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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화유기’(4-5) 오연서는 이승기의 자기대상, 차승원은 이엘의 자기대상

발행일 : 2018-01-13 09:20:51

제4회 방송까지 진행된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를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마지막 시간으로,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해 자기심리학을 발전시킨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이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자기대상은 자기의 가치를 알게 하는 외부 대상을 뜻하는데, 오연서(진선미/삼장 역)는 이승기(손오공 역)의 자기대상이고, 이엘(마비서 역)은 차승원(우마왕 역)의 자기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에서 자아가 무척 강한 인물로 나오는 이승기와 차승원은 각각 오연서와 이엘로부터 인정과 반영을 받을 때 높은 자존감을 발휘한다는 것을 확인하면, 자아가 약하거나 강하거나에 상관없이 자기대상이 필요하고, 자기대상이 있어야 자아를 제대로 세우고 자존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 대상관계이론,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하인즈 코헛은 개인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시했다. 자기를 좁은 의미로는 ‘마음 또는 성격의 한 특정 구조로서의 자기’로 봤고 넓은 의미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표현된 자기’라고 봤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코헛은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다.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살면서 자기를 비춰 확인하게 되는 모든 것이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자기를 생각하며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 자존감을 얻지 못하고 자기대상을 꾸준히 찾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통해 비친 나의 모습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 심리적 안전감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자기대상의 종류(1) : 거울 자기대상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은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자기대상이다. 내가 이뤄낸 성과나 성취도 내게 의미 있는 타자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을 때 드디어 완성됐다고 느껴지며, 자아의 존재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오늘따라 화장이 잘 받아서 예쁘게 됐다고 생각될 때 그 자체에 행복을 느낄 수도 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거나 반응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마음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잃을 수 있다. 꼭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화장을 한 것이 아닐지라도,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의미 있는 타자는 반응조차 없다면 화장을 통해 얻은 성취의 욕구는 줄어들고 의욕은 상실될 수도 있는 것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자기대상의 종류(2) : 이상화 자기대상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은 힘없는 자기를 강하고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의 대상과 융합해 불안한 느낌을 줄이기 위해 찾는 상이다. 이때 대상은 안정되고 이상화된 완벽한 이미지(이상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자기와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와 융합될 수 없으면, 자기대상으로서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대상을 찾지 못하거나 혹은 있다가 사라질 경우, 이상화 자기대상을 평생 찾으며 헤맬 수도 있다. 더 이상 자기에게 그런 대상이 없다고 생각할 경우 스스로를 더욱 보호할 수 없도록 문란한 성적 행동을 하거나 마약이나 약물, 알코올 중독에 걸리는 회피를 자기도 모르게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자기대상의 종류(3) : 쌍둥이 자기대상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은 자기를 반영하고 인정하고 보호하는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자기대상을 지칭한다. 자기가 타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 대상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며, 전 생애에 걸쳐 유지되는 욕구로 알려져 있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오연서는, 이승기의 거울 자기대상

‘화유기’에서 오연서는, 이승기의 거울 자기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오연서가 깨닫지 못하게 도와줬을 때, 오연서가 알게 도와줬는데 별 반응이 없을 때, 오연서를 도와주고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승기는 무척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거울 자기대상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내면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이승기의 연기력도 놀랍게 여겨진다.

단톡방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사실, 오연서로부터 단톡방에 자기만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상처받으면서도, 오연서가 직접 자기를 부르기에 단톡방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승기는 좋아한다.

제3회 방송에서 오연서가 “가”라고 했을 때 상처받는 눈빛, 그런데도 상처받았다고 말하면서도 쿨한 척하는 모습, 상처받았다고 그럼에도 알려주는 친절하고도 잔인함, 배려하면서도 이기적인 모습을 동시에 그리고 번갈아가며 표현하는 것은 거울 자기대상을 대하는 이승기의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차승원은, 이엘의 이상화 자기대상

‘화유기’에서 차승원, 이엘의 이상화 자기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비서로서의 충성심, 어쩌면 마음속에 있는 사랑으로 차승원에게 충실할 수도 있지만, 신선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하고 자기 사랑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며 루시퍼 기획을 성공가도로 올려놓은 모습 때문일 수도 있다.

차승원이 이엘의 이상화 자기대상이라면, 이엘은 차승원의 거울 자기대상이다. 상관과 부하직원, 남과 여, 소와 개의 관계이면서도 둘이 케미를 이루는 것은 서로에게 자기대상이기 때문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극본을 쓴 홍자매(홍정은, 홍미란)가 이런 점까지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개발하고 구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런 개념을 염두에 두지 않았더라도 일단, 관계성에 대한 감각은 무척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단톡방에 들어있는 많은 인물들은 이세영에게 쌍둥이 자기대상의 역할을 한다

좀비 소녀 역의 이세영은 드라마 속에서 자기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제4회 방송까지는 자기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자기를 구해주고 살펴주는 요괴들과 오연서를 부모처럼 여기며 따르고 있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고급 피트니스센터에 다녔다는 단서만으로 다른 이들이 ‘부자’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 오연서의 극중 이름인 진선미의 성을 따서 ‘진부자’라고 한 것은 이세영이 제4회 후반부에서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쌍둥이 자기대상이라고 여기는데, 특히 오연서를 그렇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화유기’에서 2018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석한 차기 대선 후보인 한국대학교 사학과 강대성 교수(송종호 분)에 대한 기억을 진부자는 떠올렸는데, 이 암시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경우 제4회에서 쌍둥이 자기대상이 된 인물들이 그녀를 부모처럼 보호하며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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