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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칸사이 주먹’ 등장하는 존재감만으로도 분위기를 반전시킨 변주현

발행일 : 2018-01-24 12:50:48

극단 후암의 ‘칸사이 주먹’이 1월 5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 중이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의 4개국 언어로 대사가 펼쳐지고 자막이 제공되는데, 왜 이런 설정을 하게 됐는지 느낄 때쯤 되면 관객의 가슴은 먹먹해져 있을 것이다.

마사오 역의 변주현은 등장의 존재감, 무게감으로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는데, 강렬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뉘앙스와 공감의 정서를 쌓아가는 ‘칸사이 주먹’의 연출은 돋보인다.

‘칸사이 주먹’ 공연사진. 사진=극단 후암 제공 <‘칸사이 주먹’ 공연사진. 사진=극단 후암 제공>

◇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되는 ‘칸사이 주먹’에서 정서를 쌓아가는 방법

‘칸사이 주먹’은 오후 8시 정각에 공연이 시작되는데, 7시 55분부터 관객들은 입장할 수 있다. 너무 촉박하게 입장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관객의 입장부터 공연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는 반전을 내포하고 있다.

무대 한쪽 벽면에는 대부분의 출연 배우들이 어둠 속에서 정자세로 앉아 있고, 두 명의 배우는 관객석 맨 앞자리에 자리 잡고 있는데,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있다는 것을 이미 인지한 관객들은 조용하게 대기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칸사이 주먹’ 공연사진. 사진=극단 후암 제공 <‘칸사이 주먹’ 공연사진. 사진=극단 후암 제공>

진지하게 시작된 공연은 시답지 않은 에피소드와 사사로운 감정들, 그리고 4개국 언어의 혼용으로 가볍게 흘러가는 듯했으나 마사오(이성원, 변주현 분)의 등장과 함께 진지하게 바뀌고, 마지막에 연속된 일련의 반전 과정은 정서를 쌓아가기 위해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이켜 보게 만든다.

후지코(이해미 분)와 쿄쿄(민아람 분)의 경우 마룻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있기 때문에 다리 아프겠다고 관객들이 걱정하게 만드는데, 일본인(일본인 역할)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작은 갈등이 있었던 관객은 반전 후 걱정했던 시간에 대한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칸사이 주먹’ 공연사진. 사진=극단 후암 제공 <‘칸사이 주먹’ 공연사진. 사진=극단 후암 제공>

◇ 4개국 언어를 구사한 배우들, 몸 개그 같은 연기와 정극 연기, 액션 연기와 표정 연기까지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소화한다

‘칸사이 주먹’에서 관객들이 가장 감정이입하는 대상은 독립군의 후손이라고 말하는 강북두(윤상호 분)이다. 그의 반항적인 모습은 일본 사회에서 적응해 살기 위해 많은 것을 숨기고 사는 인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드미트리(리우진 분), 하루키(이황의, 신현종 분), 손도(명인호 분), 요시다(김대흥, 최진호 분), 연매(맹선화 분), 켄지(차현석 분), 유스케(박상현, 김성진 분), 료(박복안 분)는 4개 국어 중 2개 언어 이상을 사용하는데, 다른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연기의 조합을 몰입되게 펼쳤다는 점이 주목된다.

‘칸사이 주먹’ 공연사진. 사진=극단 후암 제공 <‘칸사이 주먹’ 공연사진. 사진=극단 후암 제공>

극의 내용상 슬랩스틱 같은 몸 개그 연기도 있고 정극 연기도 있으며, 액션 연기와 표정 연기가 모두 포함돼 있는데 마룻바닥으로 설정된 무대에서 배우들은 다양한 연기 역량을 보여줬다.

◇ 숙연하고 뭉클한 결말, 감동의 여운은 지속된다

‘칸사이 주먹’은 갈등을 증폭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진지하게 마무리하는데, 맨 마지막에 전달된 진한 메시지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칸사이 주먹’ 공연사진. 사진=극단 후암 제공 <‘칸사이 주먹’ 공연사진. 사진=극단 후암 제공>

사전 지식이 없이 관람할 경우 처음에는 다른 나라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될 수도 있는데, 우리와 우리 민족이 가진 말 못할 아픔을 자연스럽게 직면하게 만든다는 점이 돋보인다.

관심을 가지면 생각할 수 있으나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칸사이 주먹’의 이야기는 과거가 과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의 한 면을 꿰뚫고 있다.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는 어른들의 관람이 많았는데, 관객석에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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