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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청’ 고음의 소프라노 한국어 아리아 가사 전달력 가능성을 보여준 이세희

발행일 : 2017-11-08 12:23:42

세계4대오페라축제 주최, 가온오페라단 주관 ‘청(CHEONG)’이 11월 7일부터 8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 중이다. 이용탁 작곡, 유영대 대본, 김홍승 연출의 ‘청’은 국립창극단의 창극 ‘청’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주요 제작진이 국립창극단에서 큰 역할을 했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어 창작 오페라 ‘청’은 창극에서 차용한 리듬을 오페라적으로 잘 살렸는데, 초연 공연에서 청 역의 소프라노 이세희는 놀라운 가창력과 가사 전달력을 보여줘 소프라노의 한국어 아리아는 가사 전달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그간의 편견을 한 번에 불식했다는 면에서 한국어 창작 오페라 역사 속에서도 무척 중요한 시간이 됐다.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 “소프라노 한국어 아리아는 가사 전달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이세희 전에나 통했던 편견이다

오페라에서 가사 전달력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페라를 비롯한 모든 무대 공연에서 가사 전달력, 대사 전달력은 관객의 감정이입과 몰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무척 핵심적인 사항이다.

어떤 언어로 아리아를 표현하더라도 소프라노는 다른 성부에 비해 가사 전달력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이유와 함께 한국어는 오페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대주의적 발상에, 한국어 아리아 특히 극한의 고음을 내는 소프라노의 한국어 아리아의 가사 전달력은 제작진과 아티스트들로부터 면죄부를 받았었고, 오페라를 사랑하는 많은 관객들은 아쉬움을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이번 오페라 ‘청’의 가사 전달력은 기존 창극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도움을 받긴 했지만, 아리아적 완성도를 높이면서도 가사 전달력을 높인 이용탁 작곡가의 역할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심학규 역 바리톤 이병철, 도사공 역 테너 강훈, 대왕 역 베이스바리톤 안희도, 화주승 역 베이스 임성욱의 한국어 아리아는 훌륭했는데, 바리톤의 음색은 상대적으로 한국어 아리아를 표현하기에 수월한 면이 있다.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오페라 초반부터 등장한 곽씨부인 역의 소프라노 신소라는 공연 초반부터 높은 가사 전달력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신소라의 아리아 가사 전달력은 이세희 못지않게 훌륭했는데, ‘청’이 전체적으로 감정이입해 공감하기 좋은 오페라가 되는데 일조한 것이다.

이세희의 아리아는 감탄, 감동 이상의 충격이었다.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한국어 소프라노 아리아에 대해 가졌던 우려와 아쉬움은 이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됐다. 이세희가 증명한 가치는 오페라 ‘청’을 대표적인 한국어 오페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 오페라의 가치를 세계적인 수준에서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도록 만들었다.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특히 표정 연기도 뛰어난 이세희가 독창으로 부른 아리아는 전막 공연이 아닌 갈라 공연에서도 주요한 레퍼토리로 활용될 수 있다. 갈라 공연에서의 한국어 아리아는 오페라의 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청’의 한국어 아리아는 창극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오히려 창극에서의 가사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공연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됐기에 마이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공연이었는데, 오페라 전용 극장에서 마이크의 사용 없이 자연음향으로 이세희의 ‘청’ 전막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생긴다. 소리를 확성하지 않았을 때의 디테일한 감성이 더욱 기대가 된다.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 이미지적 연결, 정서를 잘 살리고 있는 디테일

‘청’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라는 서곡으로 시작했는데 구슬프면서도 힘이 있는 곡이었다. 해금, 아쟁, 타악기, 대금은 W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서양 악기와 조화를 이뤘고, 마에스타 오페라 합창단이 공연에 함께 했다.

서곡이 흐를 때 무대 뒷면과 반가림막에는 “청”이라는 한글이 붉은색으로 표현되고 “CHEONG”이라는 영문이 푸른색으로 표현됐는데, 마치 푸른 바다 위에 청이 피눈물을 흘리며 뛰어드는 모습이 연상됐다. 청홍은 태극 문양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이런 이미지적 연결은 ‘청’이 공연 내내 디테일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 것과 일맥상통한다.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 피로감이 쌓이지 않게 완급을 조절하다, 최정숙과 전태원의 환상 호흡

인터미션 후에 이어진 ‘청’의 제2막에서는 뺑덕어멈(메조소프라노 최정숙 분)과 황봉사(소리꾼 전태원 분)가 관객들을 무척 웃게 만들었다. 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전후에 관객들에게는 피로감이 쌓일 수 있는데, 최정숙과 전태원은 완급 조절을 하면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코믹한 연기로 해학을 발휘했고, 가요 ‘둥지’와 멕시코 민요 번안곡 ‘베사메무쵸’의 일부를 부르면서 관객들로부터 선풍적인 환호를 받았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오페라로 봤다는 평범한 경험이, 재미있는 오페라를 봤다는 기억으로 남게 만든 일등공신들이었다.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청’은 도창, 내레이터, 무당 역의 명창 김지숙의 활약도 주목됐고, 남성 상여꾼의 여성적인 목소리는 안타까운 정서에 잘 어울렸다. 심청이의 정서를 모르는 외국 사람들에게 오페라 ‘청’이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하다.

판소리와 창극으로 먼저 알려진 ‘배비장전’을 더뮤즈오페라단이 재공연을 통해 한국어 아리아를 멋지게 살린 창작 오페라로 발전시킨 것처럼, 오페라 ‘청’도 가온오페라단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자리 잡아 지속적인 재공연, 지방공연과 해외공연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세계4대오페라축제가 가온오페라단과 협업해 ‘청’의 재공연을 확대하는 것도 멋진 작품을 통한 좋은 상생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청’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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