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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춘상(春想)’ 관객들 또한 작품의 역동성을 실시간으로 호응할 수 있다면

발행일 : 2017-09-23 10:36:51

배정혜 안무, 정구호 연출, 이지수 음악감독, 국립무용단의 ‘춘상(春想, When Spring Comes)’이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2017~2018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인 이번 작품은 ‘모던클래식 무용극’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다.

반세기 동안 한국무용 중심이었던 국립무용단이 가장 젊은 춤을 표방하고 나섰다는데 의의가 있는데, 실제로 관람하면 시원시원한 움직임과 역동성이 배정혜 안무가와 국립무용단의 새로운 색깔을 펼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추상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안무

‘춘상’은 흑백의 무대에서 시작한다. 조명으로 밝은 흰색의 1층 무대에서 2단으로 입체감을 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어두운 2층이 자리 잡고 있다. 추상적인 공간은 공연 시작 전부터 추상적인 안무를 연상하게 했지만, 희색 계열의 옷을 입은 무용수들은 시작시 밝고 경쾌한 재즈풍의 음악과 함께 경쾌하게 시작한다.

‘춘상’은 춘향과 몽룡의 이야기이다. 국립무용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춤, 춘향’(2002)이 2017년판 모던클래식 춘향으로 재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춘상’은 만들어진 배경, 공연의 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적인 수작이다.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상’은 봄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념이 ‘축제, 만남, 환희, 갈등, 이별, 좌절, 재회, 언약’의 8개 장면으로 표현돼 있는데, 어떤 장면이 환희인지 어떤 장면이 갈등인지 몰라도 그 시간 무대 위의 정서 자체로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무척 돋보인다. 관객들은 8개의 스토리텔링을 추상적으로 생각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움직임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춘상’의 안무 콘셉트를 보면 메인 무대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들 뒤에, 자신이 메인으로 춤을 추지 않는 시간의 많은 남녀 무용수들은 박수치며 스텝을 밟으며 리듬을 탔는데, 메인 무대의 무용수들이 칼 군무를 추지 않고 개성을 살려 디테일을 표현해도 멋지게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아마데우스’, ‘햄릿’ 등 유럽 뮤지컬이 가진 안무 스타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밝은 파티장을 연상하게 만드는 음악

공연이 시작할 때 스피커가 무용수 앞쪽이 아닌 무대 뒤쪽에서부터 소리를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할 수 있었다. 강렬한 사운드가 펼쳐지는 스피커가 무대 앞쪽에 있기 때문에, 음악을 타고 안무를 하는 게 아니라 질주하는 음악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에는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춘상’의 새로운 안무에 관객들이 익숙해지기 전에, 공연장이 아닌 밝은 파티장을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사운드와 임팩트를 가진 음악이 관객들에게 먼저 어필했기 때문으로 질주하는 음악 못지않게 안무 또한 역동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작을 크고 시원하게 사용한 안무는 발레나 스트리트 댄스 못지않은 풍성함과 빠른 속도를 보여줬다.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상’은 음악만 듣고 있어도 언제 시간이 훌쩍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음악 또한 주인공의 역할을 했는데,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스토리에 연연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기 위해 안무 못지않게 음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따라가며 보면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다.

◇ 밝고 경쾌하고 역동적인 음악과 안무, 무용수들의 모습과, 관람 태도 좋은 관객들을 지나치게 진지하고 경색된 모습은 대비를 이룬다

‘춘상’은 무대 위에서 소리 지르며 환호하는 무용수들과 함께 같이 환호하며 추임새도 넣으며 보고 싶은 작품이다. 진짜 축제처럼, 파티처럼 즐길 수 있는 시간에,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은 모범적인 공연 관객의 자세를 갖췄다. 만약, 국립극장에서의 국립무용단 공연도 즐거울 땐 마음껏 즐거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된다.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상’의 안무 중에 정말 눈에 띄는 것은 몽(조용진, 김병조 분)이 전통적인 리더의 역할을 하고 춘(이요음, 송지영 분)이 팔로어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커플댄스에서 춤을 출 때 남자가 리더이고 여자가 팔로어라는 공식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춘의 춤은 독립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있고, 몽 또한 춘의 춤을 서포트하기보다는 자신을 표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두 사람이 같은 동작을 할 때도 있는데, 춘과 몽의 독립성, 자기애, 자아에 대한 존중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안무에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상’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상’에서의 몽과 춘처럼, 커튼콜까지 기다리지 않고 관객들도 같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어떨까 생각한다. ‘춘상’에서 남녀 무용수들은 서로 아이 콘택트를 하는 장면이 많았고, 커튼콜에서도 각자 모두 다른 등퇴장으로 무대 인사를 했는데, 관객들도 천편일률적인 모범적인 관람 태도를 벗어나 개성을 살린 관람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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