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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부산국제영화제(3) ‘타클라마칸’ 나는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삶속의 타클라마칸에서

발행일 : 2017-09-29 10:18:09

고은기 감독의 ‘타클라마칸(Taklamakan)’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2017 BIFF)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장편 영화이다. 타클라마칸이란 위구르어로 ‘돌아올 수 없다’라는 것을 뜻하며, ‘죽음의 사막’이라고 불리는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서부, 타림 분지에 있는 사막을 지칭한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광활한 사막의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선택한 것은, 돌아올 수 없는 삶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상상력과 모험심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인지, ‘타클라마칸’은 제목부터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타클라마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타클라마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영화의 정서 속으로 깊게 끌고 들어가는 시작부의 내레이션

“나는 이곳에 파묻혔다. 아무도 내가 이곳에 묻혀있다는 것을 모른다. 나를 죽인 그자가 왜 나를 죽였는지도 모른다. 단지 내가 죽었다는 것만이 진실이다. 타클라마칸은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붉은 사막이다. 나는 그 사막의 한복판에서 내 사랑 타클라마칸과 작별을 했다.”라는 수은(하윤경 분)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차분하면서도 깊게 관객을 끌고 들어간다. 실제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상징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고 상상되는 내레이션은, 마치 소설의 첫 페이지를 혼자 있는 어두운 방에서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타클라마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타클라마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무언가 마음 아픈 행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암시를 받을 수 있는데, 행동 때문에 마음이 아파졌다기보다는 그런 마음이 다른 사람이나 상황으로 하여금 행동을 유발하게 만드는 투사적 동일시의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 내가 익숙한 삶과 현재가 다른 조성하, 내가 꿈꾸는 삶과 현실이 다른 하윤경

‘타클라마칸’에서 태식(조성하 분)은 과거에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녔지만 현재는 재활용 수거 일을 한다. 수은은 네일 아티스트를 꿈꾸고 있지만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타클라마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타클라마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한때 잘 나갔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 일을 하는 나와 지금의 나와는 격차가 너무 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타클라마칸’에서 태식과 수은, 두 사람 만남이 인위적인 영화적 조합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현진(송은지 분), 박사장(장봉수 분), 미선(공상아 분) 또한 영화적 캐릭터라기보다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캐릭터이다. 타클라마칸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에 현실적인 캐릭터들의 조합은 파격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타클라마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타클라마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이전의 영화에서 구축했던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보여준 하윤경, 뛰어난 연기력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의 처절함을 표현한 조성하

하윤경은 장편 영화 ‘소셜포비아’에서 자아는 강하지만 채울 알맹이가 없는 하영 역을 맡았었는데, ‘타클라마칸’에서 네일 아티스트를 꿈꾸지만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상황과 겹쳐서 볼 수 있다.

단편 영화 ‘만개의 언덕’에서 얼굴의 다른 부분의 변화는 없이 눈빛만 변화해 장면마다 다른 분위기 연기했는데, ‘타클라마칸’에서 조성하와의 마지막 장면 때에도 이전 장면과 눈빛만 변화해 섬뜩함까지도 전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역이 재개발 지역이라는 점도 두 영화의 공통점이다.

하윤경은 ‘타클라마칸’에서 ‘소셜포비아’와 ‘만개의 언덕’에서 자신이 만들고 펼쳤던 정서를 한꺼번에 표현했는데, 연기파 배우로 보이기도 하고 외모파 배우로 보이기도 하는 하윤경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타클라마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타클라마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타클라마칸’에서 조성하는 회사에서 버림받고 가족으로부터도 버림받은 마음속 깊은 곳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데 큰 아픔과 고통을 선 굵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손톱이 빠져나가는 아픔을 리얼하게 표현함으로써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아픔을 관객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조성하가 소화한 태식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미움과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그리고 받아야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조성하는 그 인물을 비난하더라도 일단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준다.

조성하는 영화 ‘용의자’에서 김석호 역을 소화할 때도 모범적인 면과 비모범적인 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내재적 연기를 펼쳤는데, 만약 ‘타클라마칸’에서 태식이 단순하기만 한 캐릭터였다면 사건이 벌어진 영화 중반 이후 몰입도가 떨어졌을 수도 있기에 조성하의 복합적인 연기력에 더욱 감탄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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