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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김한규 감독! The Independent Film Collaborative 영화제에서 단편영화 ‘지구 끝까지’로 준결승에 진출하다

발행일 : 2017-12-26 16:47:55

김한규 감독은 단편영화 ‘지구 끝까지’로 The Independent Film Collaborative 영화제의 준결승에 진출했다. 단순한 스토리로 폰으로 영화를 찍었고 단 두 명이 만든 작품이 외국 영화제에서 콜을 받는 것을 보면, 김한규 감독의 크리에이티브는 국제적으로 더 먼저 인정받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아닌 다른 꿈은 없다는 감독은 현재 장편 영화 시나리오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좋은 시나리오를 완성해 만들 그의 장편 영화가 영화관에서 관객들을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

김한규 감독. 사진=한손필름 제공 <김한규 감독. 사진=한손필름 제공>

이하 김한규와의 일문일답

◇ 김한규 감독은 누구인가?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겸 감독 김한규입니다. 감독이란 호칭은 아직도 제 입으로 말하기가 쑥스럽네요. 사람들이 감독님, 감독님 하면 저 부르는 거 같지 않고 어색해요. 그 뿐만 아니라 이젠 배우님, 배우님 해도 어색합니다.

연극을 안 하기로 결심한 이후론 1년 365일 중에 배우로 활동하는 기간은 잠깐일 뿐이고 대부분의 시간엔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현재는 배우로서의 활동은 영화나 드라마 쪽 일 들어올 때 잠깐 잠깐씩 일 빠지고 가서 찍고 오는 거, 감독으로서의 활동은 틈틈이 시나리오 작업하고 중간 중간에 기분전환용으로 초저예산 단편영화 만드는 거? 그 정도입니다.

Q. 연극을 안 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연극을 하면 힘든 게 많습니다. 자기 만족도는 높은데 그거 말고는 얻는 게 좀 없죠. 돈도 안 되고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공연을 할 땐 좋은데 끝나고 나면 행복하지가 않아요.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쪽 일을 해서 인지도를 먼저 쌓아야 되겠구나 싶어서 연극을 그만둔 건데 이게 또 촬영 일이라는 게 그렇게 자주 들어오는 게 아니다보니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지금은 촬영이 없을 때엔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갤럭시 S5로 촬영한 단편 영화 ‘지구 끝까지’. 사진=한손필름 제공 <갤럭시 S5로 촬영한 단편 영화 ‘지구 끝까지’. 사진=한손필름 제공>

◇ The Independent Film Collaborative 영화제에서 단편영화 ‘지구 끝까지’가 준결승에 진출

Q. The Independent Film Collaborative 영화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영화제 접수할 때는 대충 영화제의 성격과 자격요건만 보고 넣기에 이 영화제가 정확히 어떤 영화제인지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 영화제 담당자로부터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메일을 받은 이후에 급하게 알아본 바로는 일단 주최국은 방글라데시이고, 이 영화제에서 선택된 감독들과 작가들이 컬래버레이션으로 장편영화를 만든다는 겁니다.

Q.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추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준결승 진출자부터 컬래버레이션으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최종 결승이 있는 내년 1월 첫째 주 이후에 자세한 설명이나 조건을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추후 일정은...... 그 쪽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먼저 보고 기회비용을 따져보고 계속 물류센터에서 돈을 벌지 다 내려놓고 자유부인처럼 훌쩍 떠나버릴지 선택을 해야겠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선 “이 모지리야!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건 무조건 가서 해야지!”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론 그런 결정이 그렇게 쉽게 내려지진 않네요.

