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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난쟁이들’(3)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타인은 나의 일부로 경험된다

발행일 : 2017-12-07 08:06:29

2017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에서 등장인물들은 상처 입은 기억, 과거 잘 나갔던 때에 비해 보잘 것 없다고 생각되는 현재의 모습 등으로 인해 자신감이 저하돼 스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반영해주느냐에 따라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통해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

‘난쟁이들’ 공연사진.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공연사진. 사진=오픈리뷰 제공>

◇ 대상관계이론, 하인즈 코헛의 자기심리학 ‘자기대상’

하인즈 코헛은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해, 개인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자기심리학을 발전시켰다. 코헛은 자기를 좁은 의미로는 ‘마음 또는 성격의 한 특정 구조로서의 자기’로 봤고 넓은 의미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표현된 자기’라고 봤다.

코헛의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한다.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다.

‘난쟁이들’ 공연사진.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공연사진. 사진=오픈리뷰 제공>

자기대상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은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자기대상이고,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은 힘없는 자기를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의 대상과 융합해 불안한 느낌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자기대상이다. 또한, 자기를 반영해주고 인정해주는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고 싶어 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 있다.

◇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자기대상의 역할과 중요성

외모가 잘 생긴 남자보다 자신의 외모로는 상대적으로 크게 자신감을 느끼지는 않는 남자와 만나는 여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남자가 여자의 외모를 칭찬하기 때문에 생긴 자신감과 행복감 때문인데, 단지 칭찬을 했기 때문이라는 측면보다는 자신을 제대로 반영해주는 자기대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보는 측면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난쟁이들’ 윤석현(찰리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윤석현(찰리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예쁜 여자도 처음에는 잘 생긴 남자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스로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칭찬하기보다 자신의 외모가 칭찬받기를 원한다. 그럴 경우 예쁜 여자는 더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상대적으로 자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대상은 생물학적으로는 내가 아닌 타인이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자기의 한 부분으로 경험되는 대상이다. 같은 미모를 가진 여자도 상대방이 자기의 미모를 제대로 공감적으로 반영해 표현해줄 경우 자존감이 높아지지만, 적절한 자기대상을 찾지 못할 경우 자기의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존감도 낮아질 수 있다.

‘난쟁이들’ 조형균(찰리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조형균(찰리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공연에 있어서 기자 간담회, 관객과의 만남 등의 행사는 관객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관객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함도 물론 있지만, 자기의 작품과 연기를 관객의 눈을 통해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작자와 아티스트는 관객 중에서 자기를 잘 공감하고 반영해 준 사람, 즉 자기대상을 찾고 싶은 것이다.

코헛의 자기심리학에 의하면 올바른 자기대상을 만나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자기를 강화하고 유지할 수 없다. 근거 없이 맹목적인 비난이나 추종은 둘 다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자기대상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난쟁이들’ 신주협(찰리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신주협(찰리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 난쟁이 찰리와 빅의 여정은 자기대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난쟁이들’에서 난쟁이 찰리(윤석현, 조형균, 신주협 분)는 공주와 결혼해서 신분이 상승되기를 원하고 빅(원종환, 최호중, 강정우 분)은 백설공주(최유하, 신의정 분)를 다시 만나기를 원한다.

찰리와 빅은 공주와 사귀게 되면 자기들이 왕자의 입지까지 오른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사회적 지위와 미로를 갖춘 공주들은 찰리와 빅에게 기본적으로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3일 내로 공주와 키스를 하지 못하면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각오한다. 완벽한 공주와 만나면 자기도 완벽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찰리와 빅은 강하게 가지도 있다.

‘난쟁이들’ 신의정(백설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신의정(백설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인어공주(유연, 백은혜 분)에게 호감을 가졌던 찰리는 인어공주가 더 이상 공주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이상화 자기대상이었던 인어공주가 더 이상 완벽한 존재인 공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찰리는, 자신의 키스 상대 목표를 신데렐라(전민준 분)로 변경한다.

원래의 키와 외모로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감이 없었던 찰리와 빅은 원래 난쟁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인어공주는 찰리에게, 백설공주(최유하, 신의정 분)는 빅에게 난쟁이로 돌아간 모습도 괜찮다는 진심을 전달한다.

‘난쟁이들’ 최유하(백설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최유하(백설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로 돌아갔을 때 스스로 자존감을 갖지 못할 수가 있는데, 인어공주와 백설공주는 각각 찰리와 빅에게 칭찬과 인정을 주는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마지막에 하게 된다.

물거품이 돼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했고, 다시 본래의 난쟁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두려워했던 그들은 인어공주와 백설공주가 거울 자기대상이 됨에 따라 안전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난쟁이들’ 최호중(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최호중(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 주변 사람들이 인어공주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인어공주에게는 진정한 자기대상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난쟁이들’에서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는 유일하게 키스도 못 받은 공주이고 이제는 공주도 아니라며 인어공주를 무시한다. 다른 주변 사람들도 인어공주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뮤지컬은 알려준다.

인어공주에게 공감과 인정을 해주는 거울 자기대상은 없었던 것이고, 왕자를 이상화 자기대상으로 삼기는 했지만 그 왕자는 자신을 물거품이 되도록 만든 존재이기 때문에 더 이상 진정한 이상화 자기대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난쟁이들’ 원종환(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원종환(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인어공주의 소심함은 자기대상을 능동적으로 찾지 못하게 하고, 자기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 앞에서도 제대로 자기를 표현하지 못하게 한다. 요즘 남자들은 인어공주 못지않게 소심하다는 것은 인어공주와 공통점이다.

인어공주에게 제대로 된 자기대상이 있어서 자기가 얼마나 존재가치가 있는 인물인지 알았으면 목소리를 잃지도 않았을 것이고, 물거품이 될 수 있는 멸절에 직면해서도 보잘 것 없다고 자기를 생각해 행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난쟁이들’ 강정우(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강정우(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 적극적으로 자기대상을 찾는 백설공주, 이상화 자기대상이 없다는 것에 직면하면서 거울 자기대상인 빅에게 칭찬과 인정을 확인하다

‘난쟁이들’에서 더 이상 다른 이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겠다던 마녀는 빅이 “예쁜 누나, 예에~쁜 누나”라고 하니 마음이 풀린다. 빅은 마녀에게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한 것이고, 마녀는 그에 답한 것이다.

백설공주는 “나 처음 만났을 때 어땠어?”라고 빅에게 반복해 묻는데, 자기가 엄청 예뻤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나 듣고 싶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은 자기대상 앞에서 당당한 백설공주의 모습인 것이다.

‘난쟁이들’ 유연(인어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유연(인어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과거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 백설공주는 빅에게 이상화 자기대상이었다. 난쟁이의 입장에서 백설공주는 멋지고 완벽한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 ‘난쟁이들’에서는 빅이 백설공주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반영하는 거울 자기대상이 된 것이다.

백설공주에게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만드는 존재, 게다가 백설공주의 성적 만족 또한 이뤄주는 현실적인 존재는 빅인 것이다. 관계의 역전은 자기대상의 방향성 변화를 수반한다.

‘난쟁이들’ 백은혜(인어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백은혜(인어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대상관계이론은 관계성에 초점을 둔 이론이다. 현재의 인간관계가 과거에 형성된 인간관계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이론이다. ‘난쟁이들’이 과거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신데렐라’, ‘인어공주’에서 스토리를 차용해 현재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때 이전의 관계성을 잘 살린 점은 대상관계이론에 입각해 볼 때 무척 훌륭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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