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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국립국악관현악단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2) 거장의 도전과 발전을 더욱 기대하며

발행일 : 2017-10-03 16:29:42

◇ 국악기 소리와 국악관현악에 우리가 더 익숙해진다면?

9월 28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에서 세 번째 연주곡은 황호준 작곡의 관현악 ‘바르도(Bardo)’였다. 이 곡은 동학 농민군의 천도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음향 조건에서의 연주로 이뤄진 이번 공연은 각 악기들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뤘지만, 각 악기는 자신의 매력을 100% 발휘하기보다는 다른 악기들을 배려하며 겸손하게 연주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이런 시도의 지속성은 국악관현악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한 도약이 될 수도 있지만, 현재는 서양 관현악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오케스트레이션이 맑지 않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이는 국악기 자체의 특성이라고 볼 수도 있고 국악관현악 곡의 현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관객들이 국악기에 아직 익숙해있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바이올린 소리에 익숙한 사람은 첼로 소리가 거칠고 투박할 수도 있고, 첼로 소리에 익숙한 사람에게 바이올린은 너무 자극적일 수도 있는데, 두 악기의 매력을 모두 아는 사람에게는 두 악기 소리가 모두 아름답게 들리는 것을 국악기와 국악관현악에도 적용할 수 있다.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악의 경우 공기의 진동과 음의 여운이 공명돼 감정의 공명으로 이어지는데,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의 관객들은 기쁜 마음에 곡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쳤기 때문에, 공기의 진동이 마음속으로 확 들어오기 전에 큰 박수 소리가 미세한 울림과 떨림을 덮어버려 여운과 감동을 저하했다고 볼 수도 있다.

판소리를 들을 때처럼 관객들이 거침없이 환호해 호응하며 국악관현악을 관람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서양 관현악보다 더 엄격하게 시간을 둔 후 박수와 환호를 가능하게 해 국악기가 만들어낸 소리의 여운을 끝까지 즐기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의 연구와 관객들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관객들이 다 같이 같은 것을 느낄 경우 그 감동은 어머어마하게 증폭되는데, 관객의 성향에 따라 다른 방법과 타이밍으로 반응을 보인다면 감동은 증폭되기보다 상쇄돼 공연 자체가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흩어진 리듬’을 연주할 때 마지막에 가야금 협연자 이지영은 관객석까지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는 작은 울림을 연주하는 동작을 다소 길게 했는데, 곡 자체에 충실해 연주했을 수도 있고 이런 울림의 여운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이지영의 배려였을 수도 있다.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찰리 채플린을 연상하게 만든 임헌정의 산뜻한 움직임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의 지휘자 임헌정은 등퇴장을 할 때 일반적인 거장들처럼 천천히 움직이기보다는, 마치 장난꾸러기 고양이가 놀러 가는 듯한 경쾌하고 사뿐한 발놀림으로 이동했다. 크지 않은 체구에서 순식간에 훅 들어가는 지휘의 움직임, 등퇴장 때의 산뜻한 걸음걸이는 마치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임헌정이 젊게 보이는 이유는 음악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일 것인데, 날렵한 체구, 경쾌한 지휘 몸놀림, 등퇴장시 빠르고 재미있는 움직임 때문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여유 있는 여타의 지휘자들과 다른 모습은, 앞으로도 임헌정은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도록 만든다.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이미 거장인 임헌정이 여기에서 또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거장의 발전은 개인의 발전이 아닌 역사의 발전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대형 공연장에서의 오케스트라 지휘만 고집하지 않고, 실내악을 지휘하고 국악관현악을 지휘하는 것은 임헌정의 도전이자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임헌정이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부천필)를 25년 동안 이끌며 국내 교향악단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은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해 부천필을 최고의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렸던 것을 생각하면, 그의 꾸준한 노력과 도전, 발전과 성취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게 된다.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음악을 해석하고 있는 임헌정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의 네 번째 연주곡은 김성국 작곡의 관현악 ‘영원한 왕국’이었다. 편종과 편경도 함께 했는데, 편종 소리와 편경 소리는 곡을 이끈다기보다는 뒷받침을 했다.

앙코르곡은 계성원 편곡의 ‘솔베이지의 노래’였는데, 서양 음악을 동양 악기의 음색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공연에서 국립극장 하늘극장은 무대 양쪽에 자막으로 현재 연주되는 곡을 알려줬는데, 프로그램에 소개되지 않은 앙코르곡의 제목과 작곡자, 편곡자를 자막으로 알려준 것은 관객을 배려하는 무척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2017 마스터피스 임헌정’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앙코르곡은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에 의해 연주되는데, 가장 감정이 고조된 시간에 관객들은 그냥 음악을 즐기기에도 가슴이 벅찬데 이 음악이 무슨 음악인지 생각해야 한다면 감동이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립극장의 안내는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임헌정의 지휘가 부드러운데 단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간결하고 단정한 일상적인 손놀림과 몸짓의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상의 디테일이 주는 감동이 앙코르곡의 자막 안내로 더욱 빛났다는 점은 사소한 것 같지만 무척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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