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박은태의 입체적인 목소리가 관객의 성향에 따라 더 원하는 소리를 선택적으로 들을 수도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은 매력적인 장점이다.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반전의 표현이 가능한 목소리와 가창력, 그리고 연기력은 “왜 박은태인가?” 알 수 있게 한다.

박은태는 귀족이 된 후 흰옷을 입었다. 그런데, 그 옷은 어떻게 보면 거추장스럽고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줬고, 그 답답함은 관객석까지 전달됐다. 로마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박은태는 흰색 옷에서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입고 있던 흰색 옷을 찢는데, 그때의 해방감 또한 관객석까지 진하게 전달됐다.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박은태는 옷을 갈아입은 후 행동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디테일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은 놀랍다. 박은태의 움직임 설정과 디테일은 지속적으로 돋보였는데, 옷을 찢고 새 옷을 입는 것은 벤허의 인생이 변한다는 것을 이미지적으로 표현하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양아버지로 삼은 퀸터스가 죽었을 때부터 눈물을 흘리는 박은태는 벗은 몸을 계속 보여줬는데, 이런 면은 더욱 현실감을 줬다. 박은태가 옷을 입고 있으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게 되고, 옷을 입으면 관객들은 심리적으로 한 발 물러서 박은태를 볼 수 있다.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박은태가 옷(상의)을 벗게 되면 생살로 연기하는 느낌이 전해졌는데, 안전하지 않고 약간 불편함, 그러나 생생함을 살아있었다. 관객은 내가 위험한 것처럼 감정이입해 느낄 수 있다.

갑옷을 걸치기는커녕 상의도 입지 않았다는 것은 칼을 맞으면 바로 죽을 수도 있다는 위태로움을 뜻한다. 박은태는 근육도 관상용으로 키우지 않고 현실감 있게 만들어 무대에 올랐다는 점도 눈에 띈다.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노예 시장에서 노예들의 옷을 찢는 장면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옷을 찢는다는 것은 그들을 상품화했다는 것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디테일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고 행동의 디테일로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과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생각하면 더욱 감동이 밀려온다.

◇ 목소리의 느낌만으로 메셀라 캐릭터를 표현한 최우혁! 울분과 처절함, 억울함과 열등감에 대해, 연기가 아닌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몰입해 연기하다

잘 생긴 외모의 최우혁은 목소리의 느낌만으로 메셀라 캐릭터를 표현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내면에 있는 감정, 연기하려고 하는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점은 무척 흥미로웠는데, 얼굴의 표정 연기도 일품이었다.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지지리도 가난한 하급 병사의 아들로 태어난 메셀라 유다와 형제라고 불렸지만 동정을 받았다고 기억한다. 벤허의 어머니 미리암은 메셀라의 아버지가 죽은 뒤 메셀라를 데려다 벤허와 똑같이 아들로 키웠다고 기억하지만, 정작 메셀라는 자신이 받은 건 반쪽짜리 빵, 먹다 남은 동정이라고 기억한다.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게 입장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도 무척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잘해줘도 상대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면 잘해준 것이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수준으로 더 잘해주거나, 아니면 지금 내가 해주는 게 얼마나 잘해주는 건지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비로소 잘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칼싸움을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는 최우혁은, 자신의 행동에 일단의 명분을 부여하며 연기력을 펼친다. 비겁자이기 때문만은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점인데, 뮤지컬 처음에는 배신자로 느껴져 비난하게 되더라도 점차 동정심을 갖게 만든다는 점도 주목된다.

바닥에서부터 이를 갈면서 올라가면서 울분과 처절함, 억울함이 끈적끈적하고 묵직하게 응고된 최우혁의 목소리를 통해 극대화된다. 최우혁이 표현한 열등감은 메셀라의 열등감일지, 실제로 최우혁이 지금의 성공을 이루면서 겪었을 열등감일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도 돋보였다.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나오면 웃기는 빌라도 역의 이정수! 완급조절과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다

유대의 로마 총독이자 퀸터스의 오랜 친구 빌라드 역의 이정수는 진지하게 웃긴다는 점이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뮤지컬 초반부터 축적된 긴장은 이정수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이완된다. 진지한 얼굴에 장난기 어린 표정은, 이정수가 빌라도를 스스로 조롱하는 해학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어린 디토 역(이윤우, 이지훈 분)의 아역 연기자의 연기력과 가창력 또한 조명할 필요가 있는데, 어릴 적부터 이런 큰 무대에서 수준급 배우들과 함께 한 경험은 그들을 얼마나 성장하게 만들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벤허’ 공연사진. 사진=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종교적인 이야기를 역사의 이야기로, 역사의 이야기를 우리 삶의 이야기로 전달하다

‘벤허’는 무척 종교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는데, 역사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무척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또한, 역사적인 이야기로 머무르지 않고, 마치 현대에도 이어지는 이야기가 돼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로 감정이입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은태가 “저들을 용서하라. 저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라고 절절하게 부르는 뮤지컬 넘버를 듣고 있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휴머니즘은 특정한 종교나 이념을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이자 숭고한 인류애를 경험하는 감동의 핵심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벤허’의 감동과 메시지는 종교적 관점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큰 빛이 되는 위대한 성인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전달함으로써, 그 내면의 사랑과 용서, 포용의 메시지를 더욱 적나라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놀랍게 여겨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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