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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병원선’(13) 병원선이 등장하지 않는 ‘병원선’

발행일 : 2017-09-21 13:40:12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 제13회의 부제는 ‘사랑이 제일 좋은 반창고라구요’이다. ‘병원선’ 제13회의 특징은 병원선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병원선 없는 ‘병원선’의 뜬금없는 멜로는 이 드라마가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트라우마가 있는 의사는 트라우마를 먼저 치료하고 의료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환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려고 하는 ‘병원선’의 행위는 이 드라마가 의학 드라마인지 반의학 드라마인지 갸우뚱하게 만든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 환자를 볼모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는 것이 감동인가?

‘병원선’ 제13회에서 내과의사 강민혁(곽현 역)은 심정지 환자를 앞에 두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트라우마가 있는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보다 자신의 트라우마 극복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 감동적인 것일까?

심정지 환자를 두고 외과의사 하지원(송은재 역)이 강민혁에게 한참 동안 용기를 북돋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현실성 없는 과도하고 위험한 설정 후에 강민혁을 칭찬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병원선’의 제작진은 감동의 정면돌파보다는 노이즈 마케팅에 더욱 큰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 병원선 이야기인데, 병원선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의사들은 의사 가운보다는 주로 사복을 입고 있다?

드라마를 보는 시야는 시청자들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의학 드라마라고 의학만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극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적절한 멜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병원선 장면이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병원선’이 웰메이드 의학 드라마가 되기를 바라는 시청자에게는 무척 안타깝게 여겨질 수 있다. 의학 드라마이지만 의사들이 의사 가운을 입은 모습을 보는 시간이 더 적고 주로 사복을 입은 모습을 보는 것도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위급상황에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도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한의사 이서원(김재걸 역)이 치과의사 김인식(차준영 역)을 태우고 부산 나이트클럽에 간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 한의사가 의사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나이트클럽 부킹녀의 반응이다?

이서원과 김인식이 갑자기 나이트클럽에 간 것도 주목되지만, 한의사가 의사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나이트클럽 부킹녀의 반응에 좌우되는 것으로 몰고 간다는 점은 ‘병원선’의 의료진에 대한 그간의 시야를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는 것이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한의사의 피해 의식과 군의관 비하가 난무한 ‘병원선’ 제13회를 보면서 한의사가 정말 저런 피해 의식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간호사 비하, 한의사 비하, 군의관 비하에 이어 이어질 ‘병원선’의 이야기는 치과의사 비하라는 이야기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스토리의 도약, 감정의 점핑, 암시와 복선 없이도 질주하는 스토리텔링

‘병원선’ 제13회에서는 극 중 강민혁의 아버지 정인기(곽성 분)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가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오고, 다시 환자의 상태로 돌아가는 극적인 반전에 반전을 보여줬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에서의 스토리의 도약, 감정의 점핑이 주는 독창성은 다른 드라마에서와는 달리 암시와 복선 없이도 질주하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뻔히 예상되는 러브라인 속에 이런 변화는 신선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상처를 입은 하지원의 목에 피가 없어진 다음 장면 또한 디테일의 부족보다는 과감한 스토리의 도약을 이뤄내는 ‘병원선’만의 매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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