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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04) ‘해원’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답답해지는

발행일 : 2017-11-07 09:01:44

구자환 감독의 ‘해원(解寃)’은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7, SIFF2017) 특별초청 부문의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 영화는 1947년부터 불거진 제주 4.3항쟁과 1948년 여순사건을 거치면서 이승만 정권의 민간인 학살을 담고 있다.

이승만 정권에 의한 민간인 학살 이외에도 친일 출신의 군인과 경찰이 저지른 자신의 생존을 위해 더욱 참혹한 학살극, 한국전쟁으로 전시작전권을 이양 받은 미국의 민간인 학살, 퇴각하던 인민군과 내무서, 지방 좌익에 의한 민간인 학살 등 민간인들이 좌우내외를 불문하고 학살을 당했던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법의 기본 원칙 중에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도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데, ‘해원’을 보면 그 당시 총칼을 가졌던 모든 주체들은 민간인 유죄확정의 신념이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학살의 주체들은 그들 내면에 어떤 신념과 명분을 가졌기에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른 것일까?

‘해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해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계속 학살했다는 이야기,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답답해진다

‘해원’에는 자신의 가족이 국가로부터 학살당했다는 것을 상상도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죽을 때까지도 가족이 학살당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자신이 죽을 때까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일까?

영화에는 학살의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은 담담하게 말을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너무나도 어이없이 학살된 이야기, 상대에 대한 특정이 없이 이뤄진 학살, 기승전결이 없이 이뤄진 무차별 학살에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개념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실제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어도 반대파일 경우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태도를 매카시즘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의 민간인 학살은 단지 매카시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영화는 알려주고 있다.

‘해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해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대학살의 최전방에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할 수 있었던 심리적 명분은 무엇이었을까?

학살을 계획하고 지시한 사람들은 잘못된 이유와 명분이었지만 분명한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해방된 후 친일파들이 독립운동가들을 말살하려고 하고, 이승만 정권이 권력을 잡기 위해 반대 세력을 말살하려고 했던 것이다.

대학살의 최전방에서 실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한 사람들은 어떤 심리적 명분이 있었기에 그런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할 수 있었을까? 상상할 수도 없는 이런 일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물리적인 테러 못지않게 사이버 테러, 사이버 학살도 횡횡하는 시대, 불특정 인물에 대한 테러와 살인이 벌어지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실제 학살에 가담했던 실행자들이 어떤 마음과 명분을 가졌었는지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해원’은 홍제리에서 미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을 영국군이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제리에는 학살당한 200구의 민간인 유해가 있다고 한다. 영국군은 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했고, 미국군은 그것보다 학살이 중요했다고 판단하고 선택했을까? 분노하고 비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혜원’을 보면 이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해원’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구자환 감독은 “한국전쟁을 전후해 민간인 최대 100만 명이 학살된 우리의 현대사가 국가 구성의 한 주체인 국민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역사가 된 것은 슬픈 일이다. 영화 ‘해원’(解寃)은 우리의 현대사 가운데 민간인 학살의 역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를 통해 현시대에도 여전히 고통받는 유족들의 눈물을 보듬고 피해자들이 신원이 해원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진실규명으로 갈등의 역사를 종식하고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이 영화에 대한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해원’은 각기 다른 이유로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영화이다. 다 지난 이야기인데 다시 꺼내서 상처만 더욱 키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사람도 살면서 겪은 한때의 견디기 힘든 충격이 제대로 치유받고 위로받지 못한다면 나머지 삶이 그 일에 지배받으며 살 수 있다. 한국전쟁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신원이 해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분들과 유족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으로 상처받은 대한민국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시작일 수 있다. 이념과 실리를 떠나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답은 너무 쉽게 나온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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