Q. ‘지구 끝까지’는 어떤 영화이고, 이 영화제에서 어떻게 인정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여자 친구도 배우인데 여친과 여름에 바캉스 계획을 짜다가 “우리 평범하게 놀다오지 말고 영화를 찍고 오자!”라고 해서 급하게 시나리오를 쓰고 필요한 장비들(트라이포드, 문어발포드, 스테디캠, 지향성 마이크 레코더, 반사판 등)을 챙겨서 전라도 전역을 돌며 핸드폰으로 찍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대략적인 시놉시스는 로또 1등에 당첨된 남자가 돈을 받으러 가다가 복권을 떨어뜨리는데 그걸 주운 여자가 복권을 들고 도망가고 남자가 그 뒤를 쫓게 된다는 아주 단순한 내용인데 핸드폰으로 단 둘이서 찍은 영화가 퀄리티가 뭐 얼마나 좋겠습니까? 근데도 이렇게 우리 영화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걸 보면 영화는 정말 취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Q. 외국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사실 ‘지구 끝까지’가 이 영화제 말고 Best Shorts Competition이라는 미국에서 하는 인디 영화제에서도 수상한 바가 있습니다. 여기서 받은 상이 우리말로 하면 우수상 쯤 되는?

상인데 이번에 이렇게 The Independent Film Collaborative라는 영화제에서도 준결승에 올랐다고 하니 이게 웬일인가 싶고 정말 너무 너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미국에서 상 받고 역시 난 북미 스타일인가! 했는데 이번에 방글라데시에서도 준결승에 올랐다니 동서양을 넘나들며 먹어주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죄송합니다...... 그냥 제 바람입니다. 다음에는 부디! 제발! 국내에서 좀 먹어줬으면 좋겠네요.

갤럭시 S5로 촬영한 첫 단편 영화 ‘술래잡기’. 사진=한손필름 제공 <갤럭시 S5로 촬영한 첫 단편 영화 ‘술래잡기’. 사진=한손필름 제공>

◇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은?

Q. 지금까지 하신 작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배우로 참여하신 작품, 감독으로 참여하신 작품 모두.

그동안 상업영화나 드라마에 여기저기 나오긴 했지만 아직은 제가 어디어디 나왔다 자랑스럽게 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중에 유명해지면 웃으면서 “사실은 제가 그 때 거기 잠깐 출연했어요.”라고 할 순 있겠지만 지금은 글쎄요......

아무튼 현재로서 중요한 건 어디에 나왔느냐가 아니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엇인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역시 저랑 딱 맞는 배역을 만났을 때! 이겠죠.

배우는 항상 연기에 굶주려있기에 대부분의 배우들이 작품을 고르기보단 들어오는 대로 무조건 하게 되는데 그 중에 정말 나한테 딱 맞는 배역, 이건 나 아니면 누구도 나보다 더 잘할 수 없다! 라는 생각이 드는 배역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으리라고 봅니다.

어느 날 친한 후배 배우가 전화를 해서 워크숍 형식으로 연극 연습실에서 1회 공연을 할 건데 페이는 없고 관객도 주변 동료 배우들 초대해서 보게 할 거고 공연 끝나면 연습실에서 다 같이 밥이나 먹을 건데 도와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전 일단 대본을 보고 대답해주겠다고 했고 대본을 받아 읽어봤는데 이건 마치 저를 염두에 두고 쓴 대본인 것처럼 완전히 제 배역이었어요. 그 캐릭터가 저였고 제가 그 캐릭터였어요. 무조건 한다고 했죠. 그래서 연습을 하고 공연을 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그때가 제가 그동안 했던 연기 중에 최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작품을 할 때가 아마 제 연기 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잘 나가는 상업영화에 단역으로 잠깐 출연하는 거보다 그런 게 훨씬 훨씬 더 값진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고 했던가요?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어서 급기야 감독에까지 손을 뻗습니다. 선배 배우 형과 함께 핸드폰으로 ‘술래잡기’라는 영화를 찍게 됐는데요, 이 때 인터넷을 뒤져서 편집이란 걸 처음으로 배웁니다.

