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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창작탈춤극 ‘동동’ 신인 연출가 육지! 젊어진 전통공연, 패기로 이루다!

발행일 : 2017-11-11 00:46:47

마당에서 추던 춤, 탈춤이 극장으로 들어왔다. ‘창작탈춤극’이란 장르를 표방하며, 공연 ‘동동’이 오는 26일까지 전통공연장 정동극장에서 진행된다. 탈춤과 드라마를 결합해 ‘탈춤’을 프로시니엄 무대로 불러온 이는 ‘동동’의 대본과 연출을 맡은 신인 연출가 육지다.

창작탈춤극 장르를 통해 ‘탈춤’이 전통 양식 중 가장 ‘젊은 장르’임을 새삼 일깨우고 싶다는 패기의 연출가 육지를 만났다. 육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했다.

창작탈춤극 ‘동동’ 연습실 최종 리허설을 모니터 중인 육지 연출. 사진=정동극장 제공 <창작탈춤극 ‘동동’ 연습실 최종 리허설을 모니터 중인 육지 연출. 사진=정동극장 제공>

이하 작가 겸 신인 연출가 육지와의 일문일답

- 신인 연출가인데, ‘전통 공연’ 이력이 눈에 띈다. 어떤 작업들을 했었나?

2015 문화관광부 창작산실 창작뮤지컬 우수공연 ‘가야십이지곡’을 연출한 이후 ‘전통’과 관련된 공연이 이어졌던 것 같다. 2016년에는 정동극장 기획공연 ‘전통ing’에서 국악밴드 악단광칠의 콘서트를 연출했고, 올해 6월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이야기, 셋’ 공연을 연출했었다.

- ‘창작탈춤극’이라는 장르 표방이 신선하다. 어떻게 시도하게 됐나?

학부 마지막 학기에, 연극평론가 이성곤 선생님의 ‘아시아 연극’이라는 수업을 듣게 됐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가 일본 전통 가면극 ‘노’를 현대화시키려는 과정을 보게 됐다.

그 작업과정과 연극문법들이 멋있고 한편으론 샘났다. 학기 내내 동아시아 전통연극을 공부했는데, 모두 경극, 가부키, 노처럼 ‘가면극’ 형식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그때 생각했다. 우리는 왜 프로시니엄에서 진행되는 ‘가면극’이 없을까?

대학 졸업 후 잠시 중국 상하이에서 공부하며 중국 연극인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자신감을 얻었다. 일본은 가면에 대한 자료가 귀하게 다뤄지고, 중국은 그 수가 엄청나다. 그러나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전승되는 가면들의 형태는 사실 대부분 비슷하다. 그들은 그 가면을 극장 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연극 문법이 있다. 그곳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창작탈춤극 ‘동동’ 연습실 최종 리허설 중 디렉션 체크하는 육지 연출. 사진=정동극장 제공 <창작탈춤극 ‘동동’ 연습실 최종 리허설 중 디렉션 체크하는 육지 연출. 사진=정동극장 제공>

- ‘창작탈춤극’이라는 장르를 시도하면서 ‘동동’이란 제목을 썼다. 고려가요 ‘동동’과 ‘탈춤’은 어떤 연관이 있나?

‘탈춤’의 현대적인 서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풍자, 그리고 해학이라는 탈춤 고유의 주제 외 다른 주제를 다루기 위해선 시대적 배경을 과감하게 옮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변하면, 그 시대의 다른 이슈와 이야기가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좀 더 자유롭고, 활기차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고려’를 시대배경으로 설정했다. ‘고려’로 시대를 정하니, 화려했던 문화를 자랑했던 시대라 다른 것들이 쉽게 해결됐다.

글로벌한 축제 ‘팔관회’는 축제성을 담아낼 수 있는 설정이 되었고, 고려가요 ‘동동’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특히, 동동 뜬 달을 향해 그리운 임을 향한 애절함을 노래한다는 점이 재밌었다. 그리고 탈과 달의 형상적 이미지가 유사하다고 생각돼 여러 연관성으로 ‘동동’을 제목으로 가져왔다.

