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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1) 모두가 마츠코 죽음의 공범일 수 있다

발행일 : 2017-10-30 21:08:46

파파프로덕션 제작, 오픈리뷰/마케팅컴퍼니 아침 주관의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10월 27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이다. 본지는 2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할 예정이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의 일생 속으로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보디 체인지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어떤 정신세계를 가졌는지도 모르는 사람의 일생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세계로 들어가게 만드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관람한 여운 속에서 내 삶은 어떤지 생각해보게 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박혜나(마츠코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박혜나(마츠코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 소설, 드라마와 영화를 거쳐 뮤지컬로, 원소스 멀티유즈의 스테디셀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소설, 드라마와 영화를 거쳐 뮤지컬로 제작됐다.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의 스테디셀러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어둡게 느껴지는 야마다 무네키의 소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2006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화려하고 튀는 뮤지컬 풍의 영화로 만들었고, 이번에 제작된 김정민 연출의 뮤지컬은 어두움과 화려함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다소 서늘한 무대와 화려한 영상은 마츠코의 변화무쌍한 인생과 내면을 복합적으로 표현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아이비(마츠코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아이비(마츠코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 누가 마츠코를 죽였는가?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된 사람들 모두 공범일 수도, 아니 내면의 진범일 수도 있다

제목의 ‘혐오스런’은 거부감과 불편함을 연상하게 한다. ‘마츠코’는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과 특정한 인물이 부각된다는 점을 상징한다. ‘일생’은 어떤 특정한 시간이 아닌, 한 사람의 전체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누가 마츠코를 죽였을까?”를 추적하는 추리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 과정 속에서 직접적으로 마츠코를 죽인 사람들보다도 마츠코에게는 더 잔인하게 마츠코의 마음을 죽인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강동호(류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강동호(류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의 중첩되며, 시점의 변화도 있다. 뮤지컬로 작품을 처음 접했고 스토리를 전혀 모른 채 관람한 관객에게는 다소 친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인데, 그런 친절하지 않은 부분은 오히려 마츠코를 이해하도록 노력하게 만든다.

◇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도 무대가 비어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관람하면 약간 기울어진 삐딱한 사각형의 구조물이 관객을 먼저 맞이한다. 1층 무대에서 2개의 계단을 통해 2층 무대에 올라갈 수 있고, 사각형의 구조물은 2층을 통해 올라갈 수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무대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간소화를 선택하면서도 꽉 차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 주목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전성우(류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전성우(류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2층 무대 곡면 벽면에 펼쳐지는 곡면 영상은 시각적인 효과가 도드라지는데, 영상은 배경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시야를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마치 배경음악이 아닌 테마음악을 트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마츠코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지 구축, 선입견을 심어주려는 의도

악취 나는 여자, 기분 나쁜 여자, 불길한 여자, 혐오스런 여자. 뮤지컬은 마츠코(박혜나, 아이비 분)가 등장하기 전부터 그녀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국어 선생, 마사지 걸, 창녀, 마약중독자, 살인자, 미용사 등으로 변화하면서 마츠코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13번’으로 불리기도 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김찬호(쇼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김찬호(쇼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한 사람의 거짓말로 인해 변화하기 시작한 마츠코의 정체성을 쫓아가다 보면 그녀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가 매우 궁금해진다. “사랑하고 싶어, 사랑받고 싶어.”라고 말하는 마츠코는 어둠 속에 자신을 물들인다.

박혜나는 뮤지컬 속 마츠코의 상황에 따라서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콘셉트를 달리했는데, 굵고 강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한없이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마츠코를 변화무쌍한 인물로 볼 수도 있지만,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인물로 볼 경우 그녀의 행동은 명확한 기준으로 볼 수 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정원영(쇼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정원영(쇼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 마츠코보다도 더 베일에 싸여있는 류,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한 강정우의 목소리

류(강정우, 강동호, 전성우 분) 역의 강정우는 마치 내레이션을 하는 듯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쇼(김찬호, 정원영, 정욱진 분)의 질문에 답했는데, 무언가 사연을 담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달하는 강정우의 목소리에는 그 자체에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류가 운전하기 전후의 변화는 실감 났는데, 차 밖에 있을 때와 차 안으로 들어왔을 때 빗소리의 차이는, 류의 보호를 받지 못한 마츠코와 류의 보호와 사랑 안에 들어온 마츠코의 모습처럼 극명하게 전달됐다. 영상은 창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모습을 표현했는데, 유리창에 흐르는 빗방울 영상은 관객석 자체도 류의 차 안인 것 같은 느낌을 줬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강정우(류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강정우(류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 쇼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쇼는 마츠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만약 마츠코가 선택할 수 있다면 쇼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길 원할까?

“고모가 진짜 원했던 삶은 뭐였을까?”라는 의문을 쇼는 극 내내 가지고 있다. 쇼의 눈빛이 마츠코와 같아 어쩌면 쇼가 마츠코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메구미(이영미, 정다희 분)는 닮았다는 이유로 쇼에게 마츠코를 투사했다고 볼 수 있다.

메구미는 쇼의 눈빛에서 마츠코를 본 것인데, 쇼의 눈빛을 마츠코의 눈빛이라고 투사한 것이다. 마츠코가 눈빛 마주 보기를 피했기에 마츠코의 눈빛을 바라볼 수 없었던 메구미는 투사를 통해서 마츠코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정욱진(쇼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정욱진(쇼 역). 사진=파파프로덕션 제공>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쇼는 마츠코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쇼는 마츠코에 대해 의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추적하기도 하고, 때로는 관조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감정이입해 공감하기도 하고, 메구미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기도 하는데, 이모가 자신의 그림자가 된다고 표현한 것에서 마츠코에 대한 쇼의 투사를 확인할 수 있다.

쇼 역의 정욱진은 마츠코를 바라보는 시야 4가지 중 어디에 가장 비중을 두고 초점을 맞추고 연기를 했을까? 마츠코 역의 박혜나는 누군가(정욱진) 무대 위에서 나를 지켜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무대 위에 없는 것처럼 연기했는데, 마츠코라면 쇼가 어떤 시야로 자신을 바라보길 원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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