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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UMFF2017(4) ‘강의 노래’ 물이 돼 보는 여행, 강이 돼 보는 여행

발행일 : 2017-09-23 12:08:19

이지호 감독의 ‘강의 노래(A River Song)’는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2nd Ulju Mountain Film Festival; UMFF2017) 모험과 탐험 섹션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이 작품은 이지호와 유영욱이 목조 카누로 떠나는 남한강 여행을 담고 있는 로드무비이다. 땅의 길이 아닌 물의 길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감독은 자연의 품으로 떠나는 순례 여행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내레이션을 통해 알려준다.

‘강의 노래’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강의 노래’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발원지부터 남한강을 따라가는 여행, 물이 돼 보는 여행, 강이 돼 보는 여행

‘강의 노래’는 남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부터 남한강을 따라가는 여행을 담고 있는데, 낮은 수위로 인해 원래 출발 장소보다 25km 하류에서 시작하게 된다. 카누를 타기도 하지만 끌고 가는 시간도 많은 점은 흥미롭다.

막연히 생각하면 강은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면서 수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강의 노래’를 관람하면 피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강을 구체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관객은 등장인물에 공감해 감정이입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관객의 성향에 따라 물 또는 강에 감정이입해 바라볼 수도 있다. 물은 마냥 흐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용수 등을 위한 보에 저수지처럼 고이기도 하고, 노를 저어 카누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낮은 수위로 흐르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의 노래’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강의 노래’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강바닥을 파내 물길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낮은 수위인 구간에서는 카누를 타지 못하고 끌고 가기도 한다. 정확히 비유할 수는 없지만, 자전거를 탈 때 바닥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타지 못하고 끌고 가야 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비슷한 느낌이 든다.

◇ 타들어가는 대지의 절박함과는 다르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컨트리풍 음악과 풍광, 아마도 우리 삶에도 이런 면이 많지 않을까?

패들링, 야영과 취사를 위한 장비들, 촬영을 위한 장비들을 가지고 나무로 만든 카누, 낮은 수위라는 악조건 하에서 등장인물들은 움직인다. 말라버린 강, 타들어가는 대지의 절박함과는 달리, 영화 속 음악은 컨트리풍이며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광은 보는 즐거움을 준다.

‘강의 노래’에서 이런 모습들을 보면 마치 우리 삶의 모습을 다른 장면을 가지고 이미지화한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내면은 타들어가고 삶을 적셔줄 희망의 물은 언제 내릴지 모르는데, 그 고난 속에 괴로워하고만 있지는 않고 인내심과 평온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면, 카누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강의 노래’에 공감해 힐링할 수 있다.

‘강의 노래’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강의 노래’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하류에 커다란 강이, 더 나아가면 자유로운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낮은 수위의 상류를 건널 때의 힘듦, 마을과 도심을 지날 때 오염돼 냄새나는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답답함을 이겨내는 인내심이 필요한데, 이런 점 또한 우리 삶과 닮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강의 노래’는 특정한 목적성에 초점을 두지 않으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천천히 나아가는 나무 카누의 이야기는, 지루하기보다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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