특히, ‘동동’은 북소리로 추정되고 있는데, 의성어 ‘동동’이 탈춤을 추는 동작을 형상화하는 의태어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탈춤 추는 동작이 ‘동동’하게 보일 수 있겠단 생각 등 달과 탈과 탈춤과 동동의 연결고리가 꽤 어울리게 느껴져 공연 제목도 ‘동동’으로 지었다.

창작탈춤극 ‘동동’ 연습실 최종 리허설을 모니터 중인 육지 연출. 사진=정동극장 제공 <창작탈춤극 ‘동동’ 연습실 최종 리허설을 모니터 중인 육지 연출. 사진=정동극장 제공>

- 대본도 직접 썼다. 고려의 여덟 번째 왕 ‘현종’과 ‘강감찬 장군’을 인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고려’로 시대적 배경을 설정하고, 그 시대 문화와 인물들을 공부하던 중 ‘현종’이라는 왕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현종 인생의 드라마틱함에 놀랐다. ‘동동’은 1010년, 현종이 왕이 된지 2년차 되는 해에 팔관회를 복원시키려는 데, 거란이 4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략한다는 설정에 극적 기반을 두고 있다.

실제 현종 즉위이후, 팔관회는 끊이지 않고 열려 고려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 행사가 됐다. 바로 이 점에 작가적인 흥미가 일었다. 사생아로서 왕의 자리에 오른 현종의 드라마틱한 삶에 대한 흥미. 그리고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작가 입장에서 던져본 질문이 “팔관회 마지막 밤에 현종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이다.

강감찬 장군은 우리가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장군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었다. ‘동동’은 현종과 강감찬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증언하기 보다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왕과 죽음을 불사하고 명분을 고집하는 신하의 관계로 그려냈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지만 ‘동동’이 새로 써진 이야기인 만큼 작품 속 두 사람의 관계에 더 집중해서 봐 주셨으면 한다.

창작탈춤극 ‘동동’ 강감찬(왼쪽 김용남 분) 현종(오른쪽 송민환 분). 사진=정동극장 제공 <창작탈춤극 ‘동동’ 강감찬(왼쪽 김용남 분) 현종(오른쪽 송민환 분). 사진=정동극장 제공>

- ‘동동’의 어떤 점을 주목해 주었으면 하는가?

‘창작탈춤극’을 시도하면서, 사실 순수하게 작가적인 관점으로 서사에 대한 가능성부터 시도했다. 탈춤의 기본동작을 응용해 극장에서 단순히 전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탈춤의 서사를 깨고, 현대적인 드라마로 전개하겠다는 것에 집중했다.

김재승 안무님이 춤을 통해 무대 언어를 만들어 주셨고, 고성오광대 이수자 허창열 선생님께서 탈춤의 맛과 음, 그리고 리듬을 입혀주셨다. 현대적인 드라마 구조로 탈춤 서사의 틀을 깨고, 새로운 창작안무로 탈춤을 추기 때문에 ‘동동’은 “탈춤을 무대에서 춘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에는 새로운 서사를 채우기 위해 노래도, 판소리도, 한국무용도, 고전문학도 들어왔다. 이 모든 것이 ‘탈을 쓰고 하는 동작’ 이상의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관객이 탈이 가진 ‘무대적 가능성’에 집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탈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탈을 쓰고 다시 거울에 비춰보는 인간. 다소 추상적이지만 ‘동동’이 탈을 다루는 방식이다.

창작탈춤극 ‘동동’ 프롤로그 장면 중. 사진=정동극장 제공 <창작탈춤극 ‘동동’ 프롤로그 장면 중. 사진=정동극장 제공>

‘동동’의 드라마투르그 김옥란 연극평론가는 “탈춤이라는 장르가 전통 양식 중 가장 젊은 장르라는 점이 새롭게 상기 된다”라며 “신인 연출가 육지의 새로운 가능성도 함께 발견되는 순간”이라 말했다. 변화와 새로움 앞엔 항상 선구자가 있어 왔다. 신인 연출가 육지의 패기가 ‘탈춤의 현대화’라는 새로운 시도로 젊어지는 전통공연의 시대를 불러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창작탈춤극 ‘동동’은 오는 26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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