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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UMFF2017(9) ‘화이트아웃’ 극지방의 화이트아웃, 일상의 개늑시

발행일 : 2017-09-24 23:15:16

김보원 감독의 ‘화이트아웃(White Out)’은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2nd Ulju Mountain Film Festival; UMFF2017) 자연과 사람 섹션의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다.

화이트아웃은 극지방에서 사방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뜻한다. ‘화이트아웃’은 대화와 행동에 의한 스토리텔링보다는 상황과 장면에 의한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인데, 짧은 단편 작품이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화이트아웃처럼 영화의 엔딩크레딧과 만날 수도 있다.

‘화이트아웃’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화이트아웃’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극지방에서 일어나는 화이트아웃,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개늑시

화이트아웃은 눈앞에 모든 게 하얗게 변하는 시야 상실 현상으로, 이때는 원근감과 공간감이 없어지고 가까운 곳조차도 분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무척 위험할 수 있다.

‘화이트아웃’에서 곰을 찾다가 눈보라 앞에서 월터는 정신을 잃는데, 현재의 상황이 현실인지 상상인지 분간하지 못한다. 똑같지는 않지만, 현재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극지방의 화이트아웃은, 우리 일상에서 느껴지는 개늑시(개와 늑대의 시간)과 비교할 수 있다.

해가 뜰 때와 해가 질 때, 낮도 밤도 아닌 경계의 시간에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사물의 윤곽이 희미해지는 시간을 개늑시라고 한다. 저 너머에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정확하게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뜻인데, 개늑시는 물리적인 시간으로도 심리적인 시간으로도 다가올 수 있다.

‘화이트아웃’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화이트아웃’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우리는 살면서 가끔씩 인생의 화이트아웃을 겪는다

‘화이트아웃’을 보면 나는 극지방에 갈 일이 없으니까 내가 화이트아웃을 직접 경험할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살면서 인생의 화이트아웃을 가끔씩 겪는다.

운전할 때 갑자기 서리가 끼는 자동차 앞유리창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여기서 움직이는 게 안전한 것인지 가만히 있는 게 안전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든 인생의 화이트아웃은 반복해서 찾아온다.

‘화이트아웃’은 무척 함축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펼쳐보면 눈보라치는 극지방이 아닌 곳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어느새 격한 공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교차된 영화였다면 화이트아웃에 대해 더욱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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