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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증언’(감독 우경희)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11)

발행일 : 2018-02-01 10:51:05

우경희 감독의 ‘증언(testimony)’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면접을 앞두고, 혜인(문혜인 분)은 경력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전 직장을 방문한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이과장(장현석 분)에게 떼인 돈 67,600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처럼, 고구마 줄기처럼 끌려 나오는 뒷이야기로 이어지는데 누구의 말이 맞는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대리 역의 한해인과 문혜인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펼치면서도 케미를 자아내는데, 조심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는 연기는 영화 속 두 캐릭터의 실제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증언’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증언’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이유!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혜인처럼 영화는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그냥 포기하는 게 훨씬 이득인데 시간과 노력, 마음을 써가며 집착하는 것을 매우 답답해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혜인이 67,600원에 집착하는 이유는 혜인이 거기에 멈춰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 삶을 잡고 있다면 그건 중요한 문제이다. 그냥 지나갔을 경우 언젠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치유를 해야 할 일이 생긴다.

쓸데없는 집착, 쓸데없는 자존심, 불필요한 똥고집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자신을 막고 있는 장애물에 혜인은 직면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혜인이 과장에게 떼인 돈 67,600원을 돌려받겠다는 것은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혜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선택인 것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해달라는 대로 해 줄 수도 없는 상황에 대해 관객들도 같이 고민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더욱 헛갈릴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도 이런 일을 종종 일어난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관객은 끝까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궁금해할 수 있다. 심지어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서로 다른 논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문혜인, 지나치지도 못 미치지도 않는다

‘증언’에서 스토리텔링 못지않게 눈을 끄는 것은 문혜인과 한해인의 연기와 케미이다. 문혜인은 독특한 연기를 선보인다. 보복을 두려워하며 소심하고 용기가 없지만, 자기가 용기 없다는 것을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용기는 가지고 있는 혜인 캐릭터를 마치 본인의 실제 모습인 것처럼 절묘한 위치에 두고 연기를 한다.

혜인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문혜인은 지나치지도 못 미치지도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관객은 성향에 따라서 영화 내내 답답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는데, 두 반응 모두 문혜인의 연기력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증언’ 우경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증언’ 우경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절박함과 일정 부분 벌써 포기함을 동시에 표현한 한해인

한해인은 영화 초반 까탈스럽고 신경질적인 측면이 매우 많을 것이라는 암시를 표정과 몸짓으로 드러냈는데, 지나치게 과하지 않게 조절해 반전에 대한 개연성과 공감대를 미리 형성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절박함과 일정 부분 벌써 포기함을 동시에 표현한 이중적인 표정은 인상적인데, 자존감이 없으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려는 이중적인 모습 또한 담담하게 표현했다. 관객은 성향에 따라서 한해인이 오대리 캐릭터를 약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대리의 이중적인 감정이 극명하게 나뉘었을 경우 관객은 더욱 혼란스럽게 되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혼선이 올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해인의 연기 포지션은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한해인의 눈빛은 쎈캐(강한 캐릭터)를 소화하는데도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서늘한 반전의 포근한 역할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우경희 감독, 문혜인 배우, 한해인 배우, 세 사람이 추후에 다시 만나 장편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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