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드라마에서는 일본인 역으로, 일본 영화/드라마에서는 한국인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다케다 히로미츠(Takeda Hiromitsu). 한국 친구들을 만나면 자신을 일본인으로 대하고, 일본 친구들을 만나면 자신을 한국인으로 대한다고 농담을 한다. 실제 만나 본 그는 무척 겸손했고 때론 수줍어했는데 원래 한국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 사람들과 한국 문화를 좋아 했다. 일본에 대한 사랑과 애착도 숨기지 않는 일본인 배우 다케다 히로미츠, 이젠 그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배우, 한국 배우라고 부르려 한다.
영화 ‘명량’을 비롯해 ‘스톱’ 나오 역, ‘대호’ 마에조노 부관 역, ‘동주’ 간수장 역, ‘해어화’ 헌병 중위 역, ‘밀정’ 다케다 형사 역, ‘보안관’ 다케시 역, ‘박열’ 검사 역으로 출연했고, ‘대장 김창수’ 와타나베 역, ‘게스트하우스’ 스즈키 역, 2018년 개봉 예정인 ‘청산별곡’에서는 다카키 역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일본 영화는 ‘아이 엠 어 히어로’, ‘아웃레이지3(아웃레이지 파이널)’ 등에 출연했다.
그의 이름을 모르던 사람도 사진을 보면 “맞아, 본 적이 있어.”라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JTBC ‘비정상회담’, TV조선 ‘영웅삼국지’ 등의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끝없는 사랑’ 등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tvN ‘명불허전’에서 사야가(김충선)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하 다케다 히로미츠와의 일문일답
◇ 배우 다케다 히로미츠! 그는 누구이고 어떤 꿈으로 배우가 되려고 했는가?
- 만나서 반갑습니다. 근황에 대해 알려주세요.
tvN ‘명불허전’에 출연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조선으로 귀화한 사야가(귀화명 김충선) 역할을 맡았습니다. 한국에서 와서 처음으로 하는 좋은 역할인 것 같은데요. 시청률도 괜찮게 나오고 해서 기분 좋습니다.
- 일본에서 배우가 되겠다고 하는 정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평소 영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사실은 배우가 되겠다는 것 보다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오사카 출신인데, 오사카보다는 도쿄가 그런 기회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학교를 그만두고 17살 때 무작정 아무 계획도 없이 도쿄로 간 거죠.
계획 없이 가다 보니, 가지고 간 돈을 다 써버리게 되고 아시겠지만 도쿄 물가가 엄청 비쌌거든요. 예전 JTBC ‘비정상회담’에서도 말 한 적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빼빼로 하나로 3일을 버티고 그랬어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아르바이트를 시작 했어요.
오후부터 새벽까지 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일만 하다 보니 목표도 없어지고 그냥 그런 생활에 빠져버리게 된 것입니다. 한 2년 정도. 당시 가게 사장님은 일을 별로 안 하는 스타일이라 거의 제게 맡기는 식이에요. 주변이나 손님들은 제가 사장인줄 알기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게에 어떤 여자 손님이 왔는데, 제게 아르바이트 말고 평소에 뭐 하냐 물으면서 명함 하나를 주더군요(요즘으로 말하면 길거리 캐스팅?). 그 명함이 지금의 제 소속사입니다. 요시모토흥업. 쉬는 날에 그 명함 주소를 들고 찾아갔죠.
갔더니 저랑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10여 명 정도 있었는데, 저희 회사가 원래 개그맨들이 많은 회사인데, 본격적으로 극단을 만들려고 배우들을 모집 했죠. 극단 레슨에 아르바이트 비는 시간에 참여하게 된 거죠. 레슨을 받다 보니 첫 연극 공연이 잡힌 거예요. 그렇게 해서 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그때 20살. 당시 그 극단에는 여자 2명에 남자 8명으로 구성됐는데, 여러 명이 동시에 데뷔한 거죠. 그런데, 얼마 안 가서 갑자기 그 극단이 해산된 거예요, 당시에 소속사 남고 싶으냐 아니면 그만둘 거냐 묻기에 저는 그룹 극단이 아니라면 저는 남고 싶다고 했죠. 저희 회사가 원래 배우 전문 소속사가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일이 별로 없어서, 저는 연극만 했죠. 그러다가 조금씩 드라마, 영화 쪽에 일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 작품 활동을 위해 한국에 온 다케다 히로미츠, 한국 영화 현장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끼다
-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일본에서 배우 활동 중, 여러 영화를 봤어요. 특히 한국영화에 느낌이 왔다고 할까요. 그때 작품들은 당시 한류가 일본에 시작되기 전이니, 박찬욱, 봉준호, 김기덕, 이창동 감독들의 작품 정도만 볼 수 있었어요. 배우들이 연기가 뛰어났고, 감독들의 연출력, 당시 일본 영화에는 없는 분위기랄까, 스크린에서 쏟아져 나오는 힘을 많이 느꼈어요.
그런 영화가 어떻게 배우 입장에서는 만들고 작업하는지 보고 싶어진 거예요. 2006년 3달간 연세대에서 단기유학 하다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에서 생활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오디션 통해서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라는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하게 됐고, 그게 지금까지 오고 있습니다.
- 실제로 한국에 와보니 어떤가요? 일본영화 현장과 한국영화 현장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촬영기간이 길어요. 일본에서는 보통 한 달 안에 찍는데 큰 영화여도, 한국은 2-3달, 제가 출연한 영화 ‘대호’는 6개월 이상, 이런 영화는 일본에서 없어요. 촬영기간이 길다 보니 스태프들과 배우들과의 소통이 좋은 듯해요. 그리고 밥차 문화, 다 같이 밥을 먹는 게 너무 좋았어요.
