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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세계4대오페라축제(3) ‘투란도트’ 푸치니 작품에서 주인공의 자존감에 대해 살펴보면

발행일 : 2017-11-29 17:37:45

세계4대오페라축제 주최, 베세토오페라단 주관 오페라 ‘투란도트’가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 초정 오페라이기도 하다.

‘투란도트’를 비롯해 ‘나비부인’, ‘라 보엠’ 등 푸치니의 오페라는 무척 아름다운 선율과 아리아를 자랑하는데, 자존감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에 감정이입하기에는 위험한 면이 있다.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 메인 주인공은 모두 자존감이 낮은 캐릭터, ‘투란도트’의 투란도트 공주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투란도트 공주, ‘나비부인’의 나비부인인 초초상, ‘라 보엠’의 미미는 오페라의 메인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더 큰 특징은 모두 자존감이 낮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투란도트 공주가 자존감이 낮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아함을 가질 수도 있다. 투란도트 공주는 완벽한 숭고함을 추구하고 신성함을 강조한다. 자신이 낸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강인함과 잔인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존감이 무척 높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투란도트 공주는 칼라프 왕자의 웃음이 자신의 자부심에 대한 무시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공주라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을 충분히 갖지 못하지 때문에 세 가지 수수께끼라는 자신이 설정한 완벽한 기준 속에 자신을 감춘다.

투란도트 공주는 질문 세 개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아니 다른 남자들이 풀지 못하는 세 개의 질문 뒤에서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 질문을 푼 사람이 나오면 자신의 신성함이 훼손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존감이 높은 게 아니라 질문 3개 속에 자기의 자존감 부족을 감춘 것이다.

칼라프 왕자가 수수께끼를 모두 풀자 공주는 자신의 기준을 통과한 남자를 만났다고 기뻐하기는커녕, 이제 자신의 완벽함을 지켜줄 수수께끼의 보호막이 없어지자 본인 스스로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듯한 멸절의 고통을 겪는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경멸은 문제를 푼 칼라프 왕자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는데, 남자들이 목숨을 걸고 풀어야 했던 수수께끼가 사라지자 그것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투란도트 공주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투란도트’에서 공주는 절세 미녀로 표현되는데, 미모와 공주라는 우월적 지위로도 자존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어쩌면 푸치니의 콤플렉스가 투사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 ‘나비부인’의 초초상은 핀커톤을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 경우 자신이 더욱 괴롭기 때문에 스스로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투란도트’의 투란도트 공주는 결혼을 하면 자신의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았다면, ‘나비부인’ 나비부인인 초초상은 반대로 결혼에 모든 것을 건 게이샤로 자신을 떠난 남자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미국 해군 중위 핀커톤이 일본에 있을 때만 현지처로 초초상을 만났다는 것을 초초상을 제외한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초초상은 사랑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는 스스로의 자존감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가 날 사랑한다는 것에 존재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핀커톤이 자신을 떠났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경우 핀커톤과의 좋았던 시간에 대한 기억이 훼손되는 것이기 때문에, 핀커톤을 나쁜 사람이 아닌 온전한 존재로 두고 자신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들려고 초초상의 내면이 선택하는 것이다.

◇ ‘라 보엠’의 미미의 낮은 자존감은 크리스마스의 밝음과 대비된다

‘라 보엠’ 미미는 기침을 심하게 하고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으며, 로돌포의 사랑을 온전히 받을 만큼 몸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 ‘라 보엠’이 앞선 두 작품과 다른 점은 여자 주인공 미미뿐만 아니라 남자 주인공 로돌포 또한 자존감이 낮다는 것이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볼 수 있는 ‘라 보엠’은 인기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가진 깊은 우울함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마음의 불편함 때문에 재관람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푸치니의 주요 오페라 속 여주인공들은 모두 온전하고 완벽한 사랑을 받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다. ‘투란도트’의 투란도트 공주는 ‘라 보엠’의 미미, ‘토스카’의 토스카, ‘나비부인’의 초초상처럼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죽음보다 힘든 기구함을 겪는다.

우울함의 극치로 몰고 가는 푸치니의 오페라는 제대로 된 분석 없이 관람한다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는 오페라로 작용할 수 있다. 투란도트 공주와 초초상을 묘사한 것을 보면 아시아 여자에 대한 비하 또한 푸치니에게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오히려 기분 나빠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작품의 대상으로도 삼지도 않았다.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계4대오페라축제 제공>

◇ 자존감 낮은 여자 캐릭터와 만나는 무책임한 남자 캐릭터

푸치니의 세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여자를 좋아하는 캐릭터이지만, 진정으로 여자를 위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는 없다. ‘나비부인’의 미국 해군 중위 핀커톤은 초초상을 사랑했지만 버리고 떠난 후 연락도 없다. 다시 미국에 왔을 때는 미국 부인을 대동했고 미국 부인은 초초상과 만난다.

‘투란도트’의 칼라프 왕자가 투란도트 공주에게 하는 것을 보면 사랑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노예 소녀 류가 자신을 위해 죽은 것에 대해서는 미안함이나 양심의 가책이 없는 무책임한 캐릭터이다.

투란도트 공주의 마음을 얻어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이유로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 힘으로 혹은 두뇌로 사랑을 정복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라 보엠’에서 로돌포는 사랑을 할 때 지나칠 정도로 질투가 심하고 의심을 많이 품는다. 미미가 원하는 사랑을 안전감 있게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해 관계를 저해할 수 있는 인물인 것이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나비부인’, ‘라 보엠’은 아리아를 비롯해 음악만 들으면 언제나 정말 귀가 호강하는 작품으로 스테디셀러로 공연되기 때문에 웬만한 공연을 보더라도 아리아는 훌륭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의 감정을 미묘하게 건드리는 푸치니의 정서를 어떤 디테일로 소화하느냐에 따라, 관객이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될지 그냥 좋은 노래를 들었다는 기억만 가지게 될지가 결정된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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