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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1) 영화적 화면 분할과 전개, 드라마적 에피소드와 등장인물 관계

발행일 : 2017-10-16 11:45:53

세종문화회관 주최, 서울시극단 주관의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Ethics Vs. Morals)’가 10월 13일부터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장우재 작, 김광보 연출의 이 작품은 ‘한국연극의 새로운 활력’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영화적 화면 분할과 전개, 드라마적 에피소드와 등장인물 관계를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무대 구조와 극 내용과 더불어, 관객의 성향에 따라서 새롭고 신선한 시도라고 느껴질 수도 있고 이해하고 관람하기 불편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이 작품을 공유한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영화적인 면, 드라마적인 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무대 공연

‘옥상 밭 고추는 왜’를 보면 작품의 기획 처음부터 연극으로 계획된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타 장르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연극에서 타 장르의 모습, 장르적 특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영화에서 롱 테이크(long take)는 긴 쇼트. 시퀀스 쇼트(sequence shot)라고도 불리는데, 1~2분 이상의 쇼트를 편집 없이 길게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초기 무성 영화는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이 매우 힘들었으므로 무대 공연처럼 롱 테이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현재는 쇼트와 쇼트 사이를 짧게 잘라 편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무대 공연은 기본적으로 롱 테이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옥상 밭 고추는 왜’는 롱 테이크가 아닌 컷과 같은 느낌을 줘 영화적인 면을 보여준다. 무대 위 빌라의 각 집에는 각각의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모습에 초점을 두는데 다른 지역은 암전이 되면서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밝은 무대 위에서 장소를 변경되며 대화와 행동이 펼쳐진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차 빼달라고 실랑이 등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은 시작되는데, 영화였으면 스크린이 분할돼 동시에 여러 장면을 표현했을 것이다. 영화적인 구성은 작품 속 등장인물 중 영화계 종사자가 포함돼 있다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는 드라마적인 면 또한 주목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연극이 아닌 영화라고 보기에도 에피소드가 많은데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드라마에서 회차별로 각각의 에피소드를 부각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제작진이 등장인물 관계도를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관계도에는 가족, 이웃, 동거 중 등 상태를 표현하는 관계와 짜증, 의기투합, 대립, 호의, 관심 등 마음이 움직이는 관계가 표현돼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사회적인 관계와 정서적인 관계가 혼합된 이야기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옥상 밭 고추는 왜’ 등장인물 관계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등장인물 관계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에서 이런 영화적인 면, 드라마적인 면은 그냥 넘어가는 관객에게는 별문제 될 것이 없지만 다 이해하려는 관객은 불편할 수도 있다. ‘옥상 밭 고추는 왜’의 영어 제목이 ‘Ethics Vs. Morals’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의도된 연출과 진행이라고 생각된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속이 다 들여 보이는 건물 구조, 내면이 까발려진 것 같은 사람들

‘옥상 밭 고추는 왜’는 재개발을 앞둔 지하층, 지상층, 옥상으로 이루어진 빌라의 옥상 텃밭 고추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모두 노출되고 연결된 빌라를 한 번에 보게 되는데, 지상층 내부에 있는 배우와 옥상에 올라가 있는 배우는 서로 모습을 볼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빌라 구조가 노출돼 있어서 마치 실제 빌라 생활이 불편한 것처럼 불편함을 느끼는 관객이 있을 수 있다. 빌라에서 살고 있거나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크게 느낄 수도 있다. ‘옥상 밭 고추는 왜’는 연극 속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편하게만 느끼지는 못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세를 사는 사람의 설움, 서로에 대한 의심은 몰입돼 있는 관객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가는데, “누군가에게 고추는 삶의 희망”이라는 극 중 대사처럼 사람에게는 각자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옥상 밭 고추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닙니다.”라는 구호 또한 관객들의 마음을 멈춰 서게 한 후 생각하게 만든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옥상 밭 고추는 왜’에 출연한 배우들은 연습을 하면서, 공연을 하면서 이런 점들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첫날 공연이었던 13일(금)의 커튼콜에서 현태 역의 이창훈과 현자 역의 고수희는 아직도 극 중 극한 감정 대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커튼콜에서의 감정 표현 또한 의도된 연출일 수도 있지만 무척 생생했다는 점은 작품의 여운 속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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