일본은 밥차 문화가 없고, 도시락 문화잖아요. 배우끼리도 따로 먹고, 다른 스태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는데, 한국에서는 밥차를 통해 같이 식사하고 그러면서 생기는 유대감이랄까 한 작품을 같이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런 것들을 느끼면서 한국에서 활동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악역 전문 배우? 나는 한국인 역할을 하고 싶다
- 여러 작품에 출연하셨는데, 역할을 보면 일본인이 많고, 그것도 악역이 대부분이더군요. 한계라고 할까요? 어떻게 느끼시는지?
맞아요. 역사물, 사극들이 많고요, 제복을 입어야 하고, 다들 저들 보면 악역 전문이라고들 하는데, 사실은 저도 현대물 많이 하고 싶죠. 기회가 되면, 코미디 물도 하고 싶고. 아직 모국어가 아니기에 발음의 한계도 많이 있고요. 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상, 한국인 역할을 하는 게 꿈입니다.
- 본인이 출연한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영화는?
글쎄요. 일본에서 10월 7일에 개봉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아웃레이지 Coda 최종장’을 일본에서 촬영했는데, 필름으로 찍었어요, 요즘은 다 디지털이잖아요. 필름으로 찍다 보면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요. 리허설도 많이 하고, 그런데 현장은 정반대였어요. 리허설도 많이 없는 상태로 슛이 들어가요.
배우들의 긴장감은 말할 것도 없지요. 저뿐 아니라 일본 베테랑 배우들도 엄청 긴장했어요. 그래서 디지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장면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정말 귀한 경험을 한 것 같아서 기억에 남습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김기덕 감독의 ‘스톱(STOP)’에 출연했습니다. 일본 원전문제를 다룬 영화인데, 김기덕 감독이 각본, 촬영, 연출, 조명 할 것 없이 혼자서 다 하시는 거예요. 배우로서 존경하는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것도 영광인데 힘들었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제가 배우 생활하면서 이런 작품들을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면에서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하고 싶은 역할,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은?
- 한국에서 꼭 한 번 작품 해보고 싶은 감독이나, 배우, 그리고 역할이 있다면?
많지는 않지만 여러 감독님들의 작품에 출연했는데, 한국에 오기 전부터 봤던 작품들의 감독님들, 김기덕 감독님하고는 작업 했고, 이른바 거장 감독이라 불리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님과도 작품 해보고 싶어요. 물론 앞으로 한국영화를 이끌어 나가 신예 감독님들과도 같이 하고 싶습니다.
배우는 ‘대호’ 최민식 선배님, ‘밀정’ 송강호 선배님은 현장에서 뵀었고, 설경구 선배님하고는 한번 꼭 작품 해보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모두 남자 배우네요. 역할이라면, 저는 그래요. 제게 오는 역할은 저는 거절하지 않아요. 스케줄만 문제 없다면요. 가벼운 역할, 코미디 요소가 있는 그런 캐릭터, 꼭 한번 한국에서 해보고 싶어요. 물론 일본에서는 해봤지만요.
아, 그리고 작년인가요. KBS ‘임진왜란 1592’에 와키자카 역할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김한솔 감독님의 연출력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처음 캐스팅 때문에 만났는데,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한국영화나 드라마에서 일본인 장수들이 너무 험악하고 악한 이미지의 배우들이 많은데, 본인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장수들이니 멋있고 잘생긴 배우로 쓰고 싶다고 하는데. 뭔가 확 와닿았습니다. 영화 ‘귀선’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영화를 통해 다시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십니다.
- 예능 출연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지요?
아뇨. 있죠, 예전에 ‘비정상회담’ 한 번 나간 적이 있어요. 얼마 전까지는 TV조선 ‘영웅삼국지’라는 예능에 출연했어요. 지금은 종영됐고 역사이야기라 좀 생소하지만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그 인물의 캐릭터를 보여주잖아요. 예능은 실제 제 모습을 그리는 것이고. 기회가 되면 출연하고 싶어요.
◇ 배우로서의 가치관과 철학, 앞으로의 계획
- 작품에 임하는 배우로서의 가치관, 철학이 있다면?
제가 옛날에 배우라는 직업을 시작할 때 레슨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대사는 기호”였습니다. “현장에 나갈 때 자기 대사만 준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상대방이 대사를 듣고 아무리 모국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대역이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나 심정을 잘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걸 받아서 자기 대사를 하는 것이다.”
마음과 마음의 싸움이라고 할까요? 연기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니 상대방을 잘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배우로서는 기본 사항인데, 저는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 있다 보니, 더 와닿는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 선생님의 말씀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고 공부가 됐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하자. 어차피 판단은 관객분들의 몫이지만, 느끼실 것이라고 봐요. 아직까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일단 10월 7일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아웃레이지 Coda 최종장’이 일본에서 개봉했고, tvN ‘명불허전’ 촬영이 끝났습니다. 10월 19일에는 김구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이원태 감독님의 ‘대장 김창수’가 개봉해요. 조진웅 선배님이 김구 역으로 출연하고, 저는 일본 영사 와타나베 역으로 출연합니다. 50대 역할이어서 분장을 좀 많이 했어요. 많이 나오는데 못 알아보시면 어쩌나 고민이에요(웃음). 올해 말 12월에는 조성규 감독님의 ‘게스트하우스’가 일본에서 개봉합니다. 요즘에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어서 보고 있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곧 찾아뵀겠습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