처음엔 아주 단순한 편집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가 부족한 기능이 많다는 걸 알고 한 단계 위로, 한 단계 더 위로 프로그램을 바꿔가며 편집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감독을 해보니까 이게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받는데 또 나름 중독성 있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러다 또 ‘술래잡기’를 같이 만든 형과 함께 이번엔 ‘외계인들’이라는 장편 영화를 만들게 됩니다. 주변 배우들을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불러다 노동력을 갈취하면서. 그리고 정말 운 좋게 미국 The IndieFEST Film Awards에서 극영화부문 수상을 하게 됩니다. 영화는 뭐다? 취향이다. 우리 영화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안 좋게 말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그냥 뭐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작은 인디 영화제에서 받은 그 상이 제게 큰 힘을 주었고 결국은 그 이후에 또 다시 이렇게 핸드폰으로 ‘지구 끝까지’ 라는 단편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죠.

장편 영화 ‘외계인들’ 포스터. 사진=엘케이픽쳐스 제공 <장편 영화 ‘외계인들’ 포스터. 사진=엘케이픽쳐스 제공>

◇ 김한규의 꿈, 김한규는 어떤 사람?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만들고 싶은 영화? 출연하고 싶은 배역?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의 꿈?

일단은 거창한 것보다 돈을 벌기 위해서 다른 일을 해야만 하는 삶을 이제 좀 그만 살았으면 좋겠네요. 배우만 해서도 먹고 살고 감독만 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면 그거보다 좋은 게 어디 있을까요? 그 소원이 충족된다면 그 다음에는 더 큰 걸 원하게 되겠지만요.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전 천생 코미디 영화밖에 못 만들 거 같아요. 진지한 걸 쓰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자꾸 장난질이 치고 싶어져서...... 나중에 내공이 쌓이면 공포 코미디 정도는 만들어보고 싶네요. 무섭기도 무섭고 그러면서 웃음 코드도 있는?

출연하고 싶은 배역은...... 이건 뭐라 설명은 못하겠는데 대본을 보면 이건 내 꺼다! 하는 느낌이 빡! 오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제발 영화 쪽에서 그런 배역 좀 맡아봤으면 좋겠네요.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의 꿈......은 없습니다. 부모님은 연세도 많으시고 집에 돈은 없고 그 집의 장남이고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조금의 신분 상승도 없이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데도 다른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철딱서니가 없어서요.

Q. 인간 김한규, 배우 김한규, 감독 김한규는 어떤 사람인지 각각 알려주세요.

자아 성찰의 시간이네요. 인간 김한규는 나이만 먹었지 정신연령은 어립니다. 권위주의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나이 많다고 대우 받으려 하지 않고 나이가 많다고 혹은 직위가 높다고 대우만 받으려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먼저 솔선수범을 하면 주위에서 알아서 대우를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김한규는 항상 연기에 굶주려 있고 하지만 그 연기는 제 성에 차지 않고 모니터링 할 때마다 후회만 남고 연기 더럽게 못하네, 더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고, 그렇습니다. 하다 보면 언젠간 잘하게 되는 날이 오겠죠.

감독 김한규는 감독들 중에 머릿속에 그림은 없고 텍스트만 있는 분들이 있는데 전 최소한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스프링노트에 만화를 그려 연재하면 반 친구들이 그걸 돌려 읽고 그랬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오랜 기간 배우를 해왔기 때문에 디렉팅 면에서도 유리한 게 있지 않나 싶네요. 그래도 역시 아직 초짜 감독이고 아직 배울 게 너무 많죠.

‘지구 끝까지’ 스틸사진. 사진=한손필름 제공 <‘지구 끝까지’ 스틸사진. 사진=한손필름 제공>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솔직히 아직 저도 이게 어떤 영화제인지 정확히 모르겠는 그런 영화제에서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인터뷰를 요청해주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요즘 제가 쓰고 있는 장편 영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러프하게 탈고해서 여기저기 영화사에 돌렸는데 반응 제로. 그 중 한 군데에서 메일이 와서는 보완해야 할 점을 여기저기 지적해주시면서 좀 더 디벨롭을 하면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것 같다 하시더군요. 참 감사했습니다.

그 지적해주신 부분들이 다 맞는 얘기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열심히 수정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수준의 대공사이긴 하지만 꼭 좋은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그 시나리오를 좋아해주는 영화사를 만나 제작을 해서 극장에 떡~하니 걸어 보겠습니다! 그 때 되면 다들 보러 와주세요!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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